맞는 지적이다. 정부의 배분 행위에는 항상 시시비비의 소지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시시비비의 소지만큼이나 그러한 배분이 필요한 당위성과 명분도 뚜렷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런 명분이 있기 때문에 시시비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배분 행위가 설득력을 갖고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두 차례의 성완종 특사에 그러한 배분이 이뤄져야 할 어떤 당위성이 있었나? 지금까지 당시 청와대의 민정수석, 당시 청와대의 비서실장, 당시 법무부 고위관계자,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고위관계자, 당시 제1야당, 제2야당 심지어 후임 대통령 당선인 측을 포함한 어디에서도 그런 당위성을 제기했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는 하기 싫었는데요, 쟤들이 해달라고 해서요 잉잉" 하는, 차마 들어주기 어려운 추잡하고 구차한 변명의 소음뿐이다. 당시의 민정수석이자 비서실장이었던 현재의 제1야당 대표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니 아랫 것들한테 가서 물어보등가"라는 창조적인 유체이탈 화법까지 구사한다.

오늘자 중앙일보 기사에 의하면 참여정부 말기 노건평과 이상득 사이 이른바 '형님 라인'의 개설과 소통 과정을 지켜봤던 추부길 MB정부 홍보기획비서관은 "어떤 라인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사면 요구가 들어왔다고 해도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표가 사면 과정을 몰랐다는 건 100% 거짓말"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음모론은 대개 특정 현상을 이해할 적절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특정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명백하고 뚜렷한 정보와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도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특정 정치 사회 집단이 그 명백하고 뚜렷한 증거를 부인하려는 간절한 염원을 공유할 때가 그런 경우이다. 성완종 특사를 바라보는 친노 집단들 사이에서 그런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성완종에 대한 두번의 이해하기 어려운 특사가 이루어진 배경이 무엇인가?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당시 두번의 특사는 모두 참여정부에서 이루어졌다. 당시의 대통령은 혹시 모르는 분이 계실지 몰라서 다시 한번 명/토/박/아 말씀 드리는데, 노무현이란 분이셨다.

그리고 또 모르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 다시 한번 관뚜껑 못 박듯이(이러면 나도 관장사를 하는 셈인가?) 얘기하는데, 성완종에 대한 두번의 특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신 분은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이셨다.

이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걸 분명히 하면 성완종에 대한 두번의 특사는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임이며, 문재인 새정련 대표는 어떤 논리를 동원해도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변명하거나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저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문재인 대표가 도저히 청와대에서 일할만한 지적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이거나 또는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사람이라는 증거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일 수도 있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안타깝게 호소한다. "사면했으면 나름 설득할 수 있는 원칙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실무라인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으면 지금 추측이라도 해서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김병준 전 실장이 여전히 착각하는 게 있다. 다음과 같은 발언이 그것이다. "결정의 책임은 그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정신에 충실했다. ‘네가 요청했으니 네 책임’이라는 말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전에 없다."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국민의정부의 공과 과를 모두 이어받겠다고 했다. 다른 것 다 깽판쳐도 남북관계만 잘 굴러가도 성공한 정부라고 했다. 미국 좀 비판하면 어떠냐고 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호남의 민심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노무현이란 분이 자신의 저런 발언들에 대해서 책임을 졌나?

자신을 대통령 만들어준 민주당이 선거 치르느라 진 빚을 모두 떠넘겼고, 호남이 나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 싫어서 나 찍었지 라고 했으며, 내가 정권 재창출해야 할 의무가 있느냐고 했으며, 호남 정치인들이랑은 정치 같이 못하겠다고 했으며, 남북대화에 기여했던 이전 정부 책임자들은 쥐잡듯이 몰아서 구속시켰고, 리스크를 안고 남북경협에 협력했던 기업인을 자살로 내몰았다.

이게 과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치인의 행동인가?

결정적으로 노무현은 자신과 가족과 수하들에 대한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게 과연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인가? 가족과 똘마니들을 보호하느라 의리를 지켰으니 그게 책임이 있는 것인가?

그건 조폭 보스의 의리와 책임일 수는 있어도 전직 대통령씩이나 한 거물 정치인의 책임으로는 말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사례이다. 흔히 국격이란 말을 사용하지만 노무현의 자살처럼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트린 비슷한 사례가 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노무현의 사전에 혹시 책임이라는 말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기억력이라는 단어는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김병준 전 실장을 포함해 여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애끓는 심정과 아련함, 그리움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력에 대해 들끓는 분노를 간직한 분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이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이었고, 그가 대한민국 정치에 끼친 영향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몇십, 몇백 배 더 크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진실을 외면하고 어떻게든 그에 대한 추모의 정서를 연장해 자신들의 현실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바로 당신들이라고.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116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