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특사와 관련해서 문재인이 “참여정부에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는데, 표현이 좀 거시기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깨끗한 돈을 받기는 했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이건 또 "참여정부가 받은 돈은 어쨌든 깨끗한 돈"이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게 마냥 억지로 갖다 붙이는 얘기가 아니다.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들은 이른바 착나 세계관으로 모든 사안을 해석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하면 착한 FTA고 이명박이 하면 나쁜 FTA, 노무현의 강정마을은 착한 국방정책이고 이명박이 하면 나쁜 짓이고 등등. 내가 하면 로맨스 니가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좀더 보편적인 것 같기는 하다.


문재인은 두 번에 걸친 성완종 특사의 책임을 자민련과 친이계에 돌렸다. 문재인의 말대로라면 노무현은 누군가 유력한 사람의 청탁을 받을 경우 부적절한 인물에 대한 특사 따위는 쉽게 해주는 인물이었다는 얘기이다. 문재인은 첫번째 특사 때 청와대 민정수석, 두번째 특사 때는 비서실장으로서 당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니 저렇게 자신있게 답변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지원이던가, 참여정부 들어 성완종에 비해 훨씬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호남 정치인의 사면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요구한 것은 노무현이 매우 단호하게 무시했다고 한다. 결국 이 정치인도 김대중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서 특사를 받아냈다는 이야기였다. 노무현에게 김종필과 이명박의 청탁은 무리가 있어도 들어주어야 할 것이었고, 김대중의 요청은 외면해야 할 것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노무현이 이명박의 당선을 적극 지원했고, 당시 청와대 친노 비서관들이 정동영보다 이명박의 당선을 지지했다는 소문이 그냥 헛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문재인을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물어보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가 "지난 2007년 대선 때 정동영과 이명박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셨습니까?"라는 것이다. 내 눈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답해보라고 하고 싶은데, 하긴 내가 문재인을 너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재인에게 정말 묻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성 전 회장이 2차 사면에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는 당시 사면을 담당했던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법무비서관, 부속실장이 입장을 밝혔다. 제가 그 이상 아는 바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양반,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는 참 편리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은 지난번 NLL문서 파문 때에도 "내가 확실하게 그 문서를 대통령기록관에 넘겼다. 내가 책임진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데 새정련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며칠씩 뒤져도 그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은 NLL기록물에 대해서도, 그 기록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재인이 지금 성완종 특사에 대해서 증언하는 내용을 믿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그보다도 더 본질적으로 궁금한 게 도대체 민정수석,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당신이 챙긴 게 뭔가 하는 것이다. 사실 노무현이 자살한 핵심요인이 바로 친인척 비리라고 봐야 하는데, 민정수석의 핵심업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통령 친인척 관리 아닌가?


참여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으로 비서실장으로서 문재인 당신이 제대로 챙긴 게 뭔가? 솔직히 이렇게 업무 파악도 못하고 일을 개판으로 했으면 그때 받았던 급여라도 다 토해내고 국민들이나 지지자들에게 손해배상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당신 급여계좌에 돈 들어오는 것도 그렇게 안 챙기고 무관심하지는 않았겠지?


물론 당신이 제대로 챙긴 것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청와대 비서관 중에서 호남 출신 45명인가를 4~5명으로 줄였다매? 그리고 호남 출신이 정부 공공 부문 인사안에 포함되면 그것은 얄짤없이 짤랐다매? 그리고 그 자리에 PK출신 운동권들을 밀어넣었다고 하대? 그것만은 확실하게 챙겼다는 것 인정해줄게. 당신을 보면서 '참여정부 국정운영의 제1지표는 호남없는 개혁'이었다는 내 짐작을 확인하게 되더라고.


문재인 보면 화도 나고 욕도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자제하는 이유가 있다. 저런 문재인, 수준 이하의 능력에다 호남에 대한 사적 원한과 혐오감을 국정 운영에 서슴없이 반영하는 저질 정치인을 그래도 좋다고 지지해주는 호남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얼굴에 똥을 끼얹고 자기 손으로 자기 발등을 찍는 유권자들이 있는 판에 도대체 저질 정치인을 욕한다고 뭐가 달라지랴 하는 자괴감이 그것이다.


20여년 전에 내가 나름대로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서 정리한 법칙 같은 게 두 가지 있었다. 첫째가 대통령의 지능 저열화 법칙이고 두번째가 한국 정치의 미국 견인 법칙이다.


둘 다 김영삼을 보면서 정리한 것인데, 첫째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지적수준은 이승만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져 왔으며 김영삼에 이르러 드디어 그 막장을 쳤다는 것 둘째는 선진국인 미국이 정치에 있어서만은 어째 한국을 모델로 추종하는 것 같다는... 이것 역시 김영삼 당선에 이어 미국에서 부시1,2세가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대통령의 지능은 김영삼 막장에 이어 김대중으로 반전을 그렸다가 다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으로 내가 정리한 법칙이 현실화되는 중이라고 보는데, 또 한번의 막장이 정말 현실에서 나타나게 될지 여부가 궁금해진다. 그 막장의 실현은 아무래도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으로 구체화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럴 경우 그 후폭풍은 아무래도 IMF 시즌2가 되겠지?


두번째 법칙은 약간 다른 형태로 구현되지 않을까? 미국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또다른 의미에서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를 견인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이미 자랑스러운 여성 대통령 박근혜 가카를 모시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아무튼 문재인 덕분에 별 흰소리까지 하게 됐다.


*생각난 김에 대통령 숫자를 세어보니,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막장까지 다섯 명(윤보선 최규하 등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못한 분들은 제외),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까지 네 명... 이번에 누가 되건 다섯명째 막장 아이가? ㅎㅎㅎ 후덜덜덜덜 이거 내가 말하고도 겁나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