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경남기업 전 회장 성완종 씨와의 컨넥션으로 이완구 총리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성완종 씨의 리스트에 등장한 8명 중 야권의 집중적인 타킷이 된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야당 원내 대표 시절 야권에 섭섭하게 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현직 총리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데미지를 입히는 상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일까요? 아마 후자 쪽이겠지요? 저는 처음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김기춘 씨는 공안검사 출신이고 또 '우리가 남이가'하는 과거 발언도 있는데다가 비서실장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난맥상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로 비춰졌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함께 오랫동안 의원을 한 이완구보다는 김기춘이 제일 먼저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완구가 제일 큰 곤욕을 치르고 있군요. 더구나 돈 액수로 따지면 이완구보다는 김기춘이 훨씬 많은데도 김기춘에 대해서는 아직 잠잠하니 좀 의아합니다. 설마 새정치연합의 문재인을 비롯한 주류들이 김기춘과 같은 동향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겠지요? 문재인이 그정도로 타락했을 것으로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만, 어쨌든 제가 보기에는 좀 의아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완구는 성완종 씨로부터 진짜로 돈을 받았을까요? 성완종 씨의 메모나 그 후 언론의 보도를 보면, 성완종 씨가 이완구의 선거사무실에서 독대를 했고, 측근을 시켜 3000만 원이 들어있는 비타500 박스를 전달했다는 것인데, 이완구는 적극 부인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억이 오락가락했던 것인지 '독대' 사실 자체도 부인하던 이완구가 운전기사의 증언이 나오고 또다른 목격자의 증언이 나오자 독대 사실을 부인하던 것에서는 한발짝 물러서는 느낌입니다만, 3000만 원 수수는 아직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완구는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목을 내놓겠다'는 비장한 선언까지 했죠. 그래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완구의 주장이 맞을지, 아니면 천하의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자살을 할지. 이완구로서는 작금의 상황이 목숨이 걸린 일이니 기자의 질문이나 야권의 공격에 비장한 마음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것을 방송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그의 태도를 보면 절대로 돈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성완종 씨가 죽음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면 이완구는 '죽음'을 배수진으로 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은 이완구의 말을 조금 신뢰하고 있는데, 두 가지 이유에서 입니다. 첫째는, 성완종 씨가 돈을 전달했다는 당시의 선거사무실에는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을 뿐만 아니라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인들이야 각자 제 일을 하느라 성완종 씨의 측근이 비타 500 박스를 들고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못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촉각이 예민한 기자들이 그것을 못 봤을리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더구나 기자가 한 두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바 그들 중 몇 명은 틀림없이 봤을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기자들은 성완종 씨와 이완구가 독대를 하고 있는 자리에 성완종 씨의 측근이 비타500 박스를 들고 들어가는 것에 대해 의심을 했을 것이고 나오는 그 측근에게 '그게 뭐냐'는 등의 질문을 했을 것입니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에 성완종 씨의 측근이 "선거운동 하느라 고생하시는 이완구 후보에게 힘내라고 음료수를 건낸 것 뿐이다'는 등의 답변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답변을 곧이곧대로 믿는 기자는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자들은 비타500 박스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을 것이고 심지어 이완구에게도 확인을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측근이 나간 뒤에 기자들이 들이닥쳤을 수도 있겠죠. 기자들이야 기사꺼리만 있으면 물불을 안 가린다는 것은 상식이잖아요? 저는 틀림없이 그 당시의 상황을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취재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 확인이 드러나지 않았어도 당시 언론에 보도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데 저는 그와 관련한 가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설마 그 기자들이 전부 이완구와 죽고 못사는 관계라서 묵인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완구가 성완종 씨로부터 독대를 하면서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이완구가 의원 시절을 포함해 공직생활 40년 동안 단 한번도 돈과 관련한 추문으로 세인의 입방에 오르거나 언론에 그 이름이 언급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사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완구 스스로도 '공직생활 40년 동안 단 한번도 추문에 휩싸인 적이 없다'고 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이완구가 잘못되면 패가망신할 줄 알면서 꼴랑 3000만 원을 받았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물론 한푼도 아쉬운 선거기간이라서 3000만 원이라도 감지덕지 하면서 받았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완구가 '직접' 돈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왜나하면 그동안 선거 때 돈을 받아 재판에 회부된 정치인들을 보면 대개가 본인이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측근이 받거나 선거사무실 관계자가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선거가 끝나고 돈 문제가 불거지면 한결같이 '받은 적 없다'거나 '난 모르는 일이다'라고 하잖아요. 지금 성완종 씨가 따로 만들어 둔 비밀장부에 야당 정치인 7~8 명도 적혀있다고 하는데, 거론되는 인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도 그들이 직접 돈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공직 생활 40년 동안 단 한번도 돈 문제에 얽힌 적이 없다는 이완구가, 정치판의 생리를 잘 알고 있을 이완구가, 돈 3000만 원을, 그것도 사람들과 기자들이 북적거리는 선거사무실에서 직접 받았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저의 이런 판단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란 때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저지르는 법이니까요. 이완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성완종 씨가 자신의 말처럼 '사심없이' 준다고 하면 그 말을 믿고 받았을 수도 있겠죠. 더구나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한푼도 아쉬운 선거운동 기간이니 별다른 고민없이 3000만 원을 덥썩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두 가지 점에서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모든 사실의 진실성 여부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말해주겠지요. 그와는 별도로 이완구가 돈을 받은 것으로 단정짓고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는 문재인은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직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탄핵'을 거론하고 사퇴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경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의 주장대로 한다면 돈을 받았다는 의혹만 있으면 무조건 사퇴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법치주의를 공부하고 변호사를 한 문재인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합니다.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고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후에 사퇴를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합니다. 더욱이 자신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물타기'니 '법적조치를 하겠다'느니 반발하면서 이완구에게만 지독하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