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월호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1

 

황인채

 

1. 머리말

 

얼마 전에 광화문에 들려 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분들을 둘러보다가 책을 한권 샀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이라는 부제목이 붙은 책이었다. 그 책에는 단원고 학생 총 열세 분의 부모님들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작가들이 채록한 글이 실려 있었다. 나는 다음 날부터 매일 한편 씩 읽었다.


한편씩 읽어가며 그 때마다 그 분들의 절망과 고통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바람에 마구 눈물을 흘렸다. 책을 살 때 그 책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기금으로 쓰인다기에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 기대도 없이 산 것인데 예상외로 나를 크게 울렸다. 한 편 씩 읽을 때마다 울며, 내가 세월호에서 비명에 죽은 학생이 되고, 자식을 잃고 절망에 몸부림치는 부모님이 된 듯한 기분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사람들이 참사 가족을 보며 절망하고 분노하고 울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바로 세월호처럼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이 일은 세월호에서 죽은 자들과 그 가족들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서서 시위를 하고 광화문에 가서 가족과 함께 생명을 건 단식도 하였다. 그 중에 나도 끼어 광화문에서는 아니지만 집에서 이틀 단식도 하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한민국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달라졌는가? 대부분 사람들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나도 한 동안 세월호를 잊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들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싸움이 장기화되는 것에 지쳐서 이제는 세월호를 잊고 싶어 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가 나온 다음부터였다. 그 후로 나는 차츰차츰 세월호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에 돌아오면이라는 책이 다시 한 번 세월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2. (세월호 가족 이야기) 세상에 딸하고 나, 둘만 남겨졌는듸, 그 아이를 잃었어유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서 단원고 2학년 3반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김진철 씨의 기막힌 사연을 적은 글 중에 몇 대문만 뽑아서 적어보겠다.

 

딸을 네 살 때부터 혼자 키웠시유. IMF 때 월급이 많이 깍여 버렸어유. 100만원 밖에 못 받았죠. 그걸로 살림허기 힘들었나, 애 엄마가 아이 키우는 걸 포기허고 어딘가로 가버렸시유. 그 때가 부천 오정동에 살 땐데, 그 당시에는 많이 괴로웠어유.


신호 받고 가만히 서있는 차를 나도 모르게 가서 받은 적도 있어유. 세상에 소연이 허고 나 둘만 남은 거잖아요. 고민 많이 했시유. 내가 소연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훌륭하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시유.


소연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은 제가 다 허려고 노력했어유. 소연이 교복도 빨아주고 양말, 신발도 제가 직접 발아주곤 했시유. 소연이가 하고 싶다고 허면 피아노, 그림, 태권도 다 배우게 했시유. 태권도로 일본도 갔다 왔어유. 시합하러유. 같은 반 부모님들이 부부가 키워도 그렇게 혀 주기는 힘든듸 모자란 거 없이 혀 주었다고 놀라기도 혀유.


도둑질만 안 허고 다 했시유. 열심히 살다보면 답이 나올 거라고 믿었시유. “소연아, 어디 가서 10원짜리 하나 흐푸게 쓸 생각허지 말아라.” “아빠, 알았어요.” “노력해서 벌어야 알찬 돈이지 굴러 들어온 돈은 다 남의 떡이다. 남의 것 탐내지 말고 내가 노력혀야지, 땀 흘려 받은 돈이 진정한 돈이지, 굴러들어온 돈은 영양가가 없다.”


한 번은 제가 팔이 아파서 병원에 갔시유. 그렸더니 의사가 팔을 쓰지 말래요. 일을 허는듸 팔을 안 쓸 수가 없잖어유. 닥치는 대로 일을 많이 혀서 팔이 망가져 버렸시유. --- 결국 팔이 안 구부려져서 수술을 했어유. 의사는 아저씨, 적당히 쉬면서 일해야지 젊은 사람이 벌써 팔이 이렇게 돼가지고 어떡하냐?”고 놀라면서 말을 허더라고유.


소연이가 토요일만 되면 밖으로 나가자고 기다려요. 일하고 집에서 샤워하고 나오면 아빠, 옷 입어.” 그래유. (웃음) 소래포구도 놀러가고, 인천에 가면 인스파월드라는 곳이 있어유. 연안 부두에 있는 큰 수영장이요. 거기도 자주 갔어요.


노래방에도 자주 갔어유. 소연이가 노래도 참 잘했시유. 신세대 노래도 잘허지만 트로트를 아주 잘 불렀시유. --- 만능이어유. 딸이 어렸을 적엔 말도 없고 숫기도 없었시유. 근디 커서는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서 활달하고 밝았시유. 제수씨가 아주버니, 소연이 잘 키우셨어요.” 그러더라구유.


딸 장례 치르고 와보니 소포가 하나 와 있었어유. 풀어보니 소연이가 인터넷으로 산 책들인듸 소설책과 참고서였어유. 그걸보고 엄청 울었네요.


소연이 장례식 끝나고 바로 죽어버리고 싶었어유. 한밤중에 24시간 편의점에 가서 소주 대여섯병을 마시고 정신을 잃어 버린 적도 있어유. 119 구굽차가 와서 실어다주고 --- 살 의욕이 없었어요. ---


, 이러다간 안 되겠다.”혀서 분향소에 나가기 시작했어유. 가족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구유. --- 맨날 술 먹고 길거리에 누어 있으면 딸이 걱정을 많이 할 것 같아유. 어떻게 누가 죽였는지 알게 해줘야지, 그걸 못하면 아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하고 있어유.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우리 애를 살릴 수 있었는데 왜 못 살렸나그거여유.


제가 걱정인 건 --- 일이 다 해결되고 함께했던 분들이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저는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어유. --- 제가 앞으로 살 계획을, 소연이허고 함께허것다고 꿈꿨는듸, 이제 모든 게 사라져 버린 것 같어유.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아무런 의미도 없고, 깜깜혀유.


*채록자 작가 기록단 김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