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히 선거는 축구같은 스포츠경기와 비슷한 면이 아주 많습니다. 국민들이 니편 네편으로 갈라져서 각자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승리를 기대하며 응원하는 모습은 특히 더 그렇죠. 그 것 자체로는 하등 문제될게 없는, 대의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아름다운 모습일겁니다. 따라서 누구를 지지하든 자유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응원하는 것 역시 자유이죠. 보디페인팅을 하든 파도타기를 하든.  

또한 상대팀 공격수가 멋진 시저스킥으로 골을 넣을 때는 침묵이나 야유를 보내고, 우리팀 공격수가 비록 뽀록슛일지라도 한골 넣을 때 열광하며 멋진 슛이라고 칭찬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축구경기에서 정상적인 응원이 될테고,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한나라당이 잘했을때는 시팍 시팍거리며 깍아내릴 수도 있고, 민주진영이 잘했을 때는 띄워주고 박수쳐줄 수 있습니다. 그런 자연스런 이중성까지 비난하는건 기계적인 중립일테고 무리한 요구이겠죠. 

그런데 현재 민주진보진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그런 정상적인 응원을 넘어선 수준의 진영논리가 판을 치기 때문이겠죠. 우리편 공격수에는 오프사이드 룰을 적용하면 안되고, 상대편 공격수에만 적용하라며 심판을 협박하고 그라운드에 물병을 집어던지면 그건 이미 응원단이 아니라 퇴장시켜야할 훌리건에 불과합니다. 

축구경기야 공인된 중립적인 심판이 있고 경기를 진행하는 명확한 룰이 있습니다. 따라서 훌리건들은 금방 분리되어 즉각적인 퇴장조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훌리건과 응원단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퇴장시키기도 어렵죠. 개콘의 애정남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한 문제이긴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가령 곽노현이나 정봉주 나꼼수의 경우가 그렇죠. 우리편 선수가 반칙을 범해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할 수 있습니다. 과한 판정이라며 그 선수들을 억울하다고 동정할 수도 있고, 심판이 매수된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고, 홈팀 어드벤티지와 같은 불공정함 아니냐며 불만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퇴장 조치에 불만을 품고 심판의 집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난동을 부리거나, 심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선동하거나하면 딱 훌리건의 그것이죠. 또한 그런 훌리건들을 잘한다며 박수치고 부추키는건 이미 정상적인 응원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정치에 있어 훌리건과 응원단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요? 저는 축구경기를 지배하는 룰에 비유될만한 것은 다름 아닌 법률과 '민주공화국의 상식'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주공화국의 상식이라는 말이 매우 두리뭉실하고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라 조심스럽긴 한데 일차적으로는 헌법 정신이 있을테고, 모든 국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만한 정치사회적 합의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 헌법 정신과 합의는 한나라당이 만든것도 아니고, 지난 1987년에 국민들이 국가에 요구하여 쟁취해낸 범국민적 투쟁의 소중한 성과입니다.

그럼 구체적인 사례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지난번 문성근이 5.18묘지의 상석을 밟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 안상수가 똑같은 짓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적이 있었죠. 그 때 몇 분들이 '왜 안상수는 비난하고 문성근에겐 관대한가. 똑같이 비난해야 하지 않나'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의견에 반대합니다. 5.18 묘지의 상석을 밟고 안밟고는 법률 위반도 아니고 국민들간에 이루어진 정치사회적 합의도 아닙니다. 따라서 안상수는 비난하고 문성근에게 침묵하는건 문성근지지자들의 권리이자 응원일겁니다.  

그러면 반대로 곽노현과 정봉주건을 한번 보죠. 해당 판사들의 신상을 퍼트리는건 명백히 훌리건이니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훌리건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곽노현과 정봉주를 옹호하던 분들의 논리입니다. 그 분들은 곽과 정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법의 형평성까지 침범하려 했다고 밖에는 달리 판단이 안됩니다. 명백하게 '법률은 모든 국민들에게 차별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인 것이죠. 앞으로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는 한나라당 정치인들에게도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은 아닐텐데 어쩌자는건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박원순 아들 문제도 그렇죠. 박원순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병역의 의무는 평등하게 부과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민주공화국의 상식 혹은 국민적 합의를 건드린 것입니다. 여기서 박원순을 감싸고 편드는게 과연 정상적인 응원일까요? 그런 박원순을 보호하는 것이 정말로 진보일까요?

제가 매우 단선적인 역사관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진보와 보수의 경쟁이 민주공화국의 상식위에서 벌어져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민주공화국의 상식이야말로 수많은 희생과 눈물과 투쟁을 거쳐 쟁취한 가장 소중한 진보이거든요. 그것을 무시하는 바탕위에서 전개되는 진보의 논리는 제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도 이미 진보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저 퇴장시켜야할 훌리건이고 민주공화국의 적일뿐입니다. 아무리 현 단계의 승리가 소중하고, 지지하는 정당의 이익이 소중하다고 해서 민주공화국의 상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절대 아닐겁니다. 

이따금 몇분들이 대의를 위해 우리편 까지말고 편들어야 마땅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정말 그 분들에게 묻고 싶네요. 민주공화국의 상식을 사수하는 것보다 더 큰 대의가 존재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상식을 무시하는 훌리건진보보다는 그렇지 않은 응원단보수가 오히려 진보의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발딛고 서야할 진실과 정의라고 믿구 있구요. 수구라는게 딴게 아니고 역사 자체를 수십년 전으로 퇴행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대의를 거스르는 수구일겁니다. 니편 우리편을 떠나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