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심지어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정치인들까지도) 신자유주의를 거리낌없이 비판하면서도, 막상 자본주의 그 자체는 비판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입니다. 왜 '자본주의가 문제다' 라고 하지않고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라고 할까에 대한 의문인거죠. 그런 주장은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여러가지 형태 중의 하나일 뿐이며, 그것과는 다르게 무언가 바람직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따로 있고, 우리에게는 얼마든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걸 전제해야만 가능한 주장일겁니다.

그런데 만약 신자유주의 그 자체가 바로 자본주의라면?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세계자본주의가 우리가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며 비판해 마지 않는, 그런 형태로만 존재가능한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자'라는 말이 사실은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라는 말과 똑같은 말이 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많은 분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수정자본주의 따뜻한자본주의 인간적자본주의 자본주의4.0 등등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그런 체제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매우 쉽게 피력하곤 하죠. 그런데 어쩌면 그것은 근거없는 믿음이거나 불가능한 희망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혹시 수정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자본주의를 근거로 그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것은 아닐까요? 이미 지나가버린 황금시대,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램을 쫓고 있는거는 아닌가 하는거죠. 마치 박정희향수에 빠져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며 환상에 빠진 사람들처럼 말이죠.

이런 의문에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지난 역사에 대한 전통적 해석이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라는 회의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니까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은 그것을 도입한 레이건과 대처가 또라이여서가 아니라, 그것말고는 자본주의가 달리 생존할 방법이 없어서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건 아닐까라는거죠. 김영삼이 멍청해서 IMF가 오고 그것때문에 비정규직 개념과 정리해고가 들어오고 FTA와 금융자유화와 민영화등이 추진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자본주의가 종래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필연적으로 지금처럼 된건 아닐까라는 것이죠. 저는 현실의 물질적 운동이 몇몇 정치인들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라 믿지 않습니다. 만약 시카고학파와 레이건과 대처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신자유주의도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지금보다는 행복했을거다라고 믿는건 너무 나이브하고 순진한 발상이지 않을까요?

만약 제 의문대로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 그 자체라면 세계자본주의를 50~ 70년대의 자본주의 황금기로 되돌린다거나, 요즘 유행하는 인간적자본주의로 변화시키는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오는거겠죠. 필연적으로 그럴게 될만한 이유가 제시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막연히 그게 좋으니까 그렇게 될거다라는건 종교적 신앙와 다를바 없을겁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맑스 선생은 이미 오래전에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붕괴될거다라는 비관적 예측을 하신바있고, 그런 맑스 선생을 비웃으면서 자신만만해하던 경제학자들도 요즘은 '솔직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죠.

요즘 제 책장에 장식품처럼 꽂혀있던 자본론을 다시 꺼내서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