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상학에 따르면 인간의 두개골의 생김새를 보고 그 인간의 성격, 인간성, 지적 능력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한때 유럽에서 꽤 인기를 끌었으나 오늘날에는 과학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관상학에 따르면 인간의 얼굴 생김새를 보고 그 인간의 운명을 알아낼 수 있다. 여러 문화권의 대중 사이에서는 여전히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무시당하고 있다.

 

 

 

어쨌든 외모로부터 많은 것을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의 성별과 대략적인 나이를 상당히 정확히 알아낸다. 얼굴과 건강 사이에도 상관 관계가 있다. 더 대칭적일수록, 피부가 좋을수록 대체로 더 건강하다. 얼굴형은 성 호르몬과도 상관 관계가 있다. 사춘기 때 남성 호르몬이 많았던 남자는 더 남성적인 얼굴형이 되며, 여성 호르몬이 많았던 여자는 더 여성적인 얼굴형이 된다.

 

또한 얼굴 표정은 그 사람의 정신 상태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화난 사람은 보통 화난 표정을 지으며 슬픈 사람은 보통 슬픈 표정을 짓는다. 20세기 후반에 기본적인 얼굴 표정이 인류 보편적임을 보여준 연구가 발표되었으며 이제는 대다수 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얼굴로부터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도록 인간이 진화했다고 본다. 한편으로 인간은 표정을 통해 상대의 정신 상태를 알아내도록 진화했으며,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얼굴을 보고 상대의 성별, 나이, 건강 상태 등을 알아내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고 건강해서 더 잘 번식할 것 같은 사람을 더 아름답다고 느끼도록 인간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런 가설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상당히 많이 모았다.

 

 

 

골상학과 관상학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똑똑하게 생긴 얼굴/머리 나쁘게 생긴 얼굴”, “착하게 생긴 얼굴/악하게 생긴 얼굴”, “순하게 생긴 얼굴/거칠게 생긴 얼굴” 등을 알게 모르게 구분하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이런 구분은 TV나 영화에 배우가 캐스팅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얼굴이 악하게 생긴 배우는 주로 악역을 맡게 된다. 이지적으로 생긴 사람은 주로 이지적인 인물을 맡고 어수룩하게 생긴 사람은 주로 어수룩한 인물을 맡는다.

 

사람들이 이런 구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 글에서는 내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낸 것을 써 볼 생각이다. 별로 어려울 것이 없어서 진화 심리학자라면 누구나 금방 생각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정신병질(psychopath)을 연구하는 학자가 정신병질자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상을 기술한 것이지 정확한 통계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정신병질자의 외모에 대한, 과학적으로 잘 설계된 연구를 본 적이 없다.

 

아마 그 학자가 인터뷰한 정신병질자들이 대체로 매력적으로 생겼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 듯하다. 그런데 정신병질자들 중에 잘 생긴 사람이 사기 등을 칠 때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잘 생긴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생겨서 사기를 여러 번 성공적으로 쳐 본 정신병질자가 못 생겨서 사기도 제대로 못 쳐 본 정신병질자보다 정신병질을 연구하는 학자의 관심을 더 끌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신병질을 연구하는 학자가 “정신병질자는 매력적으로 생겼다”는 인상을 받는 것 같다.

 

 

 

얼굴 생김새와 지능 사이에는 명백한 상관 관계가 있다. 중증 정신지체자의 경우에는 얼굴만 봐도 표시가 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증 정신지체자가 아닌 경우에도 똑똑하게 생긴 사람과 멍청하게 생긴 사람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얼굴을 보고 “범죄형 인간이다”라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TV나 영화에서 특정한 얼굴형의 배우들을 범죄자로 캐스팅하는 일이 많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둘째, 얼굴 표정 인지 기제가 오작동한 것이다. 예컨대 찌푸린 표정이나 화난 표정 등과 비슷한 얼굴형이 범죄형 인간으로 여겨진다.

 

셋째, 범죄형 얼굴인 인간은 진짜로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그런 상관 관계를 학습하게 되었다.

 

넷째, 범죄형 얼굴인 인간은 진짜로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인간은 그런 얼굴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런 가설들 중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우선 실제로 얼굴형과 범죄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지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비용은 꽤 많이 들겠지만 방법은 단순하다. 감옥에 있는 기결수들 중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고 감옥에 갇히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한 다음에 비교하면 된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 사람이 범죄형으로 생겼습니까?” 또는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것 같습니까?”라는 식으로 질문해 본다. 1에서 9까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결수인지 여부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맞추는지 알아본다. 만약 사람들이 우연을 훨씬 뛰어넘게 알아 맞춘다면 범죄형 얼굴이 신화가 아니라 현실임이 밝혀진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기결수들의 얼굴과 일반인들의 얼굴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보는 방법도 있다.

 

 

 

만약 얼굴형과 범죄 여부 사이에 아무런 상관 관계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첫째 가설과 둘째 가설이 우세해진다. 이 때 첫째와 둘째 가설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비교 문화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가릴 수 있다. 만약 TV나 영화의 영향 때문이라면 사냥-채집 사회와 같이 그런 것이 아예 없는 문화권에서는 범죄형 얼굴에 대한 생각이 TV나 영화를 많이 보는 문화권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얼굴형과 범죄 여부 사이에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셋째 가설과 넷째 가설이 우세해진다. 이 때 셋째와 넷째 가설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만약 셋째 가설이 옳다면 나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릴수록 “이것이 범죄형 얼굴이다”라는 느낌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아주 어린 아이들도 범죄형 얼굴을 싫어한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넷째 가설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이 때, 단지 못생겼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연구가 쉬운 것은 아니다. 노무현처럼 순박하게 못생긴 얼굴과 이명박처럼 못생긴 동시에 사악해 보이는 얼굴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위의 네 가설이 서로 완전히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첫째 가설과 셋째 가설이 모두 옳을지도 모른다. 범죄자들(또는 폭행, 절도, 거짓말 등을 한 사람들)을 본 경험도 영향을 끼치고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본 경험도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첫째 가설과 넷째 가설이 모두 옳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검증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래도 검증은 가능해 보인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똑똑해 보이는 얼굴”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검증할 수 있다. 우선 IQ 검사와 얼굴형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비교해 보고 정말로 상관 관계가 있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 때 너무 뻔한 중증 정신지체자들은 제외해야 할 것이다.

 

 

 

40살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 많이 느끼는 감정 상태가 평소에 많이 짓는 얼굴 표정을 결정하며, 그런 표정들이 수십 년 쌓이면 얼굴 형태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찌푸린 표정을 많이 짓는 사람은 찌푸린 상이 되고 웃는 표정을 많이 짓는 사람은 웃는 상이 된다고 한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것은 얼굴형과 성격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40살이 넘으면 얼굴형과 평소에 많이 짓는 표정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그리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어떤 얼굴상인지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일주일 동안 관찰해 보고 어떤 표정을 많이 짓는지 기록한다. 만약 사람들의 평가와 실제로 많이 짓는 표정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면 이 가설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얼굴형에 대한 한국 사회(그리고 여러 문화권)의 집착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연구를 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덕하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