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얻어먹을 각오로 얘기합니다만, 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이지순 교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실제로 제가 그동안 이런저런 자리에서 많이 했던 얘기이기도 합니다.


http://www.hani.co.kr/a…/economy/economy_general/679464.html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게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문제가 해결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죠. 과연 그 방법을 우리나라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 아니 전체는 아니라고 해도 절반 이상의 비정규직에게 적용할 수 있나요? 일부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말 그대로 전시효과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박원순처럼 개혁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정치인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나 일부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 이런 조치가 이뤄졌죠.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절대로 그 이상으로 확산되기 어렵습니다.


제도로 기업들을 강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좌파들 상당수 아니 대다수가 이런 접근을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결과는 뻔합니다. 기업들은 해외로 튀거나 아니면 사업을 접거나 아니면 또다른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만들어냅니다. 그건 기업주들이 악랄해서가 아닙니다.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요구 그리고 시장의 질서가 그걸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핵심 문제가 무엇입니까? 왜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나요? 그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급여 등에서 현격한 차별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좌파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목표이지, 방법론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목표를 얻어낼 수 있을까요?


동일 노동이라는 걸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나요? 측정할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마 정규직 임금을 현재의 비정규직 수준으로 낮추자는 얘기는 아니겠지요? 중간 지점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겁니다. 이것 자체가 지난한 작업이지만, 결국 시장이 아닌 일부 사람들의 인위적 계량과 측정 기준으로 정한 임금은 지속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결국 적정 임금은 시장이 평가해 정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은 이 문제에 시장 질서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규직은 담장을 높여서 자신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지대(rent)를 누리고, 담장 밖의 비정규직은 그 담장 밖에서 헤매다가 쓰러져가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이중 질서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 시장에 동일한 질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화하자는 주장은 그 담장 안에 모든 노동자들을 집어넣자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 담장 안의 성채는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결국 다 죽자는 얘기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 반대 방향 즉 담장을 허물고 모두가 동일한 경쟁 질서 안에서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질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이지순 교수에게 "당신네 교수들부터 먼저 비정규직화하고 강사와 처우를 같게 하라"는 비판을 하는 네티즌들이 있다고 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게 당장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모든 개혁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은 이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보지만 현재 정규직들을 당장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그런 조치는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왜나하면 그 분들은 정규직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입했고 그 결과로 현재의 정규직이라는 지위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의 정규직 지위를 흔드는 것은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꼴입니다.


기존 정규직의 지위는 보호하되 앞으로 신규 취업하고 이직하는 모든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야 우리나라 일자리의 숨통이 트인다고 봅니다. 사실 공무원연금 문제의 해결 역시 기존 공무원들의 연금은 최대한 기존의 수준을 보장해주되 신규 임용되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그런 혜택을 줄여가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져가는 현상은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이런 현상 자체가 정규직이라는 제도와 모순됩니다. 지구상에서 기술의 발달, 사회적 변화 모두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 있어야 이 나라의 경쟁력과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 변화에 대응하려면 현재의 정규직처럼 경직된 구조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화할 때 모든 노동자가 평균 수준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봅니다. 비정규직화의 공포는 이해하지만, 지금은 그런 미신적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비정규직이 기본 질서가 될 때 현재 노사 갈등으로 빚어지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아껴서 실업자 또는 취업 불능자 등에 대한 복지도 강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