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주목을 끈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군부대 그것도 '귀신 잡는 해병'이란 약간 공포스러운 별명으로 잘 알려진 해병대 부대에 민간인이 승용차를 몰고 난입해 휘젓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부대 정문을 지키는 이 민간인을 제지하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

 

이거 영상으로 봤더니 이 민간인이 차에서 내려 초병을 발로 걷어차는 등 구타씩이나 하고나서 차를 몰고 부대에 난입을 했더군요.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842238

 

일부 페친 말대로 이런 사건은 초병이 그 자리에서 이 민간인 총으로 쏴죽여도 할 말 없는 거고, 사실 그렇게 대응하는 게 원칙입니다. 국가라는 것은 자기 유지를 위한 폭력의 보유와 행사가 필수적입니다. 군부대는 그러한 폭력의 행사에서 가장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게다가 해병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런데 평소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자랑하던 해병대가 눈 멀쩡히 뜨고 이런 꼴을 당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초병이 민간인에게 얻어맞고 폭력을 행사한 민간인은 도망치기는 커녕 부대 안으로 승용차로 난입해 헤집고 다녀도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 못하고... 기가 막힐 일입니다.

 

정말로 웃기는 건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입니다. 바로 포항이라고 하더군요.

 

초병을 구타하고 승용차를 몰고 부대에 난입한 사람은 이 부대 출신으로 경북 칠곡 거주자라고 합니다.

 

만일 광주나 목포 또는 군산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리고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호남 사람이라면 일베나 네이버에 어떤 내용의 댓글이 어떻게 달렸을까요?

 

홍어, 폭도, 난닝구, 절라민국, 이민족, 몰살시켜야 한다, 반역의 종자, 종특 등등...

 

별의별 입에 담을 수 없는 더러운 표현들이 인터넷을 뒤덮었을 것입니다.

 

이건 뭐 예상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덜한 사건들에 달린 댓글들에서 충분히 입증된 사안입니다.

 

하지만 5.16도 12.12도, 5.18 등등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된 대표적인 반역 사건을 누가 일으켰는지 살펴보면 진실이 너무 명명백백하지 않나요?

 

그런데도 이 나라에서는 마치 호남이 이 나라의 반역 세력인 것처럼 왜곡된 이미지가 깡패짓을 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현실과 먼, 왜곡된 이미지가 진실 행세를 하는 겁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런 데 써야 하는 용어일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왜곡된 이미지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을 위해 쓰이는가 하는 점입니다.

 

간단합니다. 영남패권이 자신들에게 반발하는 세력의 입을 틀어막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쓰입니다. 87년 체제 이전에는 군부 엘리트를 통한 물리적 폭력이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무기였죠. 그래서 물리적 폭력을 보유하고 그 실행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군부세력이 영남패권의 대표주자였던 겁니다.

 

하지만 87년 체제가 들어서면서 어떤 형태로건 물리적 폭력을 앞세워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물론 보조적인 수단으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실제 내용이야 어떻든 형식적으로는 선거라는 수단을 통해서 정권을 만들고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여 영남패권이 만들어낸 필승무기가 바로 호남 vs 반호남 구도라고 봅니다.

 

87년 체제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가 이 구도, 프레임 안에 포괄됩니다. 이러한 프레임의 1차 세팅이 김영삼의 3당 합당이고, 2차 완성이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이 제안이 한나라당의 거부로 좌초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중의 시선을 벗어난 지점에서 진행되었다고 봅니다. 그 결과가 2007년 대선에서 소위 친노세력의 선택입니다. 노골적으로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구도가 대한민국 전체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철저하게 왜곡하고 오염시킨다는 점입니다. 진실에 기초해서 대한민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왜곡과 허위에 기초해서 영남패권, 영남부족주의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실 특정 지역에 대한 증오에 기초해서 유지되는 패권 자체가 이미 부도덕하고 자체의 모순을 잉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건 그 정도를 넘어섭니다. 빈대 죽이고 나서 초가삼간은 다시 세우면 되지만, 현재의 호남 혐오는 형제가 밉다고 그 형제를 죽이고 집도 태우고 결국 다 망하자는 결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차별이나 호남혐오 현상을 이야기하면 "그건 문화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커지는 괴물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는 스테레오타입이 많습니다. 하지만 호남혐오 현상은 단순한 문화현상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권력의 창출과 유지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약화되거나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일베 현상이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호남 혐오의 극복, 이건 호남의 이기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정상화,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합리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특정 지역에 대한 저주와 증오를 통해 정권이 만들어지고, 그 정권은 다시 정권의 재창출과 유지를 위해서 그 증오를 부채질하고 그 증오를 합리화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네 지역 출신으로 중요 의사결정 포스트를 장악하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발전할 수 있습니까?

 

상식으로 돌아갑시다. 이런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심지어 언급조차 못하고 아예 그런 발언를 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하는 사람들이 상식과 원칙을 이야기하는 게 저는 너무 괴기스럽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