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창시절 이래 줄곧 크던 작던 사회운동에 참여해왔습니다. 저는 그게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전두환 때는 물론 직장생활을 하던 노태우 정권 때도 가투를 했었고, 노무현 때는 전철 안에서 이라크 파병반대 1인 시위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시민단체 두 곳에 약소하지만 소정의 회비를 내는 회원으로 소속돼있습니다. 제가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는 주목적도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이 사회에 정의가 뿌리 내리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섭니다.


다른 분들도 대체로 저와 비슷한 목적으로 글을 쓴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아크로에서 글을 쓰는 몇몇 분들을 보면 저분들의 글을 쓰는 목적이 뭘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자기의 지역적, 또는 직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일당 받으려고 글을 쓰는 것일까?


그만큼 진영논리에 깊이 빠져있고 상대에게 너무 많은 적대감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문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제 스스로는 정치적 파당이 아닌 진실과 정의를 저의 진영으로 삼고, 될 수 있으면 감정을 배제 하고 논리적으로 토론을 하는 것이 저의 신조입니다. 


진영주의에 빠지면 객관성과 균형감각을 잃고 진실에 눈감고 과장과 왜곡을 일삼고 원칙과 논리가 무너지게 됩니다. 저는 박정희나 이명박을 싫어하지만  그들이 없는 사실로, 또는 부당하게 비난받는다면 그들을 기꺼이 변호해줄 의향이 있습니다. 또한 진영주의는 토론의 상대방을 상대진영으로 라벨링하며 적대시하게 됩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토론상대가 철천지원수일까요? 그런 감정을 갖는다면 자기 마음이 상하고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드니 자기 손해입니다. 자기 주변을 한 번 돌아보세요.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 중에 없는지.


저의 형과 조카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찍었지만 지난번엔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이명박을 찍었다고 그들과 의절을 해야 할까요? 고교친구 한 녀석은 토론 중 저를 빨갱이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만나면 아무 일 없었듯이 잘 지냅니다.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한 명은 노빠여서 나와 논쟁도 심하게 했지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줍니다. 그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거나 남에게 직접 피해를 안 준다면 그냥 의견만 다를 뿐이지 적은 아닙니다.


이런 오류에 빠지는 것이 우리가 토론하려는 원래의 목적이었나요? 이런 오류들이 정의로운 사회를 가져오거나 자신의 지역이나 이익에 도움이 되고 토론실력을 높여주고 논쟁에서 이기게 해주느냐 말입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토론을 통해 대중을 포섭하기보다는 어거지와 감정싸움으로 대중이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임해야할 토론에서 진영이 다르다고 어거지로 비난하고,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에 치우쳐 인신공격으로 상대를 적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여 원래의 좋은 목적을 상실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둑의 하수들은 바둑 한 판 두고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고수들은 판이 치열할수록 상대를 더 평가해줍니다. 아크로도 논객들의 내공이 높아져 토론의 고수들로만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