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형제 제도에 대하여는 여기에 잘 기술되어 있습니다. 사형제 찬반입장에 관계없이 한번쯤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에 링크를 겁니다.


1. 논점 하나, 사형제 제도는 법이론적으로 정당성을 구할 수 없으며 헌법재판소도 이 부분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링크 설명에서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법이론적으로 보면 사형제도는 정당화될 수 있는 길이 없다. 이것은 단정적으로 말하더라도 큰 잘못이 없다. 지금까지의 학문적 성과에 의하면 사형의 이론적 정당성을 구하는 데 성공한 학자는 한 사람도 없다."

배종대, 『형법총론』, 홍문사, 2008, p.78
(출처는 상동)


나라의 문화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지가 발달하여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되는 등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되거나 국민의 법 감정이 사형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을 곧바로 폐지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ㅡ 헌법재판소. 1996, 11.28.선고., 95헌바1결정 형법 제 250조 등 위헌소원, 판례집 8-2, p.537
(출처는 상동)


인용된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다시 요약하면 '현재의 사형제도는 국민의 법 감정 때문에 존치되는 것이 맞다'라는 것입니다. 즉, 헌법재판소도 사형제도에 대하여 법학 이론의 근거가 없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봐야죠.


2. 우선 순위 논쟁의 함정


"국민의 법 감정이 사형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을 곧바로 폐지"


어디서 많이 보던 표현 같지 않습니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도달할 때까지 국민은 참고 인내해야 한다"


도대체 선진국의 기준은 무엇이며 국민의 법 감정은 어떻게 계량될 수 있을까요? 


이런 논리는 바로 '우선 순위 논쟁'이 노리는(또는 야기되는) 함정이죠. 논리적으로 '원천봉쇄의 오류'이지요. 저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사형제 폐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논의 패러독스죠.



3. 판사의 오심은 증거의 모호함보다 편견에 의한 경우가 더 많아

사형제 폐지 논리 중에 널리 알려진 논리 중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막자'이고 이 것을 비판함으로서 사형제 합당성을 주장하는데요... 이 것은 엄밀히 '허수아비 치기 오류'입니다.

미국의 경우, 물론 51개주 중 사형제도를 존속하는 주가 30여개이기는 합니다만, 200여명의 잘못 집행된 사형수의 다수가 '증거의 모호함' 때문이 아니라 '흑인 등'의 인종적 편견 때문이었다는 연구 보고는 오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생각케 한다는 것입니다.


그 예를 아래에 듭니다.



사형제를 옹호하건 반대하건 판단되어져야 할 것은 인종 편견 등 편견에 의한 오심이 얼마나 많은가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증거의 모호함으로 인한 판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사형 판결과 달리 두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4. 복수동태법 논리에 빠져서는 안된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성서에 나오는 이 말은 함무라비 법전에 명시된 복수동태법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죄를 저지른만큼 벌을 받으라'는 것으로 과거에는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에게 '죄를 지은만큼 보복을 하는 것'으로 사형제도는 이 보복을 '국가가 대신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의 법이론 상 복수동태 배제 원칙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형제도는 이런 복수동태 감정의 잔재가 있는 것이죠. 문제는 법률 상으로야 그렇다 치고 '가족의 감정 등을 고려할 때' 라는 등의 복수동태 감정을 기본으로 하는 주장은 해서는 안되겠죠.


예전에 제가 사형제 옹호론자로서 논쟁을 하다가 '피살 당한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해 보았는가?'라는 주장을 했을 때 진중권이 불쑥 나서서 '참 미학적으로 촌수러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전히 사형제 폐지론자입니다만 날로 잔혹해지는 범죄들을 볼 때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인권 운운하는 것은 너무 형식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저 정도의 잔혹한 범죄라면 과연 그가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가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에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사형제를 옹호하건 또는 반대하건 상기에 언급된 논점 '세가지'는 먼저 고려를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