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비행소년/
1.
형사재판절차의 대이념은 적정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 발견입니다. 실체진실주의는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하자는 것인데 이는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즉 유죄자는 빠짐 없이 벌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미와 무죄자를 유죄로 하여서는 안된다는 소극적 의미죠.
유죄자 필벌을 통해 사회방위를 강조할 것이냐, 아니면 무죄추정원칙을 근간으로 피고인을 보호할 것이냐 이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는 두마리 토끼와 같습니다. 한꺼번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두가지는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근대 이후로 넘어오면서는 소극적 실체진실주의가 점차 더 중시되고 있습니다. 100명의 범인을 놓아주게 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도 어느 정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가치관이 개입되는 문제죠.
법관은 비록 객관적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역시 사람이고 불완전한 존재이다보니 자신의 가치관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재판부의 구성에 의해 재판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게 되는데 3심 제도, 적정절차, 특히나 엄격한 증거법칙 등이 이를 보완하게 되죠. 그러나 이러한 제도 또한 천의무봉한 절대적인 것이 못됩니다.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을 요하지요.
2.
3심제도하에서 항소심(2심)은 1심과 함께 사실심이고 속심입니다. 반면에 상고심(3심)은 법률심이고 사후심입니다.
속심은 1심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의미로 사실문제도 판단대상으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형사재판절차에서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데, 2심이 속심이라는 것은 1심에서 현출된 증거 외에 새롭게 제출된 증거까지 추가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2심에서 추가된 증거라는 것은 새로 발견된 증거일 수도 있고, 1심에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2심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들를 통해 사실을 인정하는데 이는 사실심의 전권사항입니다.
반면에 대법원은 법률심이므로 원칙적으로 새로운 증거를 추가하여 새로운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고심이 주로 판단하는 것은 항소심에서 확정된 사실을 바탕으로 법리를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해 낸 그 과정이 타당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만 대법원도 항소심이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은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과정이 법률에 부합되는지, 그 증거들을 통해 어떤 사실을 확정하는 과정이 논리칙과 경험칙이 부합했는지 등을 심리하여 간접적이고 소극적인 형태로 사실인정 문제에 개입하게 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3.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재판 결과는 때로는 통념에 부합하지 않고 혹은 실체적 진실과는 반대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은 법원이 어떠한 정치적 입장에 경도되어 균형성을 잃었다던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있어서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 못지 않게 중요한 피고인의 인권이 강조된 결과라고 보셔야 합니다.
한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 드리고 마칠까 합니다.
어떤 사람이 살인죄로 기소되었는데, 다른 물증은 전혀 없고 증거로는 피고인의 자백과 목격자의 진술 두가지만 있다고 해봅니다. 그런데 이 자백은 고문을 통해서 획득한 것이고, 목격자는 검찰에서 진술한 이 후 재판 단계에선느 행방불명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살인한 것이 실체적 진실이며 모든 사람들이 이를 확신한다고 해봅니다.
우선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고 합니다. 당사자만큼 실체적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 있는 자는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고문을 통한 자백은 설사 그 자백이 실체적 진실과 일치하는 것이더라도 위법수집증거로서 절대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이를 통해서는 사실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목격자는 재판 당시 행방불명상태이므로 법원은 직접 그 진술을 청취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목격자의 진술은 검찰수사단계에서의 참고인진술조서에 기재된 채로 법정에 증거로써 현출되었을 뿐인데, 이를 전문증거(hearsay)라고 합니다. 전문증거는 그 자체로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Hearsay is no evidance) 조작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전문증거의 예외인정 요건을 구비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이를 통해서는 사실을 확증할 수 없습니다.
그 외 다른 물증도 없다고 했으므로 법원은 비록 살인죄의 유죄라는 심증이 있더라도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재판결과와 실체적 진실은 분리되었고 대중은 분노하고 법원은 욕을 먹겠지만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를 고수하는 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알면서도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는 셈이지요. 만약 이 때 증거가 없는데도 심증에 따라 살인죄를 인정해 버린다면 재판제도는 그 순간 존재 의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재판 역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분명히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예전 암울한 시기에 그랬듯이 독재세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이렇듯 아주 단순한 사안에서도 실체진실발견과 피고인 인권보호라는 두가지 중요한 가치 간의 이익형량 과정이 재판절차에는 담겨 있다는 점 또한 많은 분들이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덧: 원세훈 사건에 대해서는 저도 검토해 본 바가 없어서 구체적으로 따로 할 말이 없네요..^^;
덧>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했다, 대북활동의 일환이었다는 원세훈 측의 주장은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것인데
별 의미 없다고 봅니다. 그냥 감정에 호소하는 수준이지요. 나의 충정을 헤아려달라...?
한그루/
저는 이 사건에 대해 언론에 나온 것 외에 아는 바가 없지만 "2심에서 새로 증거로 채택되었다"는 것은 심증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 말 자체를 그대로 해석하면 증거능력과 증명력의 문제에서 증거능력의 문제이지 증명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증거법정주의는 증거능력의 문제이고 증명력은 자유심증주의가 지배합니다.
증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자유심증의 영역이므로 법관마다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증거능력은 법정되어 있으므로 이는 법관의 성향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증거가 채택되었다는 것은 증거가 증거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이지 증거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든 예에서도 다른 증거가 새로 채택되면 유죄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증거능력의 문제입니다. 증거의 해석문제가 아니고.
아이엠피터 글은 읽어보지 않아서 맞는 소린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덧> 그리고 저는 원세훈 사건에서의 판결의 결론이 옳은지 그른지의 문제에는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습니다.
덧>
아이엠피터 글은 방금 읽어봤는데 판사들 신상털이 말고는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1심의 판결과 2심의 판결이 늘 일치한다면 3심제도의 존재의의가 있겠습니까?
양자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의미가 있는 것이죠
판결이 내 생각과 일치하면 환호작약하고 판결이 내 생각과 다르면 판사 신상털이하고
법치주의의 종말을 선언해버리는 저런 식의 글은 솔직히 제 관심 밖에 있습니다.
덧>
정리해서 쉽게 말씀드리면 "2심에서 증거가 채택되었다"는 것은 같은 증거를 두고 판사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자료 자체가 새로 추가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들 증거를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유무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판사의 성향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 자유심증주의란 그런 의미죠. 그러나 애초에 제가 비행소년님의 물음에 답한 것은 자유심증의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2심에서 증거가 새로 인정될 수 있는지, 대법원에서도 증거를 새로 채택할 수 있는지, 재판부의 구성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어떤 시각에서 봐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글과는 전혀 맥락이 다르고 재판 결과가 옳으니 그르니 하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일 뿐입니다.
한그루/
1. 고의와 과실은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법관의 자유재량이 지배하는 영역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증거를 통해 확정할 문제입니다.
2. '사람이 맞아 죽었다.' 이것은 사실 입니다. 증거가 아니고. 증거란 사람이 죽었다면 그 시체같은 것, '맞아'죽었다면 병으로 죽은게 아니라 '맞아' 죽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 같은 것을 증거라고 하는 것입니다.
3. 써놓은 1심과 2심의 내용만으로는 내부 판단과정을 알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어쨌거나 1심과 2심이 사실확정 내용이 다른데 이것이 증거 자료가 확장된 결과인지 증거가치가 상승한 것이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비행소년님 본글과 기사만으로 봤을 때 증거로 채택되었다는 문구가 있으므로 이것은 증거자료가 추가된 것으로 봐야합니다. 여기까지는 증거능력의 문제입니다. 물론 새로운 증거가 추가된 결과 기존의 증거의 증거가치가 보강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유심증의 문제이고 증거 해석문제입니다. 2심 판결과 1심판결이 왜 달라졌는지는 구체적으로 판결문 등을 검토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4. 그러니까 "1심판결의 자료가 된 증거들에 대한 해석만으로는 유죄가 입증되었다고 보기 힘들었는데 2심에서 새로 추가된 증거까지 포함하여 다시 판단해보니 유죄의 심증을 굳힐 만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더라. 그래서 재판 결과가 달라졌다"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른 증거도 없이> 판사가 어떤 인간이고 예전에 무슨 판결을 했었고 법원의 승진시기가 어쩌구 해버리면 답 안나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여기서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 판사가 예전에 어떤 편향적인 판결을 내린 전력이 있다고 하여 이번에도 그랬을 것이다? 이런게 심증 뿐인 상황이죠. 즉 1심의 판결에 대해 법치주의가 죽었다고 성토하는 아이엠피터의 글은 자승자박입니다. 판사의 신상을 털어 1심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그야말로 법치주의가 객사한 꼴이라는 것입니다. 2심 판결의 판사가 야권 성향이라서 치우친 판단을 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 전체 국민의 절반은 될 겁니다.
한그루/
1. 폭행의 고의란 "누구를 때린다는 그 자체에 대한 인식과 때리려는 의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왜" 때리려고 했을까?는 고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돈을 받기 위해서..분풀이로.. 이런건 폭행의 동기 내지는 목적이지요.
고의 인정 여부와는 무관계한 것입니다.(물론 고의 인정의 간접증거는 될 수 있습니다만)
"뭔가를 때린다는 의사로 팔을 휘둘렀고 그것이 맞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점이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면 고의 인정은 끝난 것입니다.
2. 증거로 "채택"했다는게 증거능력을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법정에 현출될 수 있는 수많은 증거 중에 "채택"받은 증거만이 증거능력이 있습니다.
그 후에 그 증거가 믿을 만한가(사실에 부합하는가)를 따지는 겁니다. 이건 증명력.
증거능력은 증명력 판단의 선행조건, 즉 전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그루님은 양자를 자꾸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한 말씀을 반복하시는거에요.
증거능력이 없으면, 즉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 아예 판단 자체를 안합니다. 그냥 없는셈치는 거에요.
채택된 증거들(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와 유리한 증거가 혼재되어 있겠죠) 중에 어느게 더 믿을 만한가
이게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 문제라는겁니다.
기사에서 증거로 채택하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전자의 의미입니다.
이 이상 더 설명하기는 어렵군요.
법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으신걸로 알고 있는데
스스로 장시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탐구하지 않으면
제 설명만으로는 본의를 깨닫기 어려우실겁니다.
3. 아이엠피터의 글에 대해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그저 제 주관적 감상일 뿐입니다. 제 판단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전문을 본 후에 그에 따른 제 의견을 피력하겠습니다만, 신문에 나온 기사로 보아 3심에서 뒤집어진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2심의 김상환 판사는 증거주의가 정착된 요즈음의 사법부 분위기와 달리 본인의 자의적 해석을 많이 가미하여 판결했고, 다른 재판에서는 엄격한 증거를 주문해 무죄 판결이나 영장기각을 한 것에 비해 이번 원세훈 판결에서만 유독 그런 기준이나 원칙을 버린 듯해 그의 판결에 일관성은 없어 보입니다.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이번 2심 판결을 보고 느낀 첫 소감입니다. 가능하면 법에 근거하고 증거에 근거해 판사의 자의적 판단은 가급적 배제되면 좋겠습니다.
2심 판결문이 입수되어 읽어 보고 좀 더 자세한 의견을 내도록 하지요.
'2012년 1월'만을 기준으로 사이버활동 시기 전체의 성격을 규정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사이버활동의 시기를 2012년 8월 20일 이전과 이후로 구분했다. 김상환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활동이 오래 전부터 해온 일이어서 선거와 연관 있거나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해 보통 '선거 국면'으로 인식되는 시점은 과연 어디일까 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새누리당 후보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 경쟁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심리전단 직원들이 2012년 1월 1일부터 12월 19일까지 전파한 트윗 27만 3192건을 '8월 20일' 기준으로 분석했다.
전체 트윗 중에서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선거글'은 15만 3331건(56.1%)를 차지한다. 그런데 2012년 1~6월까지만 해도 적게는 3%, 많게는 16% 정도였던 선거글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높아졌다. 7월 들어 선거글은 정치글 분량을 역전했고, 박근혜 후보가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에는 현저히 늘어났다. 그 결과 8월에는 전체 77%까지 치솟는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선거글 비중은 차츰 줄어든다. 재판부는 하지만 선거글 내용이 '문재인·안철수 반대, 새누리당 지지'라는 경향을 꾸준히 드러내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심리전단 직원들은 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의혹이나 문재인 후보와 NLL(서해북방한계선) 문제 관련 글을 적극 퍼뜨린 일 역시 그들이 선거 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해 사이버활동을 한 흔적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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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2012년 1월 1일~12월 19일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윗27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 심리전단 직원들의 선거글이 대폭 증가하는 것 등을 토대로 원세훈 전 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인정했다. | |
ⓒ 박소희 |
김상환 부장판사는 이 맥락에서 볼 때, 국정원은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무겁게 인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으로선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심리전단 사이버활동을 통제하고 점검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국정원은 기존에 해오던 정치관여 활동은 물론, 명백히 드러날 정도로 선거관여 활동 규모를 증대했다"고 지적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의) 구체적인 활동 내역도 후보자의 동선과 활동, 주요 쟁점에 정확히 기초해 이뤄졌다.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개입한 것이며 (그 자체가) 편파적인 개입이다. 선거글에서 '종북세력에 대한 사이버심리전'이라는 명분을 도대체 읽어낼 수도 없었다. 이 사건 사이버활동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공직선거법 85조 1항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되살아난 시큐리티 파일, 원세훈을 잡다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에는 '시큐리티 파일'의 부활도 한몫했다. 이 파일은 검찰이 심리전단 김아무개 직원의 이메일 압수수색에서 찾아낸 텍스트 파일이다. 여기에는 트위터 활동을 전담한 안보5팀 팀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정보와 주요 이슈·논지 등이 담겨 있었다.
김아무개 직원은 당초 검찰 조사에서 파일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1심 법정에서는 "이 파일을 직접 작성했는지, 전달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1심 재판부는 그의 법정 진술을 볼 때 시큐리티 파일 작성자가 불분명하므로 형사소송법 313조에 어긋난다며 이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전문).
핵심 증거가 날아가자 검찰은 전략을 수정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선 이 파일의 작성자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 김 직원의 '내게 보낸 메일함'에서 발견됐고 ▲ 파일에 있는 트위터 계정은 심리전단직원들이 사용한 것임이 확인됐다며 시큐리티 파일은 형사소송법 315조 3호가 정한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시큐리티 파일은 살아났다. 같은 이유로 1심 재판부가 배제했던 '425지논 파일' 역시 항소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관련 기사 : 파일명 '시큐리티', 원세훈 항소심에선 살아날까).
두 파일의 부활로 국정원 트위터 계정 수가 대폭 늘어났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트위터 계정 1157개 가운데 단 175개만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716개를 인정했다. 시큐리티 파일을 바탕으로 기초계정 269개와 이 계정들이 작성한 글 등을 '트윗덱' 프로그램을 이용해 퍼뜨린 계정 422개, 직원들 이메일에서 나온 계정 25개를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재판부는 이 계정들을 바탕으로 2012년 8월 20일 이후 국정원이 벌인 사이버활동은 '선거운동'이란 결론을 내렸다. 부활한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개입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명백히 드러냈고, 원세훈 전 원장을 구치소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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