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크로를 보노라면 21세기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의 환생을 보는 것 같습니다.

비행소년님이 <자본소득세를 현행대로 그대로 두고 근로소득세의 누진율을 강화하면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주장에 제가 그건 말도 안된다고 반박하자 여기 아크로 회원들 대부분이 비행소년님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서더니 급기야는 에노텐님이 비행소년님의 주장이 맞다며 예시를 들어 증명하고 나섭니다.

http://theacro.com/zbxe/free/5157133

제가 에노텐님의 예시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 예시에서의 증명도 모순이라고 세세히 설명했지만, 에노텐님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마치 제논이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역설로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더군요.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의 궤변도 이렇게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비행소년님은 에노텐님의 예시나 증명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에노텐님이 자신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고 “유레카”를 외치며 자신의 발제글에 에노텐님의 예시를 덧글로 붙이기도 했지요.

제가 아크로에 글을 쓰고 눈팅을 한 이후로 이런 당혹스럽기도 처음이었고, 지인들에게 아크로를 소개한 것이 후회되기도 처음입니다.


각설하고 지금부터 에노텐님의 예시와 증명이 왜 엉터리이고 소피스트들의 궤변보다 못한지 반론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에노텐님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상황: 3명의 국민이 있는 국가(국민 A: 세후 근로소득 $10, 국민 B: 세후 근로소득 $50, 국민 C: 세후 자산소득 $100).
변화: 근로소득의 누진율을 높여 국민 B의 세후 근로소득이 $50에서 $40으로 줄어듬.

즉,                         A         B        C
세후소득(변경 전)           $10      $50     $100
세후소득(변경 후)           $10      $40     $100

변경 전과 변경 후 어느 쪽의 양극화가 심한가요? 길벗님은 근로소득자인 A와 B의 격차가 $40에서 $30으로 줄었으니 변경 후 양극화가 완화되지 않았냐고 주장하고 계시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자산소득자 C와 근로 고소득자인 B의 격차는 $50에서 $60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제 길벗님이 양극화의 지표로 삼는 지니계수를 알아보겠습니다. 총 인구가 3명밖에 되지 않아 정확한 계산이 어려우니 상대적인 크기만 비교합니다. 우선 3명 중 하위 2명의 인구누적비율은 67%입니다. 이들 하위 2명(A와 B)의 누적소득비율이 67%에 도달하면 완전한 평등상태이고 여기서 멀어질수록 지니계수가 증가합니다.

변경 전 누적소득비율: 60/160 * 100(%) = 37.5%
변경 후 누적소득비율: 50/150 * 100(%) = 33.3%

즉, 변경 후의 경우가(자산소득은 내버려둔채 근로소득의 누진만을 올렸을 때) 오히려 지니계수가 증가(악화)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누진을 모두 증가시킨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세 사람의 세후소득은 각각 $10, $45, $90이 됩니다. 이때의 누적소득비율은 55/145 * 100(%) = 38.0%로 약간이나마 개선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위의 예에서 근로소득에만 누진을 강화하면 지니계수로 표현되는 양극화는 오히려 악화되고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을 동등하게 누진시키면 지니계수가 개선됨을 알 수 있습니다.>

에노텐님의 주장은 직감적으로 보더라도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근로소득세 누진율을 이번에는 강화하지 않고 반대로 완화할 때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즉, A의 근소세율을 올려(50%) 가처분소득 5, B는 A보다 세율을 적게 올려(10%) 가처분소득이 45가 되었을 때 양극화가 완화되었는지 심화되었는지 살피면 됩니다. 에노텐님의 지니계수 계산방식대로 하면 변경후 하위층(A+B) 누적소득비율이 50/150=33.3%가 되어 변경후의 경우(자산소득은 내버려둔 채 근로소득의 누진을 내렸을 때)가  지니계수가 증가(양극화 악화)됨을 알 수 있습니다.

에노텐님의 예시는 근로소득세의 누진율을 올려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누진율을 내려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순이 생기죠.


에노텐님의 예시대로 한다면 근로소득세는 그대로 두고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완화해도 양극화가 완화되는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근로소득만 있는 A,B,C,D가  있고, 이들의 소득이 10, 20, 30, 40,이라고 하고, 자본소득만 있는 E,F의 소득은 각각 70, 100이라고 합시다. 이제 근로소득세는 그대로 두고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완화하여 E에게는 자본소득세율 20%, F에게는 자본소득세율 10%를 적용하여 가처분소득이 E는 56, F는 90이 되었다고 합시다. 이제 에노텐님의 방식대로 지니계수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하위층 A,B,C의 누적소득비율은 변경전의 (10+20+30)/(10+20+30+40+70+100) = 22.222%이었는데, 변경후 누적소득비율은 (10+20+30)/(10+20+30+40+56+90) = 23.438%로 올라가 양극화가 완화되었지요. A,B,C,D의 중하위층을 묶어 그 누적비율을 계산해 보아도 역시 양극화가 개선(완화)되는 것으로 나오지요. 이를  지니계수가 0가 되는 대각선과 이들의 로렌츠 곡선 사이에 생기는 불평등면적을 실제 계산해 보아도 불평등 면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근로소득세는 그대로 두고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완화해도 양극화가 완화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요. 사실은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완화하면 지니계수가 올라가 양극화가 심화되는데도 이런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예를 들면 양극화가 완화되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비행소년님과 에노텐님은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완화하면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런 식의 예시나 논리라면 근로소득세는 누진율을 강화하면 양극화를 심화시키니 근로소득세 누진율을 높이면 안되고,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완화(내림)해도 양극화가 완화되니 누진율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죠. 이런 주장을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서 주장해 오면 님들은 그들의 주장이 옳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동조하시겠습니까?

이제 님들의 주장이 왜 잘못되었는지 이해되셨는지요?

* 우리나라 실제 상황에 맞춰 자본소득세는 그대로 두고 근로소득세의 누진율을 높였을 때 지니계수가 올라가는지(양극화가 심화), 내려가는지(양극화 완화)를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자를 10분위로 나누고 1분위는 가장 저소득층, 10분위는 가장 고소득층으로 하고, 이들의 소득은 근로소득과 자본소득(근로소득 외 소득)으로 나누고 각 소득별 비중은 조세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저소득층은 근로소득 비중이 높고 고소득층은 근로소득 비중이 낮은 것으로 설계하였습니다.

변경 전의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  6분위  7분위  8분위  9분위  10분위

근로소득   0.80   1.50   2.10   2.72   3.30   3.84   4.34   4.80   5.22   5.60

자본소득   0.20   0.50   0.90   1.28   1.70   2.16   2.64   3.20   3.78   4.40

총소득     1.00   2.00   3.00   4.00   5.00   6.00   7.00   8.00   9.00  10.00

누적(A)    1.00   3.00   6.00  10.00  15.00  21.00  28.00  36.00 45.00  55.00


이제는 자본소득세는 그대로 두고 근로소득세 누진율을 강화해 보겠습니다. 소득 1~5분위까지 근로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에게는 근로소득세율을 현행대로 하고, 근로소득이 많은 6~10분위 계층에게만 근로소득세율을 10%씩 높여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6분위에게는 낮게, 10분위에게는 높게 세율을 올리는 것이 누진율 강화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나 편의상 간단히 하기 위해 이렇게 설정했습니다.)

구분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  6분위  7분위  8분위  9분위  10분위

근로소득   0.80   1.50   2.10   2.72   3.30   3.46   3.91   4.32   4.70   5.04

자본소득   0.20   0.50   0.90   1.28   1.70   2.16   2.64   3.20   3.78   4.40

총소득     1.00   2.00   3.00   4.00   5.00   5.62   6.55   7.52   8.48   9.44

누적(B)    1.00   3.00   6.00  10.00  15.00  20.62  27.17  34.69 43.17  52.61

환산(C)    1.05   3.14   6.27  10.46  15.68  21.56  28.40  36.70 45.13  55.00


변경 전의 누적소득(A)와 변경후의 누적소득(B)를 가지고 각각 로렌츠 곡선을 그려보고 지니계수 0가 되는 대각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불평등면적) a를 계산하고 대각선과 X축과 Y축이 만나는 삼각형의 면적에서 이 불평등면적(a)을 뺀 면적(b)도 계산해서 지니계수 a/b를 산출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쪽이 더 큰 숫자가 나오나요? 당연히 변경 후(근로소득세 누진율 강화)가 변경 전보다 작게 나옵니다. 따라서 근소세 누진 강화하면 양극화가 완화되지요.

굳이 불평등면적을 계산해 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근로소득세 누진 강화 후의 누적소득(B)를 변경 전의 누적 총소득 155에 맞춰 환산해 놓은 환산 누적소득(C)와 변경전의 누적소득(A)와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오지요. C의 로렌츠 곡선이 A의 로렌츠 곡선보다 항상 높게 위치해 대각선과 가까이 있게 되어 C의 불평등면적이 A의 불평등면적보다 작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죠.


자본소득세 누진율을 높여도(강화해도) 불평등면적이 지니계수가 내려가 양극화가 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근로소득세나 자본소득세의 누진율을 강화하면 양극화는 완화됨이 증명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