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다보니 여당 지도부가 정부(정권)에 대고 정치적 공세를 하는 일을 보게 되네요.

유승민이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자신이 대통령인 양 이래라 저래라 난리도 아니네요. 김무성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놓고 정부의 복지정책을 깠습니다.

그런데 김무성과 유승민은 정부(박근혜 정권)를 까긴 깠는데 자신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방향을 내놓지는 않고 있죠. 증세를 안하고 복지도 않겠다든가,  증세를 해서 복지를 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아무런 방향 제시도 없습니다. 이런 새누리당 지도부의 태도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가 우회적으로 역공을 하는 발언을 당청회의에서 내 놓습니다. 증세와 복지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서 답을 주면 거기에 맞춰 정부의 안을 내겠다고 했지요. 최경환의 이 말은 정치적 레토릭은 그만 하고 니들 뜻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라는 요구이지요.

김무성과 유승민의 <증세 없는 복지 비판>은 겉보기에는 타당해 보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박근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생각입니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조달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1)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신설해서 세수를 올리는 방법. - 이 방법을 통상적으로 증세라고 부르죠.

2) 세율 인상은 없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공제 혜택 축소, 세원의 확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담배값 인상 등의 합리적 세제개편으로 세수를 올리는 방법. - 이 방법은 실질적으로 세수가 증가하나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이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인 증세와는 구분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증세라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3) 경기활성화로 개인의 소득 증대, 법인의 이익 증가,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세율은 그대로 이지만 과세금액이 커지게 됨에 따라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법인세 포함), 양도소득세, 증여/상속세가 자연스럽게 더 걷혀 세수가 증가하는 방법.

4) MB 정권의 4대강 사업(22조 투입) 등 불필요한 SOC 사업을 줄여 그 재원을 복지 예산으로 돌리는 방법.

5)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개혁하여 이들 연금의 적자를 정부가 메워주는 금액을 줄여 그 금액을 복지 예산으로 하는 방법.

6) 코레일 개혁 등 공기업의 대대적 개혁으로 공기업 적자를 정부 예산으로 메워 주던 것을 줄여 복지 예산으로 돌리는 방법.

7) 방산 비리, 원전 비리, 자원외교 비리 등을 척결하여 비리로 인해 새어나간 예산을 막아 그 만큼을 복지 예산으로 만드는 방법.

8) 비생산적인 조직(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복지 예산으로 돌리는 방법.

9)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세수를 늘리는 방법


1)을 빼고 2)~9)까지가 증세없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이 방법을 동원하여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입장에서 <증세 없이 복지>를 하겠다는 의미로 말한 것입니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을 하여 증세하기 전에 이 방법을 선행해서 실행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의 방향은 제대로 된 것입니다. 2)~9)의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 재원이 모자란다면 마지막으로 1)의 증세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구요. 저도 1)의 방법도 어느 정도 동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행의 선후에 있어서는 정부의 방향이 맞다고 보지요. 

그리고 1)의 방법은 현재 경기침체 상황에서 동원하는 것은 타이밍상 적절치 못하다고 보이고 오히려 경기침체를 악화시켜 기대했던 세수의 증대와 다르게 세수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어 그 동원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2)~9)는 복지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고 사회를 개혁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복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서민과 빈곤층을 지원하는 유형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무전유죄/유전무죄가 되지 않는 법치주의 확립, 공정하게 경쟁하고 정당한 댓가를 받는 사회, 합리적 운영으로 경제사회 효율성 향상 등의 보이지 않는 무형적 복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무성과 유승민은 정부가 하고자 했던 2)~9)의 실행에 대해 협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소동에서 보듯이 엄연히 자신들(국회, 여야)이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에 따른 것인데 이제 와서 김무성은 정부 탓이나 하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적극 나서 방어해 주어야 하는데 정부 탓만 하고 있죠. 담배값 인상도 명분이 있고 올바른 방향이라면 여당이 나서서 적극 방어해야 하는데 수수방관이었습니다.

경기 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가 필요한데 경기활성화나 민생법안을 국회에서 1년 이상 잠재워 두었지요. 정부의 여러차례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여당으로써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습니다.

심지어 공무원연금개혁을 박근혜가 2014년말까지 완료해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은 시한을 정하면 안된다고 딴지를 걸기도 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지금 국회가 공무원연금개혁에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상태라면 공무원연금개혁은 올해 안에도 힘들지 싶습니다.

코레일은 최연희 사장의 뚝심으로 수천억 적자에서 작년에 첫 흑자를 내었다고 하지요. 코레일 노조 파업에 정부가 그렇게 강경 대처하여 원칙을 지켜 나갈 때 고춧가루를 뿌린 것도 김무성이었습니다. 코레일 뿐아니라 공기업들의 개혁은 복지 재원 확충 뿐아니라 우리사회 개혁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죠.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세월호 특별법으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만 수백억이 들어갈 판이고, 유족에 대한 국가보상금도 천억 이상이 들어갈지 모릅니다. 유족 보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쓸데없이 2년간이나 120명이나 되는 조직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를 운영해 혈세를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요?


김무성이나 유승민이 2)~9)와 같은 복지 재원 확보 방안을 정부가 하고자 할 때 얼마나 협조를 했나요? 협조가 아니라 오히려 딴지를 걸지를 않았습니까? 이래 놓고는 이제 와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2)~9) 방안에 적극 협조하고 나서 저런 비난을 하면 그럴 자격이 있고, 박근혜 정부도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겠지요.

여러분들은 2)~9)의 방법을 실행해 보지도 않고 곧바로 1)의 방법을 하겠다고 하면 수긍하시겠습니까?

이래 놓고는 여야가 하는 꼬라지 보세요. 온통 관심이 개헌에 가 있습니다. 새민련은 내년 총선에 개헌도 함께 하겠다고 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개헌에 동의하는 인간들이 많죠.

지금도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국회의 권력이 정부보다 앞서는데,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로 개헌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들의 권력 나눠먹기 놀음 밖에 더 되겠습니까? 개헌문제로 날을 새면서 언제 복지정책 만들고 세수 증대 방안을 짜며, 공무원연금개혁은 어떻게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