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피케티 비율에 대한 설명


피케티가 거의 300년에 걸친 불평등의 역동적인 모습을 정리해낼 수 있도록 만든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모델은 과연 어떤 것인가? 피케티 모델은 다섯 가지 경제변수들, 즉 자본소득분배율(α), 부/소득비율(β), 자본수익률(r), 저축성향(s), 국민소득증가율(g)로부터 출발한다.

‘피케티 비율’이라 부를 이 변수들에 대해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보자. 생산된 소득은 자본 소유자와 노동자가 나눠 갖는다. 자본 소유자가 가져가는 몫의 비율은 자본소득분배율,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의 비율은 노동소득분배율이다. 만약 당신의 연봉이 4천만원인데 재산(부)은 2억원이라면, 부/소득비율은 5가 된다. 즉, 연봉의 5배에 해당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2억원의 재산을 1년 동안 굴려 1천만원의 수익을 거뒀다면 자본수익률은 5%다. 연봉 4천만원 중에서 사용하지 않고 남은 돈이 400만원이라면 당신의 저축성향은 10%다. 만약 내년에 연봉이 4100만원으로 오른다면 소득증가율은 2.5%다.



성립할 수 없는데 성립하는 ‘자본수익률>성장률’

만약 어느 치킨가게 주인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벌었다면, 한국은행이 작성해 발표하는 전통적인 통계에서는 200만원 전체를 자본소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자본을 소유하는 동시에 스스로 일해야 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200만원 중 일부는 노동소득으로 계산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자영업자의 소득을 부분적으로 보정해준 결과, 한국의 자본소득분배율은 지난 10여 년간 상승세를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꿔 말해 노동이 가져가는 몫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2010년 이후 그 추세가 약간 꺾이기는 했지만, 예전에 국민소득의 25% 내외를 자본이 가져갔다면 현재는 30% 이상을 자본이 가져간다.



이미 지나치게 높은 부/소득비율

이제 피케티의 ‘첫 번째 기본법칙’으로부터 자본소득분배율(α)을 부/소득비율(β)로 나눠주면 자본수익률(r)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피케티가 정의한 개념의 소득증가율, 즉 성장률(g)과 비교한 것이 <그림3>이다. 한국의 자본수익률은 민간 부 기준으로 4%대 초반, 국부 기준으로 3%대로 주요국의 자본수익률과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높았기 때문에 양자의 격차(r-g)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물론 2012년과 2013년에 소득증가율이 각각 2.3%, 1.98%로 예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양자의 격차가 어떻게 변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저축률(s)을 보자. 국부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에 맞게 국민저축 개념을 이용하되, 피케티의 방식대로 고정자본소모(감가상각)를 제외한 ‘순저축’ 개념을 이용한다. 분석 결과 2000년에서 2012년까지 국민순저축률은 평균 19% 정도였다. 물론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난 경향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 성장률과 저축률은 과거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2013년에 순저축률이 18%로 하락했으므로 앞으로도 이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소득증가율을 연평균 3%로 잡는다면 ‘균제상태’의 β는 18/3=6이 된다. 소득증가율을 2.5%로 낮춰 잡는다면 β는 18/2.5=7.2이다. 국부 기준으로 2012년의 ‘실제’ β는 9.54나 되니, 한국의 부/소득 비율은 이미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피케티 비율의 추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가 설명해야 할 것은 한국의 부/소득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부/소득비율의 증가와 자본소득분배율의 상승(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실제로 토마 피케티는 부가 증가하는 데 저축과 자본이득이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계산했다.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1970~2010년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저축에 의한 증가 부분이 약 60%, 자본이득에 의한 증가 부분이 40%였다(독일만 예외적으로 자본이득 기여분이 마이너스였다). 어쨌든 자본이득의 기여분이 0을 넘는다는 것은 부의 가치가 물가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그래프는 우리나라의 자산가격상승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를 보여준다.

그래프를 보면, 2006년과 2007년에는 자산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고, 그 뒤 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자산가격상승률이 여전히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소득비율이 증가하게 된 것은 저축을 많이 한 까닭일 수도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발생한 자본이득 때문이기도 하다. 즉, 과거 한국에서 부/소득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높은 저축률과 높은 자본이득률의 상승작용에 의한 것이다. 필자는 피케티의 방식을 적용해 2005~2012년 한국의 실질 국부 상승을 저축에 의한 부분과 자본이득에 의한 부분으로 분해해봤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국부는 이 기간에 40% 정도 증가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43%는 저축에 의한 것이지만 나머지 57%는 실질 자본이득에 의한 것이었다. 피케티가 분석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자본이득의 비중이 훨씬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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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