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든살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50이 다되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남편과 다섯남매를 버리고 님을 찾아 떠난 할머니입니다.

할머니의 남편은 자괴감으로 인하여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사랑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간 그 님은 할머니를 그다지 사랑해주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속이 많이 썩었고 괴팍스럽고 인색한  할아버지 비위를 맞추느라 심장에 병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30년을 살아오다가 할아버지를 먼저 보냈는데 할머니는 오 갈데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식을 생각해서 혼인 신고를 안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법적으로 남이 되어 버린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식들에게서는 아무런 물질적인 지원도 받지 못하고 딸에게 의탁하여 살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하고 타지에서 사는 것이 힘들었나 봅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원룸을 얻어서 살았지만 병이 나고 노인 요양원에 일년동안 있다가 돌아가시게 된 것이지요


할머니가 30년이 넘게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할아버지 자식들이 짐을 덜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친자식들이 장례를 치르고 상주가 되었는데 그래도 30년동안 할머니, 어머니하고 지냈던 할아버지쪽 자녀들은 잠간 문상을 하고 끝입니다.


상복을 입어야 당연하지만 그것도 어쩌면 어색한 일이고 찾아오는 지인에게 인사시키고 설명하기도 곤란한 일이기도 합니다.

친자식은 아니지만 30년동안 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내였던 할머니의 죽음에 부고를 내고 같이 한가족이 되어 장례를 치를수는 없는 건지

만일 혼인신고를 하여 법적으로 어머니가 되었으면 어떠한건지


이제 할머니는 원래의 남편 무덤 옆에 모신다고 합니다.

원래의 남편은 죽어서라도 내 아내를 찾았다고 기뻐할까요?

아니면 이제사 뭐하러 왔느냐고 할까요?


입관을 하는데 서럽게 우는 딸의 모습을 보면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걸까요?


우리의 인간관계는 어느것이 진실일까요?

30년동안을 한 가족으로 지냈어도 피가 섞이지 않았으면 그냥 아무 관계도 아닌 것일까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할머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욕을 먹으면서 사랑을 찾는 모험을 했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비극적이었습니다.

몸이 아파 입원하면 양쪽 자녀들은 눈치를 보면서 서로에게 떠넘깁니다.

친자식들은 어머니가 당신 아버지 돌보고 당신집에서 살았으니 당신들이 책임져라는 것이고

할아버지 자식들은 당신들이 친자식이니 당신들이 부담하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돈이 있고 잘 살았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까요?



결국은 피를 나눈 자식들이 짐을 지게 되었고 피가 무엇보다 우선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피를 나눈 친 자식들의 어머니로 돌아갔고 자식들은 그 어머니를 장사지내었습니다.

이제 그리고 할아버지 댁에서 할머니의 존재는 잊혀지고 사라져서 언젠가는 본래부터 없는 사람이 되겠지요


이 할머니의 비극은 사실 우리나라 모든 가정의 아내와 남편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이혼하면 남이되는

아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고 이혼하면 처제도 장모도 매제도 처남도 남이되는 우리네 인생

우리의 결혼

핏줄이 그렇게 중요한건지

왜 핏줄이 그렇게 중요해야 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내가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친척 친구 아내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왜 우리는 30년이나 한 가족으로 살았으면서도 남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 자녀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문제는 또 달라지고 복잡해지겠지요

참 인생 의미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