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우주로 보내자!"


마치 쓰레기 뭉치를 하늘에 던지면서 "저 하늘의 별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황당무계한 것 같고 일반인이 하기엔 힘들어 보이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그리고, 밑의 글은 그걸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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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이 사람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넘어가지요.


이 사람들은 Anamanaguchi라는 뉴욕 출신 칩튠 밴드의 멤버들인데, 칩튠이라는 장르는 옛날 게임기(특히 패밀리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를 내는 음악을 하는 장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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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managuchi - My Skateboard Will Go On


이런 스타일인데, 특히 이 밴드는 고전 게임기 풍의 음색과 밴드의 연주를 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밴드는 2004년부터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에서 큰 인지도를 얻었고, 2013년에 새 앨범 Endless Fantasy를 제작할 금액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투자를 신청하는 글을 올립니다.


결과적으로 이 펀딩은 엄청나게 성공했는데, 시작 11시간만에 목표치인 5만 달러의 펀딩을 모았고, 28일의 기간동안 27만 7천달러의 펀딩을 모으면서 당시까지 있었던 음악 부분 킥스타터 펀딩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을 모읍니다.



그리고 앨범의 첫번째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멤버들은 우주로 피자를 올려보자는 발상을 하게 된 겁니다.


우린 온라인 영상에서 사람들이 잡다한 물건들을 우주로 보내는 걸 봤는데, MIT인지 하버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햄버거를 보냈었는데, 우리가 알기로는 아무도 이전까진 피자를 우주로 보내진 않았더라고요. 우린 피자가 우주로 보내기에 확실히 가장 쩌는 물건이라고 생각했고요.


-베이시스트 James DeVito



하지만 멤버들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서 막막해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때에 주위 사람에게 우주로 물건을 올려 본 사람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과 연락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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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피자를 락카로 칠해서 신선하게 보이게 만들고 아크릴 판에 떨어지지 않게 붙인 다음, 그 판을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있는 스티로폼 상자에 연결해서 피자를 계속 찍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에다 위치를 10분마다 알려주는 GPS와, 유쾌하게도 밴드의 곡이 들어있는 아이팟 셔플을 넣어서 상자에서 계속 밴드의 음악이 나오게 만들었죠.


그리고 상자 겉면에는 '대학교 과학 프로젝트'라는 문구와, 멤버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써넣었죠. 상자가 떨어져서 누군가가 발견하면 연락이 되어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 상자를 헬륨 가스를 가득 채운 기상 관측 기구(weather balloon)에 매달고, 하늘로 올리면 끝입니다.


이게 간단한 작업인 것 같지만, 대기권 바깥에까지 올라가는 부력과 저 상자의 질량으로 인한 중력의 효과를 계산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겠지요.



밴드는 안전상의 문제를 고려해서 한적한 교외의 공원에서 이 풍선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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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가는 피자와 그걸 찍는 상자, 그걸 하늘로 올리는 풍선이 보입니다.



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멤버들은 기뻤겠지만, 몇 시간 넘게 GPS 신호가 잡히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던 도중 경찰서 부서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멤버(상자에 메일주소를 썼던)에게 메일이 옵니다.


'지금 수상한 상자를 조사중이고, 이 상자에 쓰인 메일 주소로 연락했다. 빨리 연락하라.'


멤버들은 왜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지 잠깐 당황하다가, 정말 다행히도 그 경찰이 당시 같이 있던 멤버들의 친구와 잘 아는 사람이어서(지인의 동생의 친구의 아버지) 전화로 자초지종을 듣게 됩니다.



저 상자가 아이가 놀고 있는 어느 집 마당에 떨어졌는데, 가족들이 깜짝 놀라서 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서에서는 주 경찰에 연락해서 폭탄 제거반 출동을 요청할 뻔 했다고 말이죠.


저 일이 있었던 때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아서 상당히 민감한 때였는데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상자(아이팟 셔플이 그때까지 켜져 있었다고 합니다)가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래서 만약 그 친구가 연락하기 전에 경찰에서 폭탄 제거반을 요청했으면 아마 저 상자 안의 물건들은 모두 해체됐을 거고, 결국 녹화된 영상은 모두 날아갔을 겁니다. 참 타이밍이 좋았던 거죠.



이 사건에 대해서 멤버들은 경찰에게 한소리 듣긴 했지만 결국 상자를 돌려받게 됐고, 카메라에는 우주 밖으로 나간 피자의 모습이 생생히 찍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넣게 됩니다.


그리고 저 위의 킥스타터 페이지에 '우리가 여러분의 펀딩으로 한 첫번째 일은 뮤직 비디오에 쓰려고 피자를 우주에 보낸 겁니다.'라는 공지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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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managuchi - Endless Fantasy


그렇게 해서 완성된 뮤직비디오입니다.


피자가 하늘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인데,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우주에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친숙한 음식(저 사람들 기준으로)인 피자가 떠있는 모습은 이질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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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제가 쓴 글은 이 영상의 내용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영상의 처음과 끝에 버즈 올드린의 인터뷰를 삽입한 것이 인상적이죠.



다만 이 영상에 대한 유튜브 댓글은 꽤 논쟁이 격한데,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 주 비판입니다.


그러면 이와 관련되어서 문제가 없게 하려면 법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될지 모르겠네요.


유튜브에 보면 우주로 뭔가 올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며칠 전에 저 뮤직비디오를 처음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이걸 음악살롱 카테고리에 넣기는 애매하고, 과학 카테고리에 넣기도 애매하지만, 여러 측면들이 섞여있다보니 이걸 모두 포용하는 카테고리로는 문화가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문화 카테고리에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