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저의 주된 관심은 양극화이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처지에 있는 젊은 세대이며, 그리고 이런 것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복지와 경제 민주화 문제에 있습니다.

최근 아크로 게시판도 그렇지만 세금 정산때문에 왈가왈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솔까말 저는 별로 관심이 안가요. 어떤 분은 데이터 보여주면서 이번 정부가 잘하고 있다라는 큰 소리도 치시는데, 제 기준에는 아무리 처다봐도 전과 별로 차이가 나는 것이 있어야 말이죠. 세금 폭탄이라고 말하는 언론들도 물론 대단히 문제가 많지만, 반대로 이것을 가지고 잘했다라고 하는 사람도 별로 동의가 안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애써 이번 정부를 깍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만) 단지 미시적 데이터가지고 왈가왈부하기 전에 역사적/사회적 흐름에 대해서 좀 더 크게 봤으면 좋겠다라는 것입니다.

양극화는 전세계적인 문제이고, 이것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이 지구가 살기 위태로울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 5년전 이맘 때를 생각해보세요. 지금처럼 양극화의 문제에 대해서 누가 목놓아 이야기를 하던가요. 출산율 저하가 큰 위기라는 것이 피부로 다가왔었나요? 연금이 걱정되기는 했었나요. 네, 그때도 실은 연금 문제가 있다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은 아니었어요. 이야기했던 위기가 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까. 10년전 20년전부터 곪아있던 문제들이 이제야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모두가 위기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것은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이고,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바꿔야할 때가 왔다라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같이 느끼는 일종의 컨센서스가 되었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어떻게든 개혁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하는 개혁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던가요. 사실 20세기 초중반 (지금과 비슷한(?) 자본주의의 위기가 왔을 그 무렵) 미국이나 유럽에서 취했던 세제를 보자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누진세는 세발의 피도 아닙니다. 한때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최고 한계 세율이 개인 소득에 90%, 법인세에 60% 넘게까지 갔었던 때가 있었다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런 지경인데 기껏이 1%, 2% 세금 조금 올린 것 가지고 싸우고 있으니 제가 보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러니 잘했다고 하기 이전에 좀 더 등을 더 밀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온김에 미국 데이터를 하나 보여드리지요.)





2. 실은 임금소득에 누진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상속세나 임대소득세등등의 자본소득세를 지금보다 더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솔까말 후자는 그냥 놔두면서 전자만 손보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를 더 강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번 부자는 영원히 부자로 남을 수 있는 대신에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싹수를 자르는 일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말이죠.

우리가 높게 평가하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보면 임금소득세가 대단히 높은 대신에 상속세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어요. (이 부분은 저도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라 역사적으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더 이유를 좀 살펴봐야 하기는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유동성(mobility)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약점이 존재합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부자 되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소위 말하는 의사나 변호사같은 전문직의 임금도 세금 떼고 나면 얼마 안됩니다. 개천에서 용나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대신에 이것을 커버하는 사회 보장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한국은 어디 그렇던가요.) [추가: 여기서 말하는 사회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세재가 만든 부작용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는 면을 말합니다. 유럽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세금을 너무 많이 내서 부자되기 어려워~"라고 하더군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엄살입니다. 아래에서 분명히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세재 자체보다 그 걷어드린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즉, 북유럽은 (노동소득세가 높은 대신에) 사회보장과 의료가 잘되어 있고, 사회안정망과 공교육이 잘 되어 있다라는 것때문에 사회유동성 측면에서 세제때문에 생기는 이 부작용을 만회하고 남는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유럽이나 캐나다등같은 나라들에 비해서 양극화나 인종, 인권등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이들 나라보다 좋은 점은 사회/경제적 역동성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라는 것이에요. 언더독이 어느날 갑자기 불쑥 등장하는 것을 열광할 수 있는 문화와 경제적 구조가 미국에 아직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미국이 유럽보다 모든 측면에서 훨씬 더 나쁜 상태라고 하는데, 설문조사를 해보면 유럽사람들이 유럽이 평등하다고 느끼는 수준보다 미국 사람이 미국을 평등하다고 느끼는 수준이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자국내에서 경제적 유동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그런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열심히 노력만 하면 앞으로 미래에는 나와 내 자식이 잘 살 수 있다라는 희망과 꿈이 있으니 현실의 불만이 상쇄가 되는 구조란 말이지요. [추가: 이글 후에 쓴 http://theacro.com/zbxe/5156824 의 댓글 에노텐님이나 대즐링님이 쓰신 글을 보면 미국의 사회/경제적 역동성이 실제로는 유럽보다 높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사실은 미국인들은 이게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자국내의 모빌리티가 상당히 높다라고 생각한다라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작금의 대한민국보다는 미국이 더 역동적인 사회라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하면 앞으로 세재 개혁이 이런 식으로 자본 소득은 놔두거나 오히려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면서 노동 소득쪽만 건드리는 쪽으로 간다면 이런 개천에서 용나는 싹수마저 자르는 짓이다라는 경고를 하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한국의 경제 구조가 사회경제적 유동성이 없어지는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있다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 정의의 입장에서 무엇인 먼저인지 좀 더 신중이 생각했으면 합니다. [추가: 아래의 댓글들에도 여러번 강조가 되어 있지만, 이 말의 뜻은 (재정을 어떻게 쓸까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놓고) 한국같이 사회 유동성이 없는 나라에서 자본소득세는 놔두고 노동소득쪽만 올리는 식의 조세제도를 하면 양극화를 더 부축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단순히 조세재도를 잘 짠다고 해서 사회 모빌리티가 올라간다거나, 따라서 양극화가 해결된다라고 오해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합니다. 이 부분을 헤갈리시는 분때문에 이 추가글을 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진영논리에 눈이 멀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


3. 그런데, 사실 세제 개혁이라는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의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덜 중요합니다. 세금이라는 것은 쓰기 위해서 걷는 것이고, 먼저 쓸 대상이 정해져 있다면 어떻게든 명분은 만들어 낼 수가 있어요.  특히나 이번 정부나 여당에서는 그것을 훨씬 더 잘아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다음 글은 제가 2013년 여름에 있었던 박근혜 정부 초반의 세재 개혁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한 글입니다.

http://theacro.com/zbxe/899594

그 이후로 결과적으로 지난 1년 반동안 진행되어 왔던 모든 세재 개혁의 핵심은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그저 세수를 많이 늘리기 위해서 그랬던 것 뿐입니다. 어떤 분은 복지 지출이 많아져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거야 당연하죠.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노령화는 가속되어 가고 있는데 국가 지출은 전보다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제 성장은 전보다 훨씬 느려졌으니 세수가 부족한 것이고... 방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세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 뭐 알고나 하는 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 아니라 그 누가 집권하고 있었더라도 실무적인 입장에서 이렇게 따라서 갈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것 마져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그랬다라는 것은 아무도 믿지 않을테지만, 더더욱 이번 정부가 복지에 일말에 뜻이 있어서 진행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쓸까. 복지를 어떻게 할까.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만들까. 어떤 종류의 복지 시스템이 잠재 성장률을 올릴 수 있을까입니다. (추가: 그리고 세금제도는 거기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재를 잘못짜면 양극화를 더 심하게 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됩니다. 하지만, 양극화나 (또는 양극화를 없앨 수 있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이 사회 역동성은) 그저 세재를 잘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전에 써놨던 글이 있기도 하네요. 그냥 링크 하나 드리고 마칠까 합니다. 이상입니다.

http://theacro.com/zbxe/5085650



추가: 글을 써놓고 몇일 후에 파란색으로 추가를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파란색 추가 부분이 원글과 모순되는 점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다만 원글의 오해소지를 없앴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