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긍정평가)가 30%까지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사실 아무 존재감 없었던) 국무 총리가 바뀌는 것과 청와대가 일부 개편되는 것도, 임기 3년차 시작하자 마자 (그리고 연두 국정 연설 하자마자) 지지율이 뚝뚝 떨어졌다는 데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편으로 정권 초창기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70%라며,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네, 사상 최초로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이네, 하며 칭송하던 박근혜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은 지금 뭐하고 있나 쌩통이다 하는 점잖치 못한 생각도 듭니다. 아마 그때는 내심 들떠서, 이대로 5년을 마무리 하면 성군으로 역사에 기록이 남겠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 다른 대통령 후보 내세워서 5년간 쉬었다가 중임개헌 하고, (푸틴 행님처럼) 다시 대통령이 또 당선되서 그 다음 10년정도 더 할수 도 있겠다. 뭐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혼자 히죽히죽 거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다시 대선 나가서 당선 될것도 아닌데 지지율 70% 면 뭐하냐 오버하지 말았으면 했습니다. 그거 무슨 소용있냐고요. 아니다 다를까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사실은 제가 거짓말 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자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임기 초반에는 그 어떤 정부라도 지지율이 높습니다. 골수 반대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에 자신의 "기대"를 투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새정부는 이것도 해줄거고, 저것도 해줄거라고. 그리고 그 기대들은 대부분 서로 상호 모순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중심제의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면서, 일정 부분 그 정책에 의해 손해를 보는 사람들로 부터의 지지율과 바꾸게 됩니다. 덕분에 임기말로 갈수록 그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청와대와 정부는 자기들이 꼭 "하고 싶은" 일을 집권초기에 추진 동력이 있을 때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겠죠.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진건 떨어진 거일수 있은데, 그 이유가 어떤 청와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그냥 앉아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서, 지지율을 까먹고 있는 것입니다. 정윤회 국정 논라이니, 비선 실세 논란이니, 문건 유출이니, 더 멀리 가보자면 윤창중 대변인이니, 문창극 후보자니.. 자기들 끼리 문제를 만들어서 일으키다가 지지고 볶고 하다가, 어찌저찌 덮고 넘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럴때 마다 야당의 삽질을 유도해서 간신히 빠져나가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 NLL 대화록), 어쟀거나 궁극적으로 그 타격이 누적되고 있는겁니다.

이제 벌써 삼년차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정부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간신히 간신히 현상 유지만 하고있다는거? 하나 한거 있다면 이런저런 명목으로 증세하고 있다는 거? 비극이라면 비극입니다. 뭔가 하는건 없는데, 가만히 앉아서 지지율만 날리고 있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10억짜리 복권 된 사람이 뭔가 가게를 낼까, 집을 살까, 아니면 주식을 살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소비재만 사다가 시간 지날수록 돈만 날리는 느낌인 겁니다.

그리고 이런 비극의 중심에는 당연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 "무엇을 이루기 위해 대통령을 해야 겠다." 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나는 대통령이 되어야 겠다. (그래서 아버지 명예 회복 해야겠다.)" 이것 뿐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니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니, 뭔가 하고 싶은 일도 해야할 일도 이젠 더이상 없는 것 입니다. 흡사 "명문대 가기"가 인생의 목표였던 아이가, 일단 대학 합격 하고 나면 뭐할줄 몰라하다가 인생 망치는 길 가는 패스라고나 할까요?

(이점이 다른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부분입니다. 남북 관계 개선, IMF 극복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영남 민주 세력 복원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표 말고도, 심져 이명박 대통령도 '건수 벌려서 많이 남겨 먹기.'라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행인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사항이, 대통령이 자기 집안 한풀이로 5년동안 대통령 놀이 할만큼 녹녹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금 지난 몇 년간의 실기와 정책적 미스가 겹치고 가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산업 구조와 제도의 모순이 계속 들어나고, 인구 구조도 계속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어떤식으로 살아남아야 할지, 기존 수출 위주 경제를 어떻게 바뀌어야 버텨나갈 수 있을지 이런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점입니다. 근데 현 정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그 어떤 인식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야당보다 지지율이 높다는 것에만 만족하는, 아직도 자기가 선거승리만 하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부 광신 지지자들이 호언 하던것처럼, "겉으로는 멍청해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똑똑한 여장부"라서 임기동안 엄창난 일을 이루리란 기대는 이제 접었습니다. (이미 밑천 다 들어났는데, 아직도 그런 헛소리 하고 다니는 사람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와서는 차라리 본인 고집은 좀 접고, 그냥 의식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청와대로 부르던지 내각으로 부르던지 해서 그 사람들 하라는 대로 하기나 했었으면 하는 마음이 됩니다. 

같잖고, 되지도 않는 여왕 놀이 하지 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