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대해서 몇차례 글을 쓰려고 했는데, 요새 통 시간이 안나는 군요.

오늘은 한가지만 먼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기사(링크)에 나온 것 처럼 안철수의 민주당과의 합당은 최악의 선택이었나? 하는 겁니다. 지금 민주당 어짜피 친노판이고, 합당 이후 안철수 지지율 쪼그라들었는데, 완전 개털리고 주변사람 다 떠나고, 다 망한거 아니냐는 겁니다. 

뭐 그렇게 볼 수 있는 면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다면 큰소리로 딴지 걸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라고 한다면,

(a) 합당 할 수 밖에 없었고, 
(b) 안했으면 지금보다 더 망해 있었을 겁니다. 

(b)가 쉬우니까 (b)부터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당시 안철수 신당은 지방선거를 향해 맞추어져 있었었습니다. 당시 민통당은 새누리당 상대로 승리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그 때 신당을 만들자는 사람들의 밀고 있던 전략은 새누리당 한테는 지더라도, 민통당은 이기는 2등은 해서 야권 주도권을 찾아오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보수의 장량이라고 치켜세우는 윤여준씨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죠.  (윤여준: "이번 선거는 어덯게 지느냐의 싸움" 기사)

이렇게 되면 2등한 세력이 3등한 세력한테 호통질 치면서, "니들이야 말로 야권 분열 세력" 이라고 몰아세우는 그런 구도였단 말입니다. 

근데 과연 그렇게 되었을 까요?

4월에 무슨일이 있었지요?  바로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6월 지방 선거는 어쨌거나 세월호 구도에 의해 치러지게 되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의 감수성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과연 안철수 신당이 민통당 심판 한다고 하면서, 제3 대안 세력 이야기 하면서 2등하기 전략을 사용했다면, 과연 그 전략이 먹혔을 까요?

제가 보기엔 택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으로 민감해져 있는 여론에, "반새누리, 반박근혜" 몰아주기 정서로 민주당에 표가 몰렸을 겁니다. 거기에 더불어 통진당은 '세월호 피해자'를 애도하는 의미의 야권연대를 제안하고, 민통당이 호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분위기 못찾고 경쟁하는 안철수 신당은 민주 세력 분열의 핵으로 선거 전부터 찍혔을 겁니다. 선거 결과는 3등. 신당이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참채였을 거고, 안철수는 "새누리 도우미, 트로이 목마"로 완전히 찍혔을 겁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그 분위기에 휩싸여서 야권 연대에 응하기라도 하더라도, 안철수 신당의 명분과 동력은 완전 소멸이었을 거고요.

그 다음 (a)

합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딱히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2등 전략이 먹히기 쉽지 않았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 기간내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수많은 지자체에 일일히 후보 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또 3자 구도 만들어서 성공하려면, 그냥 여러군데에서 2등만 해서는 모자랐을 뿐 아니라, (세월호 사건 없었을 때도) 서울과 호남에서 당시 민통당을 이겼어야 했었습니다.  

만약 박원순을 땡겨 올 수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어려웠을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줄타기의 달인이신 박시장님이 그정도에 넘어올 리가 없으셨지요.

그치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건 "전통적 야당지지층 (즉 호남)"의 여론이었습니다. 

전통적 야당 지지층의 여론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확실하게 움직여줬다면, 안철수가 굳이 합당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근데 그 층은 (지금보다 더) 당시 민통당에 미련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아무리 이계안, 김효석 이런 사람이 안철수 신당에 가담해도 여론이 따라와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었겠지요. 민주당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있겠고. 안철수에 대해선 "저 인간이 여당이냐 야당이냐. 새누리 스파이냐." 이런 의심도 많았고, 학생운동 하던 흔한 야권 인재가 아니라 낯설다는 점도 있었고 ... 

어쨌거나 안철수로서는 이런 상황을 판단하고 (a)와 같이 합당하는 결정을 한겁니다. 그리고 (b)에서 본것 처럼 합당한 게 결과적으로는 최악은 피한 셈이 된거고요.

(c) 가끔 트위터나 기타 넷상의 안철수 지지자 분들은 합당 한거 많이들 아쉬워 하지만, 제가 보기엔 길이 없었습니다. 그분들 같은 '수도권 화이트 컬러, 라이트한 야권지지자'들만 가지고는 도저히 유의미한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어서 유지할 수 없습니다. 

안철수도 그거 알고 있습니다.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압니다. 

나중에 글을 써서 더 이야기 하겠지만, 제가 보기에 야권의 관건은 딱 한가지 입니다. 

친노 척결이니, 전당대회 룰이니, 신당이니 분당이니, 합당이니 다 방법론일 뿐입니다.

호남이 안철수 (전면적으로) 지지해 주느냐 마느냐 이거 밖에 없습니다. 

호남의 지지가 안철수한테 쏠리면, 방법이야 어찌되건 간에 야권이 개편이 될거고,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그냥 지금처럼 계속 현재 야권 주도 세력 -- 친노, 486 -- 한테 휩쓸려 다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