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父子의 최대치적은 이라크를 초토화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차츰 이 치적이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실패한 대외정책으로 낙착이 되고 있다.
사담 훗세인은 핵무기 제조시설과 엄청난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있다고 아들 부시는 떠벌리며 이라크 침공을
시작했다. 그게 새빨간 거짓말인 것은 전쟁 시작 일주 후에 즉각 밝혀졌다. 물론 미국은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란을 상대로 핵무기 사기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기를 친 것이다.
한때 이란과 대적하는 사담 훗세인을 도왔던 미국이 왜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이라크에 칼을 겨눴을까? 거기에는
난데없는 쿠웨이트 침공으로 미국에 좋은 구실을 만들어준 사담의 바보 같은 탐욕과 자만이 직접적 원인이 되긴
했지만 이스라엘의 뒤를 받쳐주는 미국 유태 세력과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이라크의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사담 훗세인 시절이 태평천하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정한 평화와 질서가 작동하고 있었다. 독재자 사담은 많은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라크
국토를 잘 보존했으며 국내 질서를 수준급으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이라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극을 생각한다면 아들 부시는 이라크를 처부시고 사담을 교수형에 처할 게 아니라 사담을
잘 달래서 유태 이스라엘과 공존하고 석유정책도 미국에 도움되게 이끌었어야 했고 당시 충분히 그 설득 가
능성은 있었던 것이다.
 엇그제 모술에서 아시안 축구경기를 봤다는 이유로 IS 대원들이 청소년 십여명을 처형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후환이 두려워 자식 신체 근처에도 얼씬 못한다고. 아, 모술의 비극이 특히 가슴 아프다. 아직 사담이 건재할
시기에 나는 모술여행을 한바가 있다. 그곳은 구약의 보고이다. 전체 도시가 고대사 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술은 고색창연한 , 마치 전설 속에서 튀어나온듯한 신비감을 주는 도시였다. 도시 한켠 티그리스 강변
에 세워진 조그만 모술호텔에서 묵었는데 그곳에 들어갈 때 호텔 입구에 늘어서서 환영의 꽃다발을 전해주던
젊은 이라크 남녀들의 밝은 모습이 지금 떠오른다.
  바그다드에는 일급 호텔들이 즐비하다. 그건 바빌론 유적을 비롯 구약의 자취들을 관람하려는 서구 관광객들이
전란 이전에 물결처럼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이미 전운이 감돌고 미국의 봉쇄정책
에 의해 바빌론 근처에는 파리 한마리도 구경하기 힘들만큼 적막했다. 버스들은 수십대씩 거리에 늘어서 있고
호텔들은 개점휴업상태. 미국의 봉쇄정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냐 하면 그때문에 우유 수입이 안되어 병원에서
하루에 수십명씩 어린애들이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역사 유적지로 말하면 이라크는 오늘날 관광수입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보다 더 가치있
고 다채로운 역사유적을 보유한 곳이다. 모술 한 도시만 하더라도 구약 첫줄에 등장하는 니느웨 성벽, 요나의
무덤이 있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아씨리아의 기독교인들이 지금도 매일 참배하는 성 마티 수도
원 등 수많은 기독교 유적들이 있다.
 바그다드 일급 호텔 알 라시드 호텥 정문 현관 바닥에는 아버지 부시 얼굴이 크게 부조되어 있다. 호텔로 들어가
려면 누구나 부시 얼굴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일차 걸프전 때 미국 폭격으로 그 호텔 한쪽 벽이 크게 부서졌는데
그 증오심을 이렇게 나타낸 것이다. 결국 아들 부시는 이라크인들의 이 증오심을 아버지 대신 십배 백배로 갚아
준 셈이다. 지금 수니파 IS의 폭력살인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사담이 건재했다면, 이
런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중동의 혼돈과 살인극은 모두 부시 부자가 저질러 놓은 전쟁
놀이의 결과물인 셈이다.

부시는 택사스 농장에서 지금 한가롭게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한다. 뭐 대단한 예술작품이 아니고 재직
시절 만났던 외국 수반이나 미국 역대 대통령들 초상화를 그려서 전시회도 갖고 있다. 시리아와 북부 이라크에
서 수천명의 부녀와 아이들이 수니파 살인집단에게 학살당하고 있는 시간에 팔자 좋은 부시는 애완견과 산책
이나 하고 초상화 전시회로 고상한 취미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죄의식도 없다. 그는
기독교근본주의자이지만 재직시 수행한 업무로 자기 신앙에 아무런 영향도 가책도 받지 않았다. 그도 주일이
면 교회당에 나가 기도할 것이다. 그는 뭐라고 기도할까?  동생 잽 부시 마저 대통령이 되는 행운을 달라고
주님에게 기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