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옮겨 적습니다. (원본은 그래픽이라 직접 타이핑했습니다. 출처는 여기를 클릭) 쓰는 동안 '사상의 전향'-여기서 사상의 전향은 사전적 의미의 전향이 아닌 일본의 평론가 요시모토 다카아키가 부여한 의미-에서 주사파였던 강철이 떠올려지더군요. 이 책에서는 일베를 '극단적 인종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집단'이나 '우리 사회의 병폐가 모인 쓰레기장-소위 관심종자들의 집합소'로서의 일베가 아닌 보다 큰 담론적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베, 촛불의 사상에서 전향하다.


 

일베의 사상은 촛불의 사상을 극단적인 형태로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경멸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둘의 관계를 단순히 극단적인 계승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편으로 일베를 촛불에 대한 단순한 반동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단순한 반동이라면 촛불시위가 끝난 이후에도 활개를 치고 다니는 일베의 정치적 모멘텀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베는 오히려 촛불의 사상에 대한 전향에 의해 성립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이렇듯 일베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로서 전향이라는 주제를 놓고 봐야 한다.


전향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상이나 정치적 신념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때의 전향은 단순한 사상의 포기와는 다르다. 이러한 전향의 논리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전후 일본의 유명한 평론가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그는 전쟁 이전의 사회주의자들의 전향 문제를 다루면서 그 것을 단순한 인간적인 나약함이나 변절의 문제로 설명하길 거부한다.


그는 오히려 전향을 현실과 유리된 사상에 집착한 것의 필연적인 결과로 설명한다. 그는 전향이란 자신의 사상적 논리가 지닌 모순이 현실에 비춰 선명하게 드러날 때,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사상적 논리로 단순히 '갈아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이후에도 새로운 논리체계로 현실을 재단하려 할 경우, 이 때의 전향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 관하여 아무 것도 바꾸지 않으려는 의지 표명에 지나지 않는다. 일베 유저들이 촛불시위를 강하게 의식하면서도 그 것을 낳은 현실을 보지 않고, 그 사상의 내적이고 논리적 모순에만 철저히 집착하는 것이 사실은 요시모토 다카아키가 말한 의미의 전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일베와 대결하기 위해서는 2002년으로 되돌아가서 그 당시의 문제들과 대결해야 한다. 믈론 2002년의 촛불시위의 이상이 일베라는 뒤틀린 모습으로 귀결되었다는 이유로 춧불시위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촛불시위를 단순한 선동에 의해 초래된 결과로 보지 않겠다고 한다면 일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해야 한다. 촛불에 사상적 형태를 부여해야 한다면 일베에 대해서도 마땅히 그래야 하며 일베를 통해 촛불의 사상을 다시 재구성하고 그 것을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발췌한 이의 느낌 : 2002년 촛불시위는 반동이었으므로 일베 역시 반동이다. 그렇게 반동의 역사를 반동의 역사로 되갚음한 결과의 괴물이 지금 일베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