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사건에 관해 제가 글을 올린 이후 여러 분들이 따로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통해  반응 및 소감을 올려주셨는데요,  다 잘 봤습니다. 원래는 그냥 보고 그걸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비행소년님과 asker님이 쓰신 댓글이 눈에 걸리는 바람에 처음에 썼던 글에서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여기서 조금 더 해야겠습니다.  

 우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거두였었던 빈 라덴이 전 세계의 무슬림들에게 타락한 아랍세속 국가(사우디 따위) 및 서구제국주의 침략세력에 대항하는 지하드를 추동하기 위해 과거에 했다는 말 중 몇 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It is no secret to you that the people of Islam have been afflicted with oppression, hostility and injustice by the Judeo-Christian alliance and its supporters. This shows our enemies belief that Muslim’s blood is the cheapest and that their property and wealth is merely loot. 

  For over seven years American has occupied the holiest parts of the Islamic landsplundering its wealth, dictating to its leaders, humiliating its people, terrorizing its neighbors, and turning its bases there into a spearhead with which to fight the neighboring Muslim peoples.

 빈 라덴 왈, 이슬람 세계의 사람들이 유대-기독교 동맹 및 그 지지자들의 억압, 적대, 불의로 고통받고 있답니다. 게다가 미국은 이슬람 세계의 가장 성스런 곳을 차지하고선, 그 곳의 부를 약탈하고 이슬람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이슬람인들을 능멸하며, 그 이웃들을 공포로 위협한다고 하네요. 
 
 빈 라덴의 말 중 이런 대목들을 보면, 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 틀린 말 하나 없다."
 
 물론 저만큼 전적인 동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있겠죠. 그러나 그런 분들이라도 이슬람 세계에 속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 (구 소련을 포함해) 미국을 위시한 서구 여러 나라들이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벌인 관여(?)들, 그리고 그에 따른 사태의 추이가 이렇게 이해될 수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드실 거라 봅니다. 저 말에 드러난 사태파악에 적어도 일리는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거죠.이런 정도라면야 좌우파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비교적 폭넓은 사람들이 동의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빈 라덴이 제시한 해결방식 중엔 이런 것도 있습니다.

 "To kill the American and their allies - civilians and military - is an individual duty incumbent on every Muslim in all countries"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사람이라면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입니다만...) 군인이고 민간인이고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죽이는 것이 전세계 무슬림들의 책무라는군요. 물론 이번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도 이와같은 빈 라덴의 문제해결방식을 충실히 따른 부류임에 틀림 없을테고. 이렇게 보면 예전의 김선일 피살 사건도 생각나는데, 아무튼 이런 닥치는 대로 죽이고 보자는 빈 라덴식 해결방식에 관해선 앞선 글에서 이미 '과잉대응'이란 지적을 했으니 이 자리에서 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선 좀 다른 얘길 하고 싶습니다. 빈 라덴 및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범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하는 겁니다. 다 알죠. 세속주의를 깔끔하게 말소하고 중세에 있었다던 이슬람식 신정체제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이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리고 (이 역시 다 아는 바인데) 이들이 추구하는 이슬람식 신정국가는 현대 한국인들이 당연시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표방하는) 정치, 사회, 문화적 가치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체제이기도 합니다.  

 해서 이번 사건을 두고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 (이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그 동안 서구제국주의 세력이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벌인 패악질을 이번 사건의 역사적 배경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 (역시 이거 모르는 사람 누가 있나요?), 등등의 빤하디 빤한, 그래서 이번 사건에 관해 뭘 어쩌자는 건지 알 수 없는, 뜬구름 잡는 말을 하시는 분들은 다음 사항에 관해 자신이 입장이 뭔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에도 빈 라덴의 문제해결방식을 추종하는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등장해서는  현대 한국사회의 정치/사회/문화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헌정파괴적 문화/습속/관행(예를 들어 여성차별적 습속)의 용인을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요구한다면, 그 때 가서 타자와 공존해야 한다면서 이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건가? 

 비행소년님이나 asker님이 쓴 댓글을 보면 이번 테러사건에 관해 뭔가 좀 다르게 보고 싶어하는 기색이 행간을 통해 보여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막연합니다. 내용이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오락가락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소년님이 이런 댓글을 남겼죠. 

 "어제 들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유명한 무슬림 카투니스트(만평가?)가 나와서 말이 '왜 평범하고 선량한 일반 무슬림과는 전혀 다른 (우리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 한 과격분자들이 한 일을 가지고 전체 무슬림이나 이민자 문제를 논하고 분석하려 하는 지 모르겠다' 라는 멘트가 울리네요."

 그런데 다른 댓글에선 또 뭐라고 하는가 하면, 한그루님이 소개한 서의윤의 칼럼에 좋은 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요. 서의윤의 그 칼럼이 바로 이번 사건을 가지고 전체 무슬림이나 이민자 문제를 논하고 분석하는 바로 그런 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실 저 라디오 인터뷰에 나온 무슬림 만평가의 말이 맞아요. 이건 평범하고 선량한 일반 무슬림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무슬림 인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속하는, 일반 무슬림들 대다수에겐 인정도 받지 못하는 일부 꼴통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문젭니다.  

 또 한편 asker님의 댓글을 보면 이건 전혀 내용이 없어요. 
 단지 이번 테러사건에 관해 뭔가 색다른 시각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기색을 제외하면 말이죠. 

 "그 구절도 매우 인상 깊었어요. 두 구절을 함께 생각해서 대충 아래와 같이 해석해보고 싶네요. 결국 사회가 역사를 해독하는 능력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조율하고 현상황을 고찰해야 한다... "

 사회가 역사를 해독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에 따라 변화를 조율해야 한다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 말이 없죠. 

 미국 및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 국민들을 군인,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죽이는 빈 라덴식 해결방식에 관해, 우리 사회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변화를 조율해야 한다는 건가? (설마하니 이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인 중세 이슬람식 신정국가재건을, 우리 사회가 뭔가 새롭게 가치를 만들어내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건가?  

 딱 잘라 말합니다만, 빈 라덴 및 이번 파리 테러사건의 테러범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역사의 반동세력'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 하는 종교의 자유와 인권의 보편성, 성평등과 같은 인간의 평등주의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말입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주자학이 정치, 학문, 종교 및 일상생활을 세세하게 규율했던 그 시대로 되돌아가자고 미치광이처럼 테러활동을 벌이는 세력인 셈이죠. 그리고 이 사람들의 타겟은 비단 서구제국주의 세력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슬람 세계에 근대적 세속주의, 자유주의, 성평등, 인권, 종교적 관용 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 사람들에겐 테러의 타겟이에요. 물론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근대지향적 무슬림들도 포함되어 있죠. 해서 이 사건을 침략자 서구 대 피압박 이슬람의 대결구도의 틀로만 파악하려고 드는 건 사태의 한 면만을 강조하는 단견입니다. 이건 이슬람 세계 '내부'의 문제, 다시 말해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근대지향적 무슬림들 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거에요. 쉽게 말해, 문제가 된 이슬람 비하가 프랑스 언론이 아닌 이슬람 세계의 전투적 세속주의자 손에 저질러졌다면 저 사람들이 그래도 같은 편이라고, 비록 반이슬람주의자지만 같이 서구제국주의세력으로부터 압박받는 동포라고 봐줬을 것 같습니까? 어림 반 푼 없는 말이죠.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민주주의, 자유주의, 언론의 자유, 성평등, 인권 등 현대 한국인이 긍정하는 모든 근대적 가치들을 부정하는 세력입니다.  

  이네들이 제 아무리 미국 및 서구세력의 제국주의적 패악질을 강조해도, 이 점이 바뀌지는 않아요.

  그런데 만약 이런 사람들이 프랑스건 한국땅에서건 어디건 자기네들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며 인정투쟁을 벌일 때, 우리가 '타자'와의 공존을 내세우며 이들을 긍정해줘야 합니까? 

 바로 이 질문에 관해 본인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는 이상, (asker님처럼 "사회가 역사를 해독..."하는 어쩌구 하는 구체성 빠진 내용없는 소린 사양하겠습니다) 이번 테러 사건에 관한 어떤 발언도 새로운 시각도 아니고, 새로운 관점도 아닙니다. 하나마나한 소리에 불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