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언제 일어난 사건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수년 전 국내 대학에 재직중인 어느 외국인 교수가 수업 중에 안중근(김구였나?)을 테러범이라고 해서 논란을 야기한 일이 있었죠. 완곡하게 말해서 논란이 일어났다는 거고 실상을 보면 그 교수에 일방적인 비난여론이 쏟아졌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어떠냐면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다음의 말은 부연해 두어야겠습니다.

 테러리스트라고 해서 그게 다 똑같은 게 아니다.  테러에도 도가 있으며, 파렴치한 테러가 있는가하면 정정당당한 테러가 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사건은 후자에 속하는 테러다라고.

 예외적인 경우들도 찾아보면 있겠지만 한국독립운동사에 기록된 독립운동가들의 대일본 테러(?)사건을 보면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엄한 놈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일제의 조선강제병합 및 식민지 운용에 직접적인 정치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은 일본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테러대상으로 삼은 사례는 제가 아는 한 없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에서 예외적이라고 할만큼 소수에 그칠 거라는 겁니다. 덧붙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거 식민지 시절에 벌어진 이런 대일본 테러에 윤리적 떳떳함, 심지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데는 바로 이 특징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을 겁니다. 또한, 안중근 등 일제수뇌부를 겨냥해 암살, 저격활동을 벌인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데 (한국인으로서의 민족감정을 접고서라도) 어떤 위화감을 느끼는 데도 바로 이런 사정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직설적으로 말해 이런거죠. "우리가 엄한 민간인 건드린 것도 아니고, 일제수뇌인물, 일베의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공격을 가했는데 그게 어떻게 오사마 빈라덴의 9.11 테러같은 행위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느냐?" 이런 직관적인 논리인거죠 (전 이게 기본적으로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벌인 테러는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나타나는 정정당당한 테러와는 류가 전혀 다릅니다. 어떻게 옹호를 해 줄 여지가 없어요. 굳이 한국근현대사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가상 사례를 상정해본다면, 후쿠자와 유키치같은 사람이 탈아입구론 및 조선비하론을 신무논조로 펼쳤다고 해서 어느 조선인이 총을 들고 그 인간 머리통을 박살내 버린 것과 비견할만한데 실제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제가 아는 한 없고, 설사 있다 한들 전형적인 사례도 아닙니다. 최소한 우리는 테러를 할 때 하더라도, 이런 막가파식, 파렴치성 테러는 안 했습니다. 

 되풀이합니다만, 이번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는 달라요. 기사나 방송뉴스를 접하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샤를리 엡도라는 언론사가 유독 이슬람만을 겨냥해 풍자(보기에 따라선 비하라고도 볼 여지가 있긴 합니다만)를 해온 언론사도 아니었고, 또 그 언론사가 그 동안 해온 이슬람 까대기성 풍자기사를 타종교 비하라고 보더라도 그 정도 수위의 이슬람 비하에 총구로 머리를 날려버리는 대응을 한다는 건 어딜 봐도 과잉 대응입니다. 그 언론사에 화염병을 날리는 수준에 그쳤다면야 그거야 뭐 인간적(?)으로 이해해 줄 수도 있을지 몰겠습니다만 ㅎㅎㅎ.

 이번 사건은 흑백이 매우 분명합니다. 테러의 성격상 무도한 테러고, 죄를 진 쪽은 테러범들이지 문제의 프랑스 언론사가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 특히 타문명권의 종교문제가 얽혀들 때 표현의 자유의 적정한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그것대로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입니다만, 이 문제로 테러사건에 관련해 직접 당사자들의 행위에 관한 시시비비가 흐려진다면 안 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