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글: http://theacro.com/zbxe/refer/5085842 (월드컵 실패 분석 - 홍명보와 엘리트 주의)

현 국대 감독인 슈틸리케 감독은 개인적으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선수 선발과 선수단 운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대표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일단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존중합니다. 먼저 팀에서 출전 기회가 없는 선수는 대표로 뽑을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 대로, 아무리 유럽 명문팀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출전기회가 전무한 김보경, 지동원은 대표팀에 한번도 콜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로테이션이라도 어느정도 정기적으로 출전 해야 (예 홍정호) 국대에 소집될 수 있고, 그 원칙은 지금까지 지켜졌습니다. 두번째로, 부상이거나 회복중인 선수는 무리해서 소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시안컵 같은 큰 대회에서도 이 원칙을 지켜서 아무리 포워드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이동국 혹은 김신욱을 소환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상을 입은 홍정호나 윤석영등에게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렇듯 원칙을 잘 세우고 그대로 운영하니 선수들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대표팀 운영의 방향이 예측 가능합니다.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몸관리를 잘하고, 자주 출장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할 동기 부여가 확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이동국 처럼처럼, 붕대감고 진통제 맞고 뛰면서 본인의 선수 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비극을 아예 예방할 수 있는 겁니다.

다음 선수를 보는데 선입관이 적습니다. 어떤 선수의 2-3년전 피크 퍼포먼스만 보고, "클래스가 다른 선수니까 뭔가 한건 해 주겠지"하는 모습과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선수의 과거 공적과 클래스를 아예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억지로 자기 색갈을 입히 겠다고, 있던 선수들을 인위적인 물갈이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대표팀 자원들에게도 일단 기회를 먼저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는 선수들은 조금씩 대표팀에서 멀어지는듯 합니다. 

예를 들면 박주영 선수. 포워드가 줄줄히 낙마한 상태에서, 꿩대신 닭이라고 혹시나 하고 한방 믿고 선발 할 수 있었습니다. 박주영 선수에 냉소적이거나 적대적인 여론 마저 "데려갈 선수 없으니 아샨컵 가겠네" 하는 소리가 나왔지요. 근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선수의 현재 상태를 확인한 다음 대표팀에 필요한 역할 (최전방 9번)에 걸맞지 않는 다고 판단하자 뽑지 않았습니다. 

김영권 선수도 재미있습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부동의 센터백이었고, 신태용 체제 및 슈틸리케호 들어서도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몇차례 평가전을 거치면서, 그간의 평가전에서 더 꾸준한 활약을 펼친 김주영, 장현수에게 어느틈엔가 한발자국 뒤쳐져 버렸습니다. 이젠 홍정호, 곽태휘 뿐 아니라 김기희 와도 주전이 아닌 엔트리 경쟁을 해야 할 듯 합니다. 잘못하면 서브 자리도 위태로와 질 수 있습니다.

반면 김민우, 조영철,  남태희, 한교원 같은 경우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해서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힌 케이스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확실한 모습을 어필하면, 그 만큼 기회를 더 받을 수 있었던 선수들이지요.

거꾸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선수라고 하더라도 (예 정성룡, 윤석영) 자기가 지켜본 경기에서 괜찮으면 배제하지 않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즉 여론에서 욕하는 선수건, 띄워주는 선수건, 어떤 선입관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봤을때 선수 풀을 최대한 넓게 가져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2번씩 평가전이 펼쳐질때는 선수들을 최대한 바꿔가면서 써서 선수 평가와 포메이션 실험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핵심 자원 두,세명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을 제외하고는, 누가 언제 주전이 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팀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지난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도 선발로 내세운 선수들이 헤메자, 벤치에 있던 선수들고 교체해 주었고, 그러자 거짓말 처럼 팀이 살아났습니다.) 

그러므로 팀 내에서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국대를 바라보는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감독이라 한국선수는 모른다는 우려워는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리그 경기는 물롯 대학무대 까지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그 결과 U리그 선수들을 국대 상비군에 직접 호명해서 호출하기도 했고, 리그 팬들에게도 생소했던 (특히 개명 때문에. 이정기라는 이름으로는 몇번 들어봤었는데...) 이정협 선수를 국대에 발탁 하기 까지 했습니다.

이건 그냥 단순한 쇼가 아닙니다. 

단순히 포메이션은 4-2-3-1을 쓰느니 4-1-4-1을 쓰느니 교체 타이밍을 언제 가져가느니, 스타플레이어 누굴 쓰느니 안쓰느니 하는 문제보다 훨씬 근원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팀 운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각의 경기를 이기는 전술가로서의 면모의 슈틸리케 감독의 진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대표팀과 선수단의 운영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감독의 역할에서 만큼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누더기가 된 국가대표팀을 그간 보아왔기 때문에, 이 모습이 더욱 반갑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