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때도 담배는 입에 대지도 못했고 잠시 군 입영시에도 배급나온 담배를 동료에게

나눠줘버리곤 했다. 담배를 싫어했고 자신이 골초가 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군 문제로 7년의 도피기간을 거치면서 일년 가까이 여관 조바생활을 했는데 그때

손님에게서 담배를 배웠다. 교포손님이 묵으면서 일본 담배를 내게 자꾸 권하는 바람에

ㅗ한대 두대 피우다가 그만 끽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애연가 행세하며

살아온다.

담배값이 갑절 올라 심리적 타격이 크다. 인상 직전, 그러니까 년말 전후해서 내 딴엔

담배를 사모은 다고 며칠 돌아다녔는데 겨우 여나무갑을 구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여나무 갑

을 느긋히 바라보며 담배를 꼬나물고 사색?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저 담배가 바닥나면 갑절로 오른 돈을 치르고 담배를 사야 할 일이 아득하다. 남들은 금연을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러시아로 담배 망명이나 갈까? 내 머리에 기껏 떠오른 묘안이다. 러시아는 끽연자의 천국. 물론

보드카로 음주자의 천국이기도 하지만 보드카는 품질 좋은 건 값이 만만치 않고 담배 값은 상대

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대충 갑당 1천오백원, 지금은 루불화 폭락으로 더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담배 자판대는 백미터 간격으로 거리에 늘어서 있고 친절하게도 비슷한 간격으로 재털이가 로변에

설치되어 있다. 거리를 산책하며 한대 마음놓고 피워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꼬부랑 할머니도 황소같은 근육을 자랑하는 중년 사내도, 그리고 당장 미스 유니버스

나가면 우승할 것 같은 늘씬한 미녀도 으례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다. 허공에 연기를 내뿜는 자세도

매우 당당하고 기세가 좋다.

요즘 서울 거리 건물 벽마다 붙어있는 금연구역 표식, 이런 졸장부들의 장난은 러시아에선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다. 조그만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도 마음껏 끽연을 즐길 수 있으며 번화한 트베르스카야

거리 복판에서도 마음껏 담배를 꼬나물고 천천히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지금 애연가들의 분노는 정점에 도달해 있다. 일설에는 담배값을 인상한 정권은 다음 총선에서 필패했다

는 통계가 있다는데 그렇게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한번 오른 담배값이 내려가진 않겠지만.

결국 비장한 마음으로 망명의 길을 떠나는 수 밖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