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느닷없이 정부 당국자가 남북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아니라 세칭 <통일준비위원회>가 제안의 주체이고 통일부장관이 대변인 격으로 앞에 나섰다.
통준위 위원장이 대통령이니 범 정부 차원 제안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이 제안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담당자와 언론에서 "새 해를 앞두고 남측이 통일문제에 선제적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남측의 그간의 일관된 주장, 즉 어디까지나 남북대화는 남측에서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이다.

 제안 가운데 5.24 조치 ,금강산 문제 등 여러가지 전향적 조치의 예고가 포함되어 
"이번엔 뭔가 성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잠시 가져봤으나 결론은 "틀렸다"였다. 북측에서 지금까지 ,퉁준위란 
명칭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음을 여러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에도 지적했지만 <통일준비 위원회>란 명칭이 합리성을 얻으려면 남과 북이 함께 참여하는 기구라야 명칭의 정당성
이 얻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어휘풀이의 기초에 해당되는 단순한 문제이다. 남측 혼자 통일준비를 도맡아 해낸다는 것은
북측 주장 그대로 <흡수통일>의 프로그램일 뿐이다. 
그럼에도 강하게 <통준위>를 일방적으로 밀고 나간다? 너희가 아쉬우니까 결국 받지 않겠느냐?
현 정부의 배짱은 가상하다. 그러나 자존을 내세워 미국과도 수십년 대립을 버텨온 북이 그렇게 간단하게 통준위>란
명칭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걸 예상 못했을까? 충분히 예상하고도 다만 새해를 앞두고 뭔가 제스쳐가 필요하니까
한번 그물을 던져본 것인가. 
해답은 신년초쯤 나오겠지만 나는 이 제안으로 성사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고 그 이후에 시간을
더 끌다가 흐지부지 될 공산도 없지 않다. 북은 과거 어느때보다 대화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막상 결정적 시기에 뒷걸음 친것은 남측이다. 통준위 체제 가지고는 남북문제는 접근조차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나
는 생각한다. 주도적 입장이니, 선제적 조치니 하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둘 모두 전투적 용어이고 일방통행식 표
현이다. 거기에 진정한 대화의지는 읽히지 않는다. 연극은 더 계속될 것인가? 이 정부에게 연극공연이 허용된 기간
도 불과 일년이면 끝난다. 남측에는 지금 기대가망성은 거의 없지만
분단문제를 제대로 관리하고 앞으로 진척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