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래 확인의 결과님께서 '인혁당 사건에서 저의 기술에 대하여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냐?'라고 반문하셨는데 간단합니다. 제가 '알리바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이유에 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흔히 프랑스어가 어원으로 알려진 알리바이는 실제 중동지방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외래어입니다. 현장부재증명이라고 하는 이 알리바이는  '합리적인 수사'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수사 방식이죠. 범인이 현장에 없는데 어떻게 범행을 저지르겠습니까? 그런데 이 '알리바이라는 단어의 어원에서 보듯' '증거에 의한 수사'는 민주주의 훨씬 이전부터 인류가 나름 꾸준히 추구해왔던  '합리성'을 대변하는 것이죠.


본건이 아니니 간단하게 기술하자면,

인혁당 사건 = 증거주의라는 합리성을 무시한 수사 +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에서 벗어난 선고 후 24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사형 집행 ---> 결국, 사법살인.


즉, 증거주의는 인간의 합리성 추구에 있어서 민주주의보다 더 본질적(intrinsic)인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2. 인혁당 사건과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증거주의를 무시한, 즉 민주주의의 원칙 이전에 인간이 역사 속에서 꾸준히 추구해온 인간의 합리성을 짓밟아버린 결과이죠.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을 '잘했다'라고 하는 분들, 이번에 '인혁당 사건도 사법살인 아니다'라고 커밍아웃 좀 하시죠. 떳떳하게.


그런데 증거주의를 무시한 사건 중 여전히 논랑의 대상인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문세광 저격사건에서 숨진 육영수는 누구의 총을 맞고 숨졌는가? 하는 논란입니다. 그리고 당시 사건담당 검찰이었던 김기춘은 증거주의를 알뜰히 무시한 채 문세광의 자백을 강요했고 그 자백에 의하여 재판이 이루어졌다는 주장들은 이런 논란을 '진행형'으로 남겨놓게 하고 있죠.


3. 여기서 미국의 한 연쇄살인 사건을 기술합니다.

십여차례 여성들을 살해한 용의자는 '나노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과학수사 방법에 의하여 진범으로 판단, 유죄를 선고 받습니다. 증거를 남기지 않아 고전하던 미국경찰이 그가 페인트공이라는 것에 착안, 그의 옷에 묻어있던 페인트의 미립입자와 살해된 여성들의 옷에서 발견된 페인트 미립입자를 조사한 결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이 났기 때문이죠.


이 나노테크놀로지 수사기법을 육영수 사체의 탄흔에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사건 발생 후 40여년이 지났으니까 육영수의 유골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탄흔에 남겨진 탄약의 화약성분들은 증발하거나 변질되지는 않을 것이니 분명히 육영수의 무덤에서 추출할 수 있일 것이고 화학성분을 분석하면 총알의 종류 및 총기의 종류를 알 수 있어 육영수를 숨지게 한 총알이 문세광이 소지한 총기였는지 여부가 판단이 될겁니다.


아무리 나노테크놀로지를 총동원하더라도 이미 40여년이나 지난 시점이라 당시에 문세광이나 경호원들이 사용했던 총기류들은 생산이 중단되거나 또는 그 총기류들에 사용하는 탄환의 화약의 상세한 성분까지 기록에 남아있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증거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소한의 시도는 해봐야 합니다.


4. 박정희 생전에 김기춘에게 '박근혜를 잘 보살피라'라는 주문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인연일까요? 그리고 자기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사형장의 이슬로 보내어 '복수를 해준 감사 때문'일까요? 그래서 박근혜는 그렇게 김기춘을 감싸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시 김기춘은 자백을 강요하는 방법만으로 수사를 했고 용의자였던 문세광 역시 '어쨌든 자신의 목적인 박정희 암살을 실패했다' 판단에 자신의 총알이 육영수를 죽였는지 여부는 그리 문제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박정희를 암살할 목적이 있는 것'과 육영수를 죽인 범인'은 전혀 다른 사안입니다. 즉, 아버지 박정희를 죽일 의도가 있었던 문세광은 박근혜에게는 불구대천지원수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육영수를 죽인 진범 여부는 박근혜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문세광이 육영수를 죽인 범인이 아니라면 수사를 잘못한 김기춘에게 느끼는 감정은 아니 어쩌면 문세광에게 느끼는 감정보다 도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가 저 세상에 가서 문세광을 만났고 문세광의 입에서 '사실 당신의 어머니는 내가 죽이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박근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그리고 그런 오해(?)가 김기춘의 증거주의를 무시한 수사의 결과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요?


증거주의를 무시한, 그래서 논란 중인 한국의 대표적인 사건 세 개에서 모두 박근혜가 '관련인물'이라는 것이, 그 것도 각각 가해자의 입장, 수동자의 입장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으로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새벽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