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일헌재와 정부는 헌재 결정후 해산 청구하고 다시 해산 심판해야할 공산당을 그대로 두고 있는가. 그 답은 대한민국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이는 물론이거니와 칭송하는 이들도 알고 있다. 결정 이후 벌어진 논란 쯤이야 무시해도 좋았을 것이다. 문제는 헌법으로 결정한 뒤부터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법적 절차의 부작용이다.

12만명의 독일 공산당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리고 6000명에서 7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가족을 포함하면 수십만명의 독일인이 그 결정으로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당시 독일 재판관이었던 호프만 림은 "우리가 얻은 것은 정당 금지를 통해 특정 사상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자, 대한민국 헌재 결정을 칭송하는 이들에게 묻겠다.

당신들은 부림 사건의 담당 검사이자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나자 "좌경화된 사법부가 자기 부정을 했다"고 비난한 고영주의 주장처럼 통합진보당 당원 3만명 모두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하기를 바라는가?

또 묻겠다. 구속은 바라지 않더라도 3만명 모두를 수사하기 바라는가? (독일 헌재 결정을 칭송하는 이라면 이게 법적으로 따라온다는 정도는 아리라 믿는다)

또 묻겠다. 독일 헌재를 칭송하는 그대들, 독일 헌재나 정부처럼 12년쯤 뒤에 누군가 '진보 통합당'으로 재창당하면 그때는 눈감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우리는 독일과 다르니 앞으로 대를 이어 추적하여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그런데 묻겠다. 정말로 박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3만명 감옥에 집어넣으면 박멸 가능한가? 3만명 집어넣는 정부의 행태에 반감을 가진 그 가족과 친구들 합해 10만명쯤 집어 넣으면 박멸 가능한가? 그 10만명의 가족과 반감 가진 사람들 30만명쯤 집어넣으면 박멸 가능한가?

그렇게 안될 거라고 답한다는 거 안다. 통진당의 행태가 워낙 상식 이하였으니 그럴 일 절대로 없을 거라고 말이다.

자, 그러면 묻겠다. 워낙 상식 이하 통진당, 내버려 둬도 자연소멸될 예정인 통진당을 놓고 헌재는 왜 '비상 상황'이란 표현을 썼는가? 가만히 내버려둬도 소멸하거나 영향력이 미비해질 수 밖에 없는 통진당(이건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의 해산 결정이 왜 시급했고 비상했다고 주장하는가?

부연한다. 헌재가 정치적이라는건 법 논리와 아울러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여 최대한 체제 안정적 결정을 내려야 함을 뜻한다. 그러한 고려없이 헌법적 판결을 남발할 경우 헌법 자체의 권위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즉, 헌재가 '정치적 기관'이란 뜻은 정권 차원의 미시적 정치를 뜻하는게 아니다. 요며칠 이 곳 저곳을 둘러보며 가장 한심하고 분노를 치밀게 했던 이들이 바로 '헌재는 정치적 기관'이니 '정치적 결정'을 따지지 말라고 잘난 척 해대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지금 '그러니 억울하면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해서 정권 잡아. 그러면 헌재가 제꺽 제꺽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 해줄거야'라고 자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법리적 검토는 흐강님이 많이 해주셨기에 간략히 하려고 합니다만 오래 글을 썼더니 피곤해서 마지막 결론은 내일이나 그 후로 미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