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대선 '당선무효소송'  논란

2007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민주당 소속이었던 정동영 후보가 '당선 무효 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했었죠. 이 발표가 있자 헌법학자들의 갑론을박이 있었죠. 그리고 십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것이 빼앗겨질까 노심초사했는지 조중동에서는 이것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었고요.


그런데 헌법학자들의 갑론을박이 저에게는 무의미하게 보였어요. 왜냐하면, 관련 법률 조항을 검토해본 결과 '당선 무효 소송'은 불가능하고 소송이 된다고 하더라도 패소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가 검토한 내용을 제 블로그에 올렸었지요. (너무~~~ 지게님을 호출하는거 같아 지게님께 미안하지만 아마 그 정황은 기억하실듯..^^) 재미있는 것은 제가 검토한 내용과 유사한 내용들이 조중동에 보도가 되었고 '거짓말같이' '당선무효소송 논란'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저의 법률 지식은 헌법학자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더우기 당시에는 논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미로조차 법률을 연구하지 않았으니까요. 어쨌든, 제가 '정답'을 맞춘 이유는 '법리적인 문제'보다는 '직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법률적 해석, 그 것도 헌법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리는 주장을 인용하여 주장하는 것보다 역사적 사실들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의외로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2007년 대선과 이번 통진당 사태에서 법리적 해석보다는 직관으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대통령의 당선 유무효와 정당 해산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를 다루는데 그에 동원된 법리들이 한심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가장 정교하게 다루어져야할 사안들이 가장 비법률적 또는 반법률적으로 다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통진당 해산 결정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거나 잘못 언급된 사항들을 추려 저의 판단을 기술합니다.



2. 독일 기본법(헌법) 제 21조 2항과 1956년 독일공산당(KPD)의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이 남긴 판례

독일 기본법 제 21조 2항에는 정당의 위헌성에 대하여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당이 그 목적(Ziel) 또는 지지자(Anhanger)의 행위로 인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beeintrachtigen), 또는 제거(beseitigen)하려 하거나, 또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 하는 일을 지향하는(darauf ausgehen) 정당은 위헌이다.

(출처 *1)

반면, 1956년 독일공산당(KPD)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판례가 있습니다.


한 정당이 자유 민주주의적 질서를 그들의 최고 원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위헌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위헌 판결을 위해서는 기존 질서에 대한 능동적 차원의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태도가 있는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독일에서 위헌정당 해산 청구는 단순히 해당 정당이 헌법에 위배되는 사상을 고수하거나 위헌의 정황이나 의심만으로는 아예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때 해당 정당의 자유민주주의 질서 전복을 위한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면서도 전투적인 조직적 행위가 입증되어야만 한다.

(이상 출처 *2)


3. 독일의 정당해산 심사는 사실상 2심제


아래는 동 출처(*2)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스트라스부르크에 소재한 유럽연합 인권법원은 인권 및 기본권 보호법에 의거해, 또 해당 국가의 국내적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정당 해산 판결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이 최후의 심급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이 정당이 한 나라의 권력을 찬탈할 능력이 실제 있는가의 여부이다. 개별 유럽연합 회원국의 위헌정당 심판 심급은 이를 고려해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물론, 유럽연합과 대한민국은 국가의 구성 상황이 다릅니다. 따라서 '독일은 2심제인데 우리나라는 왜 1심제냐?'라고 비판하는 것은 맥락없는 비판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당의 해산 요건입니다. 독일의 경우와 유럽연한 인권법안에서 '정당해산 요건'은 A&B의 형태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리된 정당의 해산 요건은 아래와 같은데 1), 2 및 3)항이 만족이 되어야만 독일헌재 재판을 통과한 후 유럽연합 인권회의에서 4)항이 집중적으로 검토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1) 자유민주주의 질서 전복을 목적으로 하고
2) 폭력적이고도 공격적이면서
3) 전투적인 조직적 행위가 입증되어야 하며
4) 해당 정당이 한나라의 권력을 찬탈할 능력이 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1심제이므로 위의 정당의 해산 요건을 적용하자면 4)번항을 심사하기 위하여는 2)번항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RO의 실체는 법원의 2차 판결에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술하자면, 이석기의 RO 회합의 내용은 제가 당시에도 주장했습니다만 '긴급피난의 경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보도연맹의 좌파학살을 언급하면서 '자구책'을 주장한 것입니다. 물론, '긴급피난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질서 전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유사시에 행동대처를 주장한 것입니다.



즉, 1)항은 이석기의 RO회합 녹취록의 내용에 의하여 부인되었으며,


2)항은 이석기의 RO.회합 녹취록의 내용으로 보아 합당합니다만 '긴급피난의 경우'를 적용할 수 있는지 논란의 대상입니다.


3)항은 RO의 실체가 부인되었고 통진당의 구성원 전부가 이석기와 RO회합에서의 주장되어진 내용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고 보여집니다.


4)항은 이미 설명드린 것처럼 1)항부터 3)항까지 전부 만족이 되어야 합니다만 유럽에서의 독일과 대한민국의 상황이 다르므로 4)항 단독만으로 적용을 해도 논란은 남습니다.


바로 그 논란은,

'통진당 해체 결정 법적 검토'는 '독일의 사례'가 아니라 '유럽연합의 인권회의의 기준'이 언급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헌재재판소 재판관들과 헌법학자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개인적인 판단은 '몰랐다'라는 것입니다. 그 것은 이미 제가 쓴 포스팅에서 Asker님께서 지적하신 바도 있고 지난 NLL 서해교전 당시 한국 우파/극우들이 국제법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스스로 증명시켰으니까요. 불과 십여년만에 업그레이드가 되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4. 신법 구법 적용 우선의 문제 (시닉스님의 주장이 맞다...고 이미 말씀드렸죠)


신법 구법 적용 우선의 문제는 중학교 사회시간에 졸지만 않았어도 알만한 '국민의 상식'이므로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독일의 사례를 끌고오려면 독일공산당 해산 사례를 들고올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법률 조항을 들고 왔어야 합니다. 바로 신법 우선 적용의 원칙 때문입니다.

그리고 독일공산당 해산을 언급하려면 윙 인용한 판례의 내용을 같이 언급해야합니다. 그런데 독일공산당 해산만 주구장창 떠들 뿐 그 핵심내용은 빼먹고 주장합니다.


한 정당이 자유 민주주의적 질서를 그들의 최고 원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위헌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위헌 판결을 위해서는 기존 질서에 대한 능동적 차원의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태도가 있는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시닉스님의 주장이 맞습니다. 물론, 시닉스님은 길게 설명했는데 간단하게 '신법 우선적용원칙'을 거론하면 스테이지 클리어~


5. 증거주의를 무시한 파쇼적 행위. 왜 독일국민당해산 청구 기각은 언급이 안되는가?


독일공산당 해산 건만 언급하고 독일국민당 해산 청구 기각 사례는 언급이 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독일국민당 해산 청구 기각의 이유는 통진당 해산 청구와 사례가 가장 비슷합니다.


2001년에는 독일 연방하원, 연방상원, 연방정부가 공동으로 극우주의 정당인 독일국민당(NPD)의 해산 심판 청구를 한다. 2년의 판결을 위한 시간 끝에 2003년 3월 18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정당의 위헌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이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미 독일국민당 당내 요직에 국가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국가비밀요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이들의 위헌 활동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간단하게 해석하자면 '증거의 조작 가능성' 때문에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비슷한 예로는 우리가 흔히 미드에서 보는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헌재의 판결문에서는 법적 증거도 없고 설사 법적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법원에서 판결 중인 사건을 가지고 심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증거주의는 현대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알고 있고 설사 헌재가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말로 강변을 하더라도 위에 언급한 독일의 사례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죠.



6. 논점에서 아예 사라진 정당특권과 방어적 민주주의의 비교



제가 개신교 논쟁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한국 개신교가 막가파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종교의 자유를 지나치게 보장한 결과이며 그 것은 오랜 독재정권 역사에 대한 반성 및 재발방지의 목적으로 1987년 개헌된 헌법에서 3대 자유를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정의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규에는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당특권이라는 법률용어가 있습니다.

정당특권은 헌법에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보다 더 강하게 보장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률의 공통점입니다. 그 설명 자료가 없어 개인적인 판단을 기술하자면 정당은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꽃'이지만 대의민주주의가 가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입니다.

저의 판단이 맞다면, 법원의 2심 판결에서 'RO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지만 선동성은 인정된다'에서 '선동성이 과연' 정당특권 내의 범위인지를 헌재는 판단해야 했습니다.(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법원 2심 판결에서도 정당특권을 언급하지 않았다...입니다만)


(추가)이 부분은 이미 제가 언급한 것처럼 '최선의 선의의 해석'을 하자면 '강제해산'은 포함되지 않은 것, 그리고 1987년 헌법의 정신을 판단하자면 '강제해산'까지 포함되어 논쟁 대상입니다.



7. 결정적으로 법조문도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은 헌재재판관들

Asker님께서도 지적하셨지만 제가 아래에 언급한 선관위와 헌재의 정당 해산에 대한 판단의 엇갈림은 헌재재판관들이 법조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라고 해석합니다. 아래에 저의 포스팅 일부를 자펌합니다만 과연 헌재재판관들이 법조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라고 해석되는 것 이외에 다른 해석이 가능한가요?

백번 양보해도 해산의 강제성 여부가 포함되어었는지에 대하여 선관위와 헌재가 각각 다른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법리적 근거'없이 헌재재판관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라고 해석이외에 다른 해석이 가능한가요? 

'명시된 정당 해산이 강제해산의 경우에도 해당하느냐?'가 지금 쟁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선관위는 이렇게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에서는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는 때에는 '지방자치법 78조(의원의 퇴직)'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 조항에서의 '해산'은 자진해산을 뜻하므로 헌재 결정에 따른 강제해산과 다르다고 봤다. 다만, 선관위는 진보당 소속 지역구 지방(기초)의원 31명에 대해서는 결정내리지 않았다.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에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선관위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판결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에 따른 정당의 강제해산의 경우에는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그 의원직을 상실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헌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는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취지와 그 제도의 본질적 효력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정당해산'에 강제성 여부가 포함되는가에 대한 해석을 선관위와 헌법재판소가 다르게 하고 있죠.

출처(ref.) : 정치/사회 게시판 - 헌재 개갞끼 (공직선거법 제192조 4항) - http://theacro.com/zbxe/free/5147665 by 한그루
 




*1 : 서독 법원의 공산당(KPD) 위헌판결문 분석 /월간 조선 (출처는 여기를 클릭)
*2 : 독일의 위헌 정당 해산 제도 (출처는 여기를 클릭)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