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51733

 

 

 

'아고라' 하면 이제는 다음 아고라부터 떠오르는 세상입니다.

조금 교양이 있는 분들이라면 고대 그리스를 떠올릴 테고요.

 

 

서기 4-5세기경, 기독교가 로마를 뒤덮으면서 고대의 자유와 지혜가 압살되고, 로마 자체도 더불어 쇠락으로 치닫던 시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건설한 알렉산드리아의 세라피움에서 지식을 지키고 지혜를 닦아가던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었던 여성 천문학자`수학자인 히파티아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1,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개독들의 패악질에 분노한 세라피스 신도들이 이들을 습격, 그러나 하층민과 소외된 사람들을 빵과 설교로 선동하여 세를 불린 개독 무리들에게 밀리게 되고, 결국 개종 후 나중에 암브로시우스에게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는 황제 테오도시우스가 세라피움의 개방을 명령하면서 고대의 보화와 문헌들이 잿더미로 변하게 되는 참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총명한 노예 다보스는 '노예'라는 신분의 굴곡으로 인해 연모하던 히파티아(젊은 미인으로 나옵니다. 실제로는 아마도...)와 엇갈려 결국 개독에 합류하게 되지요. 굶주린 빈민들과, 노예라는 신분의 한계를 절감하던 사람들에게 개독의 선동은 구원, 희망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개독의 반지성주의는 광신과 더불어 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했겠지요.

 

2부에서는 숙부의 뒤를 이어 알렉산드리아 개독의 수괴가 된 키릴로스가 이제는 유대인들에게 폭력, 이후로는 살인과 강간, 약탈을 일삼으면서(이후 무수히 반복될, 현재 이스라엘의 반 기독교 감정의 근원이 될) 벌어지는 문제들을 다룹니다. 테오도시우스 이후 강제된 개독으로의 개종 덕에 히파티아와 그 제자들(알렉산드리아 장관, 키레네 주교 등)마저 개종하게 되었고, 일부는 개독에 넘어가 개독의 광신 및 반지성주의와 반여성주의에 동조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한편 유대인 박해 정도로는 그 야심을 충족하지 못한 키릴로스는 아예 장관을 굴복시키고 알렉산드리아의 세속권력까지 장악하려고 들고, 이에 맞서던 장관 오레스테스는 결국 실각, 히파티아는 개독 무리들에 의해 정말 무참하고 잔인하게 살해당합니다. 소위 성인이라 일컬어진다는 순교자 스테파누스나 카테리나도 그보다는 곱게 죽었지요. 그리고 개독 무리에 있기는 했지만 이들의 광신과 반지성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다보스는 히파티아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전 노예이자 배신자이기도 한지라 푸대접받고, 길마저 엇갈리면서 끝내 자신의 손으로 히파티아를 죽이게 됩니다.(실제로는 산 채로 고문당했다고 하는데 영화는 그나마 순화했죠)

 

 

소외된 사람들이 반지성과 광신에 매몰되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닙니다. 가까이는 황우석과 디워 사태에서 드러난 대중의 탐욕과 광신(국가주의), 반지성주의가 있고 여기에는 친박부터 친노까지 하나가 되었었지요. 극우 애국주의 역시 사회에서 '잉여'로 몰린 무리들, 자기 집단과 계급에서 2류 내지는 3류 취급받는 무리들에게 '구원'으로 다가왔고요. 현재 개독들이 벌이는 반지성적 추태들인, 교과서 진화론 삭제 시도 사건 및 창조론 설파의 모습들, 사회를 좀먹는 편견을 조장하는 행태, 나치의 패악질급인 '차별금지법' 반대 난동 등등이 있죠.

 

한편으로는 민주화 세력, 지식인 계층이 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잉여'의 무리들에게 '구원'을 제시하지 못한 것 또한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때로는 엘리트 의식으로 인해 저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요. 그러면서도 이들은 극우 벌레들이 갈망하는 '힘'도, 빈자에게 당장 나눠줄 '빵'도 부족한지라 극우 선동꾼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그들은 키릴로스와 같은 선동꾼에 의해 이용당할 뿐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열등감과 파괴욕 등을 충족시킬 수 있지요. 그리고 지성과 양식의 사람들은 이들에게 이런 것까지 충족시키지는 못하고요.

 

예나 지금이나 이런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제 주변에도 일이 안되고 안되다 완전히 인간이 일그러져서 일베충처럼 되어버린, 골수 박정희신도가 있어 이래저래 안타깝지요. 비슷한 처지이면서 교회에 빠져 제대로 해결은 보지도 못한 채(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 나았을 상황이 악화되어 버렸지요) 이제는 개독이 되어 버린 경우도 있고... 정말 어렵습니다. 

 

 

 

 

덧 / 작품 제목 '아고라'에서 이 '아고라'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세라피움에서 과학과 철학을 토론하는 사람들의 모임? 아니면 이를 파괴하고자 날뛰는 군중의 집합? 혹은 군중을 선동하는 선동가 무리까지 포함한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