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계몽이라는 단어가 무척 거슬린다.

'언어는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간단하게 풀어쓰자면, '사피어-워프 가설'에서 '성차별적인 언어를 스면 성차별주의가 된다는 것'으로 호남만 콕 찝어서 '계몽'이라고 표현한 것은 연필님의 의식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몽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 한다면 그 계몽의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이다. MB정권 때의 일화 하나를 들자면 정부 관련 입찰 계약 관련하여 담당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당신들에게 낙찰을 해준다면 내가 챙길 몫은 얼만데?'라고 했다는, 물론 이런 사례를 모든 공무원들에게 적용하기에는 일반화의 오류가 있겠지만, 지인의 토로는 영남패권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뇌물을 요구해도 잘릴 염려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계몽의 대상이라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는 계몽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오만방자한 단어를 남발하는 연필님이 계몽의 대상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2. 왜 시민단체가 필요한가?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유에 대하여 설명해 보자. '기울어진 운동장' 비유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로 한 발언이다. 그 발언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사회에서 보수여론의 독과점에 맞서는 것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보수는 위쪽에서, 진보는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세력은 죽을 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지만 보수 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는 것이다.


‘뻥 축구’는 매일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천안함 사건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안보 구멍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전 정권 책임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헌법에 손을 얹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은 사죄도 책임도 언급한 적이 없다. 여당 대표는 지방에 가서 “바로 여기 모인 시민들을 공격한 것”이라며 겁을 주고, “제2의 천안함을 막으려면 한나라당이 압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멍 뚫린 정권에 표를 줘야 구멍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결자해지를 얘기하는 것인지, 후안무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러니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노 전 대통령 1주기에 맞춰 발표된 ‘채팅 여간첩’과 전교조 교사 무더기 파면·해임 조치는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공안 버라이어티쇼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당장 바로 세울 수는 없다. 방법은 있다. 관중의 눈이 똑바르면 된다. 국민이 호루라기를 든 심판을 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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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용 부분에서 '관중의 눈이 똑바르면 된다, 국민이 호루라기를 든 심판을 맡으면 된다' 부분은 분명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왜냐하면, 바로 'rational ignorance'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합리적 무시'라고 번역되는(또는 합리적 무지라고 번역이 되기도 한다) 이 용어는 특정 행동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을 알아도 그 행동의 수행 결과 내게 돌아오는 결과가 미미한 경우, 즉 '노력'보다 '결과'가 적을 때 사람들은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민들이 특정 분야의 예산 낭비 요소를 발견하여 관련 법규를 고치고 꾸준히 감시하여 절약되는 예산이 100억이라고 치자. 그러면 개인에게 돌아오는 세금절감 효과는? 단순하게 계산해서 100억 나누기 오천만명, 일인당 2백원. 4인가구의 경우 8백원.


8백원을 절감하고자 생업에 전력하지 않고 이 활동을 해야 하는가? 여기서 사람들은 '차라리 8백원 세금을 더내고 말지'라고 생각하여 특정 예산 항목 감시 활동에 참여하기를 포기한다. 그 것이 바로 rational ignorance이다.


지역차별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rational ignornace가 작동, 강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평련'의 활동은 '지역차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지만' 개개인들의 사정 때문에 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여 활동하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필요성은, '포드자동차의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연필님은 알리라 생각한다.


3. 연필님의 주장을 최선의 선의'로 해석하자면 지난 2013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책임을 지고 말러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발언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대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확인됐다”며 “호남보다 충청권 유권자 비율이 처음으로 더 높아졌고, 보수 40, 중도 30, 진보 30이란 이념적 구성비가 바뀔 가능성은 적고, 50대 유권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과 대선으로 갈수록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도가 커질 것”으로 봤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호충(호남·충청, DJP) 연합, 노무현 대통령의 ‘영남후보+젊은 세대 동원 전략’, 문재인 후보의 후보단일화 전략 등의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진보의 재구성’이다. 그는 “정치지형을 바꿀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보수화·고령화된 유권자가 마음의 경계를 해제할 통 큰 변화와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정체성의 재발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때 “(안철수 진영을 포함한) 야권이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진보의 재구성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는 여기를 클릭)


민병두 의원은 '기울어진 운동장' 비유를 하면서 '진보의 재구성'을 통한 집권을 제시한다. 연필님의 주장은 한마디로 '호남의재구성'을 언급한 것이고 그걸 계몽이라고 표현했다고 최선의 선의로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남차별에 비유하자면?

민주당의 대선 패배의 책임은 '기울어진 운동장'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게 귀속이 된다. 그런데 호남은? 왜 호남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강요 당해야 하는가?


당연히, 호남 사람들도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타파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 것은 호남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구성원의 일부'로서의 책임을 나누어가지는 것이지 모든 책임을 호남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한마디로 '희생양 만들기'를 합당화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낙인찍기에 불과하다.


연필님이 주장한 내용을 받아서 연필님에게 충고하자면, '약자가 약자끼리 연대해서 강자의 불합리성을 타파하기는 커녕 약자가 더 큰 약자를 보고 위안을 삼는 것', 바로 그게 '계몽의 대상'이다.


주어와 목적격을 헷갈리지 말기를, 제발 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