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게된 목적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미투라고라님이 아래에 쓰신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비판글을 보고 댓글을 주고 받으면서, 미투님, 흐강님, 거기에 한그루님의 글까지 보면서 아무래도 팩트와 주장에 대해서 혼동하고 계신다라는 것을 느껴서 그것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미투님글과 한그루님의 글에 대한 링크는 여기

http://theacro.com/zbxe/free/5146169

http://theacro.com/zbxe/free/5146418

두번째 목적은 양극화와 맞물려서 CEO 나 전문직의 역할/문제에 대해서 (정리가 덜되어 부족하지만) 약간의 제 의견을 쓰고 싶어서 입니다.


첫번째 이슈, CEO의 연봉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입니다. 일단 두가지를 먼저 말하고 시작합니다. 첫째, 퍼즐의 정확한 방점은 "CEO 연봉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 라는 마지막 부분입니다. 왜 현재 CEO의 연봉이 일반 노동자보다 연봉보다 훨씬 높은가라는 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왜 시간이 갈수록 이 경향이 점점 강해지느냐라는 동적인 질문이라는 것입니다. 전자와 후자를 헤갈리면 논의에 대한 파악을 잘못할 수 있기에 미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둘째, 이 퍼즐은 금융경제학에서 최근에 가장 핫 타픽중에 하나입니다. 핫 타픽이라는 것이 무슨 뜻이냐하면, 아직 학문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요. 산재하는 주장들이 몇가지가 있는데, 어떤 한가지가 팩트로 정립되지 않았다라는 것입니다.

한그루님이 쓰신 글에 가보면 정규재 칼럼이 있는데, 그 칼럼에 설명되어 있는 이야기는 제가 아래에 쓰는 몇가지 주장들 중에서 자기 입맛에 맛는 것만 골라서 버무려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보수주의자들(한국에서는 특히 전경련쪽)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 이것이 일반인들이 흔하게 알고있는 오해이기도 하구요.

다시 결론부터  한번 말씀드리면, 싱거운 이야기같지만 아직까지 CEO 연봉이 왜 이렇게 많이 올랐느냐에 대한 인정받고 있는 정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연구가 더 쌓이다보면 현존하는 주장중에 어떤 것이 결국은 정설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그때 이야기이고, 현재 논의를 할 때는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팩트인냥 써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높다라고 인정받고 있는 주장들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문헌(literature) 에서 가장 많이 다루었던 것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Frydman and Saks (2010, Review of Financial Studies)에서 정리된 내용을 참조해서 쓴 것입니다. 대략 문헌에서 인기가 있었던 순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  CEO rent-seeking 이론

이것은 CEO의 연봉과 이것을 결정하는 이사회(Board)와의 관계에서 CEO가 이사회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졌다라던지, 아니면 현대 사회로 가면서 CEO의 파워가 강해져서 CEO들이 회사에서 실제로 하는 역할 이상으로 돈을 많이 받고 있다라는 주장입니다. 보통 지배이론(corporate governance) 문헌에서 많이 등장합니다.

(2) 회사의 평균 크기 증가와 "경쟁"에 의해서 그랬다라는 이론

지난 세기동안 평균 회사의 크기가 증가해왔고, (글로벌라이제이션같은 이유로) 시장 경쟁이 강화되어 왔고 따라서 좋은 CEO를 회사에 데리고 올려는 경쟁 또한 치열해졌기에 따라서 산업의 싸이즈가 커짐에 따라서 CEO 연봉도 올랐다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데이터가 그랬습니다. 실은 저도 몇년전까지는 이 이론이 가장 맞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었기도 합니다.

(3) 리스크가 커져서 그에 대한 댓가로 CEO 연봉이 올라갔다는 생각

여기서 생각해야할 리스크는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로 회사가 처한 환경에서 외생적으로 오는 Business Risk와 두번째로는 회사가 프로젝트를 어떤 것을 실행할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내생적인 리스크가 있습니다. 외생적으로 오는 Business Risk가 전보다 커졌을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신빙성이 없고, 후자는 CEO가 하는 생산활동에 숨겨져 있는 것이라 그것을 밝혀내내는 작업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리(Principal-Agent)이론에서 말하는 Hidden effort에 대한 가정을 인정을 하고 찾아봐도) 여전히 실증적으로 리스크가 커져서 CEO의 연봉이 올라갔다라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에 그리 큰 신빙성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4) 옛날보다 CEO의 능력(skill or ability)가 상승해서 연봉이 올라갔다는 주장

옛날보다 지금의 CEO들의 능력이 뛰어나다, 또는 최소한 훨씬 더 많은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받을 것이라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CEO 연봉이 늘어난 속도와 실제 CEO들의 skill이 늘어난 속도를 비교해보면 후자가 훨씬 느리다라는 것이 이 주장의 설득력을 약하게 합니다.


이 이외에도 IT 산업의 붐때문이라던지,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서 규범이 바뀌어서 그랫다라던지 하는 주장이 있는데, 위의 것들보다는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혹시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나 질문이 있을 시에는 댓글에서 다루도록 하지요.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원래 이 퍼즐이 금융경제학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1980년대 데이터부터 2000년대 중반의 미국 데이터를 보니 CEO의 연봉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위에 말한 서너가지 설명하는 이론들이 나왔었고 꽤 신빙성이 있었었죠. 그랬는데, 2000년대 후반에 Frydman과 Saks가 제시한 것이 데이터를 1930년대부터로 연장해 봤더니 저런 연결고리가 다 끊어지더라 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왜냐하면 1970년대 후반까지는 CEO  연봉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라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이 되었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여태까지 갑론을박하던 이론들이 일부의 데이터 셋을 맞추기는 하는데 전체 데이터 셋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그저 우연히 발생한 일뿐인데, 데이터를 끼워맞추기 위한 이론을 만들어낸 것에 불구할지도 모른다라고 까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봐야 알겠지만, 가장 최근에는 롱런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는 1980년대 이전과 이후의 세금 제도의 차이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Frydman and Saks (2011, Journal of Public Economics)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시간에 따른 세율과 CEO연봉의 변화율에 대한 그래프입니다. 옛날보다 지금의 세율이 훨씬 낮아져왔고, CEO 연봉도 커져왔다라는 주장이죠. (어쨋든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득의 양극화를 연구해온 사에즈나 그의 동료들(피케티도 포함)은 양극화도 세금이 줄어들면서 발생했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관련된 문헌들도 계속 나오고 있구요. 저 개인적으로도 세재의 변화가 CEO 연봉의 증가를 비롯한 양극화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큰 편이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시간이 가면서 줄어들고 것은 한계 소득세율, 올라가고 있는 것은 CEO 연봉)





위에 소개해 드린 이론들을 가만히 보면 진영논리에 가져다 쓸 이야기들이 꽤 됩니다. 경쟁이나 리스크 이야기는 보수측에서 가져다 쓸 만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인들도 알게 모르게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요. CEO rent-seeking이야기나 세제 이야기는 진보쪽에서 가져다 쓰기에 좋지 않겠습니까. 어쨋든 이래저래 팩트로 정립된 것은 아니고, 여태까지 나온 주장들의 일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이제 두번째로 넘어가서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를 추가 하고 이 글을 접겠습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서 가장 크게 지적하는 것은 "자본소득의 증가율 > 노동 소득의 증가율" 이다 입니다. 이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자본가가 노동자들보다 부의 축적을 훨씬 더 많이 해왔다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노동 소득의 증가를 일반 노동자와 소위 말하는 전문직이나 CEO들의 그것으로 구분해 보면 일반 노동자들보다 후자들의 임금 증가율이 훨씬 많이 증가했다라는 것도 팩트입니다.

이 양극화는 10%, 5%, 1%, 0.1% 이렇게 점점 더 작게 처다보면 훨씬 더 강해집니다. 위에 제가 소개한 CEO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S&P 500 상장 기업의 CEO들의 평균 연봉 인상을 말하는 것인데, CEO들끼리의 연봉을 비교해봐도 시간이 갈 수록 상위와 하위 그룹의 연봉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그룹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을 하는데, 이들 내에서도 능력차이가 나기때문에, 하는 일의 리스크가 커서 그 책임을 지는 댓가로 그런다라는 것은 더더욱 신빙성이 별로 없는 이야기입니다.

조심할 것은 경제의 파이가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모두에게 어느 정도 골고루 이득이 되었고 상위 5%나 10% 정도가 조금 더 많이 가져갔다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랬으면 양극화가 문제가 될 이유가 없어요. 그 아래의 하위층의 임금은 거의 증가한 것이 없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심화되고 있는데,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같이 같은 직종, 같은 일을 하는 일을 하는 일반 노동자들만 겪는 문제 아니라, 비슷한 일을 하는 고임금 전문직내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직 교육을 강화, 부가가치를 많이 만드는 직종으로의 변화등등의 식의 해결방안은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요. 같은 그룹내에서의 양극화를 막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CEO같은 전문직이라는 것은 그 정의상 전체 경제 인구의 일부분의 소수만 가질 수 있는 직업일 뿐이니깐요.)

이 상황을 통틀어 봐서 저는 이게 시스템이 만든 착취현상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개 국소적인 시장 - CEO 시장, 각각의 전문직 노동시장,  일반 노동자 시장 등등 - 으로 만 구분해서 보면 실은 별로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대개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설명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체 파이를 놓고 분배하는 가장 큰 시장을 보면 뭔가 오작동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자본주의의 역동성만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한 2년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냐라는 것을 내세울 때는 기본적으로 (미투라투고님도 주장하셨던, 그리고 대선때는 안철수 캠프에서 주장한 내용인데) 쓸데 없는 규제를 철폐하는 대신에 반칙을 했을 때는 일벌백계하는 방식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단 가장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시장의 건정성 회복같은 것도 포함되구요. 세제 개혁도 분명히 해야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있어야겠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렇게 보면 영양가가 별로 없는 멘트를 남기는 셈인데) 그냥 우리 모두가 그것을 아직 찾고 있다라고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