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에 올릴 정도의 가치는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써봅니다.)

  뉴스를 보니 정운찬(이하 정씨)의 부인의 그림 몇 점을 팔아서 대략 6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정씨의 주장에 의하면 국전에 입선한 정도의 실력이라 그 정도 가격은 별로 이상 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정씨의 말은 사깃꾼의 주장과 같다고 느낄 것이다.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자의 수준이 그런 정도라니 많이 실망스럽다.   
    
지하철 환승역에 가보면 간혹 그림 세일을 한다. 그 중에서는 자칭 국전입상 작가들의 그림도 보이는데 가격이 100-200만원짜리도 있다. 그런 상투적인 이발소 그림을 100만원 사가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흥정을 하면 한 반값 정도에나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국전"은 지역별로도 공모하여 수상을 하는데, 몇 명이 상을 받는지 알아보려고 했으나 어려웠다. 이전 국전 심사위원 매수사건이 말해주듯이 국전 입상은 그것이 그림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학원오픈을 위한 최소한의 진입요건이 된다. 차라리 노골적으로 미술교수법 자격증 실기시험을 국가가 주도하는 편이 어떨까 싶다. 위키에서 설명한 “국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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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미술대전(大韓民國美術大展)은 대한민국의 미술 분야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다. 30여 년 동안 이어오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가 1982년에 개편되면서 기성작가 부문이 폐지되고 신인 부문만 따로 분리된 것이다. 이후 매년 개최되어 2007년에 제26회 전람회가 열렸다. 이전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국전, 대한민국미술대전은 미전(美展)이라고 불러 구분한다. 그러나 폐지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와 신설된 대한민국미술대전을 모두 국전(國展)으로 약칭하는 경우도 있다. 출범할 당시에는 제5공화국 초기에는 정부의 주도로 실시되었으나 이후 한국미술협회가 이관받아 주관해 왔다. 공모 분야와 시상 방법에서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초기에는 사진과 건축 부문도 함께 공모했으나 1986년부터 해당 분야의 협회에 이관한 것이 한 예이다. 한국화, 양화, 서예, 공예, 판화, 실내조각, 야외조각 분야 등으로 나뉜다. 2000년에 심사 과정에서 금품 수수가 개입되었다는 비리 사건이 터져 한국미술협회 임원들이 대거 입건되는 일이 있었고,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과 변화를 포용하기보다는 보수적인 회화 위주의 운영을 한다거나 홍익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 특정 학교 출신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1] 한국미술협회는 이에 대해 체육관을 대여해 공개심사를 진행하는 등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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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오면서 “그림” 만큼 희안한 방법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은 못 본 것 같다.   그림 시장만큼이나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시장>은 없을 것이다. 허영과 미신과 억측과 조작이 횡행하는 그림 시장은 얼빠진 부자를 속여먹는 가장 적절한 시장이다.  간혹 액자를 하러 화방에 가곤 하는데 내가 보기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그림이 <200만>원짜리 명찰을 늠름하게 달고 있다. 물어보면 그런 그림을 거의 그 가격에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정말 혼돈스럽다. 유럽의 도심 화랑에 가면 피카소 진품 그림을 간혹 볼 수 있다. 정말로 도화지에 선 몇 개 찍찍 그어놓은 것에 불과한데(?) 평균 1500만원씩을 부르고 있다. 그것을 사가는 사람은 과연 어떤 예술적 감동을 느끼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친구 중에 
부지런히 그림을 사 모으고 있는 의사가 있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는 그림이 제일 좋은 투자처"라는데 차라리 그렇게 노골적으로 투자를 위한다면 이해를 해줄 수 있다.  
   
  며칠 동안 인터넷에서 정씨 부인이 그려서 팔았다는 그림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볼 수가 없었다. 그 1600만원짜리 그림은 어느 정도의 예술품인지 궁금해진다. 간혹보면 아마추어 유명인들이 전람회를 열어서 그림을 판매하곤 하는데, 예를 들면 조영남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그런 장면을 보면 그 뭐랄까, 세상은 결국 “똑똑한 놈이 어리바리한 놈을 등쳐먹고 사는 구조구나”하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여하간 정씨 부인이 그림 4점을 6000만원에 판매한 이 이후의 걱정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뇌물줄 때는 이렇게 주면 될 것 같다. 붓글씨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좀 적어달라고 하고 그 가격으로 한 5000만원 정도 준들 뭐라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그 글씨는 정말 감동적이라 제 값을 치루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다면 뭐라 할 것인가 ? 그리고 그 내용도 얼마나 감동스러운가, 우리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많은 관광객들이 파리(Paris)에 가면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명 박물관에 가서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을 확인하러 간다. 그런데 사실 서양미술사에 정통하지 않다면 루브르는 지겨울 뿐일 것이다. 남들이 가니까 가는 것이다. 정말로 <감동적>이며 <대단한> 그림을 보려면 박물관보다는 실제 그림을 판매하는 사설 갤러리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곳에 가면 정말 잘 나가는 작가의 팔리는 그림을 실컷, 공짜(!)로 볼 수 있다. 옷차림이 말쑥하면 커피도 한 잔 얻어먹을 수도 있고. 얇은 도록도 몇 권 얻어올 수 있다. 루브르에 걸린 80% 이상의 천편일률적인 고전 그림들, 그중 5개의 그림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림보다는 강력한 감동을 주는 그림이 사설 갤러리에 널려있다. 일전에 파리에 갔을 때 한 화랑에 가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었다. 작가는 꼬띠 브와즈. 철자는 기억이 안난다. 갤러리 할매의 발음을 따라 적으면 그렇다. 만일 저 그림이 50만원 이하라면 무조건 사가자고 아내랑 작당을 하고 들어가서 물어보았다. 아마 화랑에서 제시한 가격은 1000만원이 좀 안된 것 같았다. 당장 현금을 주면 한 600만원 정도는 가능하다는 눈치를 보였다. 눈 좀 즐겁자고 1000만원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여 맘을 접었다. 하여간 그 갤러리에서 그림 실컷 구경하고, 충분히 설명듣고 잘 놀다가 왔다. 쩝, 여하간 파란색과 흰색으로 그린 꼬띠 브와즈의 <바다>그림은 지금도 간절하다.

사실 쓸 만한 유화는 대부분 많이 비싸다. 그래서 간혹 판화를 사오곤 한다. 특히 독일권이나 동유럽 나라의 구석진 서점을 잘 뒤지면 아주 싸고 좋은 판화를 구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3년전 프라하 구석 서점에서 구한 리쏘그라피 그림이다. 가게 할매가 12 유로 달라는 것을 막 우겨서 9유로에 사온 곳으로 기억난다. 작가의 이름 잘 판독이 안되는데 <카벨 밀카>인지 뭔지 모르겠다. 가난한 판화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 판화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어릴적 살았든 어두운 동네의 음산하고 기괴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다. 구도나 색감이나 정말 마음에 든다. 나는 왜 음산한 성당 분위기가 좋은지 모르겠다. 한국에 와서 2.5만원짜리 액자에 끼워서 내 방에 걸어놓으니 정말 좋다. 집에 놀러온 사람들 중에 관심이 있어서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나도 구태여 설명을 할 생각도 없다. 외국에 나갈 기회가 되면 명품가방보다는 장당 10유로 안팎인 에칭 판화나 리소그라피 그림을 사오면 좋다. 동네 서점이나 골동품 가게에 가면 잡다한 판화 그림, 엽서 이런 잡동사니를 모아둔 박스가 있다. 박스에 붙은 숫자가 그 박스에 있는 그림의 값이다. 보통 1장에 10유로 정도에 판다. 한국식 딜이 통할 때가 많다.
 6장에 50유로.. 우기면 보통 해준다. 하여간 정씨 부인이 그린 그림 100장은 준다해도 나는 <카벨 밀카>의 판화와는 안 바꿀 것이다. 

음악은 많이 들으면 늘고, 그림은 보면 볼수록 는다. 그림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주관적이긴 하지만 <벽돌도 잘 요리하면 한우 스테이크보다 맛있다>는 식의 막무가내식 주관이 통하는 분야는 아니다. 미대 나와서 국전에 입선한 뒤 그림 4-5 점을 팔아서 6000만원을 벌 수 있다면 나부터 이 짓을 때려치고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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