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들의 양아치 짓이나 기자들의 불량 자질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종편이나 페이퍼 신문들의 행태를 보면 언론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거나 근거가 좀 미약하지만 공익적 가치가 커서 먼저 폭로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에는 재빠르게 정정보도를 하거나 사과를 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란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심층 취재로 근거를 보강하기는 커녕 계속 다른 의혹들을 근거없이 제기해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문회 문건의 내용은 허위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지경까지 왔으면 세계일보는 정윤회와 자신들이 지칭한 십상시, 박근혜 정부, 국민들에게 오보를 낸 것에 깊이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세계일보는 오늘 사과나 정정기사가 아니라 사건을 확전시킬 요량으로 이 사건에 박지만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벌였더군요. <세계일보 취재팀, 박지만에게 ‘국가기밀유출 ’ 제보>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달았지만, 내용은 별 것 없습니다. 지난 5월에 박지만 관련 내용이 든 A4 용지 100장의 문건을 박지만에게 보여주면서 문건이 유출되었음을 박지만에게 알렸다는 것입니다. 박지만은 이를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하고 문건 유출에 대해 감찰해 줄 것을 요청했고,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도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정호성 비서관은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했고, 김기춘 실장은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조사를 지시했고, 홍경식 민정수석은 권오창 민정기강비서관에게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을 보면 박지만이 정호성에게 요청한 것도 문제 없어 보이고 청와대 내에서 조치한 것도 별다른 문제가 있다 할 수 없습니다. 세계일보는 이게 무엇이 문제라고 <단독>이라 표현하면서 마치 반전의 근거를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호들갑을 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내용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되어 알고 있는 내용인데 마치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인 양 저렇게 설레발을 치지요.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12/11/20141211006011.html


저는 세계일보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박지만에게 보인 문건은 박지만과 관련된 것이고, 이번에 세계일보가 보도한 것은 정윤회와 관련된 것 뿐입니다. (이정현과 김덕수와 관련한 내용은 지워서 보도했음) 박지만에게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전달했다면, 자신들이 박지만에게 보여주었던 박지만 관련 건을 기사화해야 하는데 정윤회 건을 기사화해서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정윤회 관련 건이 사실이라고 믿어 단정적으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면, 박지만 관련 건도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을 리 없는데 왜 이 2 건을 차별했을까요?

세계일보는 이미 정윤회 건과 박지만 건, 둘 모두의 문건을 입수한 상태이고, 이 문건이 작성된 곳이 청와대의 공직비서관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박지만 관련 건 동향보고서를 작성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청와대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인 조응천과 박관정 경정 등의 조응천 수하 경찰들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사람이나 동일한 조직(공직기강비서관)에 의해 작성된 문건을 한 쪽 건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믿고 한 쪽 건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이 입수한 문건의 해당 당사자가 정윤회와 박지만이라면 왜 정윤회에게는 그 문건의 진위에 대해 확인하려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요?

문건 유출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면, 문건의 내용으로 보아 정윤회가 더 타격을 받을 내용입니다. 유출을 시도했다고 한다면 정윤회 측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초딩이면 다 알 수 있죠. 문건의 작성자는 공직기강비서관 측이라는 것은 문건에 나와 있으니 알 터이고, 박관천은 문건을 입수한 5월 전인 2월에 청와대를 나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유출자로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은 박관천과 그와 관계되는 사람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 않나요?

세계일보는 왜 정윤회 건과 박지만 건을 동시에 다 보도하지 않고 정윤회 건만 깠을까요?

문건 유출이 심각할 정도로 청와대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써야 하는데 왜 문건내용에 포커스를 맞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문건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을까요?

박관천과 세계일보는 지난 4월에 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은 무슨 내용을 주고 받았을까요? 세계일보는 박지만과의 이야기를 내보기 전에 박관천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밝혀야 되는 것이 아닐까요? 4월에 박관천과 통화했다면 유출 관련하여 박관천에 문의를 했을 것이고, 이 때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유출되었다는 것을 박관천이 알았을 것임으로 이에 대해 박관천은 세계일보에 해명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을 것입니다.

세계일보가 문건을 폭로할 때는 유출경로에 대한 윤곽도 박관천의 말을 빌어 보도할 수 있었을 것인데 유출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기사에 한 줄도 없었을까요?

세계일보가 문건을 전달한 사람을 제보자 보호를 위해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박관천으로부터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야 합니다. (물론 지금 세계일보가 제보자를 밝히지 않는 이유로 제보자 보호라는 것을 내세우지만 이것은 핑계에 불과하지만)

박지만에게 유출의 심각성을 전달했다면 세계일보는 자신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그 문건을 입수했는지 적어도 박지만에게 전달하고, 만약 박지만이 청와대(정호성 비서관)에 유출에 대해 감찰을 요구했다면 박지만도 이 문건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알려주면서 감찰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합니다.

과연 세계일보는 누구로부터 이 문건들을 전달 받았을까요? 박관천측이 아니라면 누구일까요?

왜 세계일보는 문건 유출 문제가 아니라 문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을까요?

세계일보와 박관천은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요?

왜 세계일보는 자신들이 입수한 문건 둘 모두를 공개하지 않고 정윤회 건만 보도했을까요?

청와대의 유출 조사가 미흡했다면 청와대의 유출 조사가 미흡했던 점을 부각하고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정윤회의 문건내용만을 폭로했을까요?

왜 세계일보는 정윤회 문건에 함께 나오는 이정현, 김더수 건에 대해서는 지우고 김기춘 건만 보도했을까요? 왜 유독 정윤회만을 타깃으로 한 기사를 내 보냈을까요? 이정현, 김덕수, 박지만 건은 취재결과 허위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