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은 제 1 세계와 제 3 세계가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선진국이 갖출만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부동산 가격이 싸기 때문에 웬만한 선진국의 평균 생활인이 남아공에 온다면 좋은 조건에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가 있다. 단 다른 후진국에서 볼 수 있는 부패와 범죄와 불의에 대해서 무감각 할 수 있다면.


아프리카에서 제일 형편이 좋은 나라라고 주변 국가에서 계속 불법입국자가 늘어나는 남아공의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불러서 일을 시켜주기를 바라고 하루 종일 기다리는 모습, 어디를 가나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흑인들의 모습이 눈에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처음으로 이렇게 지독한 경제적 불평등의 차이를 목격 할 때는 누구나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 오래 살다보면 아마도 마비현상이 와서 무감각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살다보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저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흑인들의 생활의 수준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백인들처럼 심리적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 부부는 20년을 살아도 무감각해지지 않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열악한 흑인들의 삶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려는 노력하고 있다. 구름은 흑인 집단빈민 지역 소웨토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양철집들을 보고서 “우리 직원들만 해도 이런 곳에서 살지는 않는다. “라고 했다.


어리를 가나 길에서 끊임없이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차가 질주하는 고속도로 옆을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들. 황야 같은 시골에서 마치 느리게 돌아가는 시계바늘처럼 움직이는 사람들, 아마 그들은 우리처럼 오바마의 말 한 마디에 신경을 쓰면서 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 실업률이 높은 남아공에선 도저히 직업이라고는 할 수 없는 직업들이 많다. 꼭 불법이나 범죄가 아니더라도 적은 액수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을 하기가 어려운데 그 나마도 아프리카 전역에서 일 자리를 찾아서 몰려오는 이주노동자과 경쟁을 해야 한다.


만약 한 젊은이가 고향에서 수 백 Km 떨어져 있는 요한네스버그에 와서 정상적인 취업을 해서 월 30 만원의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면 교통비로 절반이 들어간다. 계산으로만 따진다면 고향에서10 만원을 받고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시골에 있으면 삶이 달라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도시로 몰려오는 것이다. 이런 인력을 고용하는 사업주로서 현재의 저임금 구조는 매우 유리한 일이지만 바람 부부는 그런 장점을 활용하기만 하지 않고 고용인들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남아공 현지 교민들과 전혀 접촉이 없이 고립되어 사는 것 같아 보여서 꼭 그래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현재 함께 일을 하고 있는 30 명을 돌보기 바빠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서 아옹다옹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람 한 명에 대하여 신경을 쓸 여력이 있으면 흑인을 100 명을 돌 볼 수있다고 한다.


남아공의 흑인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결과이든 지난 100 년간 백인들에 의해서 도시화되어 버렸다. 전통적으로 자연 속에서 촌락 생활을 흑인들이 아무 것도 없는 농촌에서는 살 수 없도록 유전자가 바뀐 것이다. 그래서 아무 기술이 없이 무작정 도시에 흘러 들어온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청소부나 가정부 정원사 등 단순 노동직종일 뿐이다. 그래서 도시는 일거리를 찾는 단순 노동자들로 넘쳐난다. 이 말은 아주 단순한 기술만 가지고 있어도 먹고 살 수가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그 단순한 기술을 배울 곳이 없는 것이다. 교육기관이 있어도 가난한 이들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던지 졸업장을 팔아먹는 엉터리 학원들이다. 아직 국가가 면허를 취급하고 검인증 할 만한 표준화화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면허라는 제도가 없고 관련 학교 졸업장이 면허를 대신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국제 기준의 고급 기술도 있고 낮은 기술도 있지만 중간 기술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즉 기사 1, 2, 3 급 ,기능사 1,2, 3 급 이런 것이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상급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계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에 있어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남아공은 지금 한국이 산업화 시대에 공고에서 가르치던 기초기술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금은 쓰지 않는 낡은 기계들이 이곳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버려 버리고 새 것을 쓸 일이지만 구름이 공장에서 모터가 고장 난 것을 반나절을 걸려서 고쳐서 쓰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남아공에서는 수리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역시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남아공도 교육이 빈부의 격차를 벌어지게 만드는데 크게 공헌(?) 하고 있다. 국립 초등/고등학교에는 자격과 능력이 있는 흑인 교사가 너무 부족하고 대학과 취업용 사립 교육시설은 너무 비싸다. 남아공은 한국의 공고처럼 공교육에서 기술 교육을 담당하지 못한단다. 있기는 있지만 엄청나게 비싼 학비 탓에 개인이 감당 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구름은 그들의 힘으로는 평생을 가도 감당할 수 없는 고등교육을 받아서 신분상승을 이루는 비현실적인 방법 보다는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에 뜻을 두고 있다. 즉 처음에는 일거리가 없는 사람에게 단순한 일거리를 주고 미숙련 단순 노동자에게 기계 다루는 법을 가르쳐서 기술자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구름은 지금은 시설도 기계도 교사도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에 자기 공장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흑인 직원들은 컴퓨터를 잘못 만지면 망가지는 것으로 생각해서 컴류터를 만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타자 연습을 시키기 위해서 컴퓨터를 한 대씩 사 줄 수는 없지만 키보드를 하나 씩 사주고서 집에서 타자 연습을 하도록 한다고 한다. 만일에 한국의 많은 PC 방 중에서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된 PC를 남아공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일에 한국의 공고에서 쓰지 않고 버려진 기계들을 남아공에 가져 올수만 있다면 최고의 기술 학교를 세울 수가 있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 있다면 이런 일들을 추진할 수 있을 터인데 갈 수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직원들이 이런 구름의 자세에 비해서 감사하는 마음은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노력으로서 보답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구름이 직업교육에 대해서 아무리 필요성을 주장해도 정부 관리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부족단위로 살고 있는 시골로 들어가면 족장들은 관심을 가져서 땅을 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그러나 학교를 연다고 해도 문제가 많다. 도로변의 전화선을 끊어 가는 수준이니 어떤 시설이라도 해 놓으면 보존 될 수 있는 안전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지역을 위해서 기술학교를 하려고 하면 먼저 그 지역 주민들과 깊은 유대와 이해가 있어서 주민들이 스스로 시설을 보호하려고 하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교육 이전에 Community work이 필요하기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고용인들 가운데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기술자로 양성을 하는 것이 최우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그 방법으로 토요일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공짜는 없다. 강자의 입장에서 무조건 베풀어서 흑인들을 의존적으로 만들었던 백인 선교사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수입의 1%를 내게 하고 그것으로 다시 교재를 만든단다.


비교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은 남아공이 행정적으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일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바람 부부는 건강한 사업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교육하고 훈련을 시켜 그들의 살 길을 만들어 주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바람의 꿈과 구름의 꿈은 차이가 있다.


바람은 요한네스버그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가서 큰 땅을 구입해서 직원들과 가족들이 모두 같이 모여 살면서 외교와 국방 외에는 모든 문제가 그 안에서 해결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한다. 모든 것이 불안한 사회에서 작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니 돈이나 물건을 나누어주는 것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사회에 봉사하는 일이다. 즉 재화의 소비 못지않게 용역의 소비도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즉 남아공에서는 한 집에서 가정부, 정원사, 운전사를 고용해주면 그 만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더 나가서 고용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교육이나 훈련을 시켜 준다면 예수가 따로 없는 것이다.

바람의 고민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할 일이 눈에 보이는데 함께 힘을 모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생업을 하면서 뜻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막연하게 꿈같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흑인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내가 그들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맨손으로 남아공에 가서 현재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단어처럼 오염되기 쉬운 말은 없다. 말로 하지 않고 실제로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것은 공동체 의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이웃의 고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남아공에서 눈만 뜨면 현실에서 하늘과 땅 만큼 큰 빈부의 격차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동체의 꿈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공동체라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맞다. 그 길은 그리 쉽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는 그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모든 인간이 미국인들처럼 소비하면서 사는 시대는 자원의 한계 때문에 결코 올 수 없다.

공동체가 되면 가장 좋은 것은 효율이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가족 제도의 부족 생활을 하던 흑인들이 지금은 연변 사람들처럼 부부가 다 도시로 돈 벌러 나가고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돌보는 콩가루 가족이 되어 버렸다. 바람은 이렇게 헤어져 있는 가족들이 다 모여 함께 살며 일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구름이 꿈꾸는 직업학교나 바람이 꿈꾸는 생활공동체나  그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워서 나 같은 현장 경험이 있는 데모도가 필요한 것인데 데모도가 년식이 많이 나가다보니 동력이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