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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여자 연예인은 이렇게 불행한 것일까? 왜 우리 사회는 이토록 여배우가 살기 어려운 것일까? 한국에서 여자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톱스타 ㄱ씨. 그녀는 2000년 열아홉 나이에 가수가 되겠다며 연예기획사의 문을 두드렸다. 음반을 내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노래 수업비, 연기 수업비, 헤어·메이크업비, 기타 부대 경비 등…. 기획사에서는 속칭 스폰서라는 사람을 소개했다. 여자 연예인 킬러로 알려진 ㅎ그룹 박 아무개 사장과 벤처업계의 귀재로 불리는 송아무개 회장이 그녀의 스폰서였다. 송 회장은 “ㄱ은 박○○ 형님의 아이였고, 나는 잠시 뒤를 봐준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스폰서 때문에 위기를 맞이한다. 2002년 연예 비리 사건이 터지자 성상납 혐의로 검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소속사 김 아무개 사장과 스폰서 박 아무개 사장이 해외로 도피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수사를 했던 서울지검 관계자는 “도피도 도피지만 그녀가 무명 연기자여서 별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무지 뜨더라”고 말했다.

2002년 그녀는 새로운 소속사에서 탤런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6000만원 들여서 턱·코·광대뼈·가슴 등 온몸을 성형수술해 독특한 매력이 생긴 것도 보탬이 됐다. 운 좋게 광고에서 얼굴을 알리고, 드라마 조연 자리도 잡았다. 그러나 수입은 여전히 지출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신문에는 광고비로 수천만원을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 액수는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마저 광고주와 광고를 연결해준 사람 접대비로 나갔다. 2004년 그녀가 KBS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해 받은 출연료는 회당 16만원. 당시 ㄱ씨 매니저의 말이다. “촬영이 있는 날 ㄱ의 머리와 화장에 10만원, 지방출장 기름값과 밥값으로만 40만원이 들었다. 매니저·코디 등에 지출된 비용은 제외한 액수다. 회당 100만원 넘게 적자였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운동하고, 피부 관리를 받고, 연기 지도를 받아야 했다. 배우가 성장할수록 씀씀이가 헤퍼져 적자도 커갔다.”

2005년 그녀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주연을 맡았고 광고도 많이 찍었다(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40만원으로 올랐다). 함께 출연했던 남자 배우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 당시 연인이던 남자 배우는 “그녀는 ‘성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스폰서를 만나러 갔다. 그녀에게 스폰서는 더 큰 스타로 키워줄 ‘보험’이기도 했다. 같은 연예인으로서 스폰서를 문제 삼을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2006년 출연한 작품이 대박이 나면서 그녀는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해줄 대기업 회장과 엔터테인먼트 회장을 새 스폰서로 찾았다. 그녀의 한 측근은 “스폰서를 만나러 갈 때 그녀는 고마운 분 만나러 간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이 터진 이후, 시사인 제80호(2000. 03. 24)에 주진우 기자가 실은 기사입니다. 저는 그 때 이 기사를 읽으면서 놀랐습니다. 기사의 저 부분만으로도 '톱스타 ㄱ씨'가 누구인지 너무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주진우 기자의 취재능력을 이전부터 익히 들어왔기에 팩트 뒷받침 없는, 저리 민감한 기사를 '정통 시사 주간지'에 실을리는 없다고, 즉 그러므로 '톱스타 ㄱ씨'에 관한 저 기사의 언급은 거의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리 쉽게 성상납하며 톱스타 된 여배우의 신원을 쉽게 노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시 시사인은 대대적으로 연예계와 언론계, 재벌 등의 권력과의 구조적인 '스폰서'관계를 비판적으로 취재하며, 장자연 사건을 개인의 스캔들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사들에서 당연히 고 장자연 개인에 대한 안쓰러움, 구조적인 성상납으로 괴로워하는 여자 연예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죠.

그런데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사인의 다른 기사들 뿐만아니라 주진우 기자의 다른 기사, 그리고 심지어 위의 기사에서그러한 입장으로 장자연 사건을 바라보는데, 제가 긁어 온 저 부분이 굉장히 기괴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남성위주의 권력관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여자 연예인의 성을 착취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기사에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어떤 여자 연예인의 스폰서 관계를 폭로하다니? 어떤 연예인이 스폰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즉 '누가' 스폰서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나? 증권가 찌라시같은 선정적인 내용을 굳이 이 특집호의 이 기사에 실을 이유가 있었을까?"

이후 주진우 기자의 다른 기사들, 장자연 사건에 대한 나꼼수에서의 주진우 기자의 코멘트를 고려하면, 분명 주진우 기자는 2009년 장자연 사건이 터진 후 위 기사를 작성했을 때에 분노했고, 진지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여자 연예인의 가장 내밀한, 그리고 누구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을 그런 비밀을 고발기사에 공개했죠.


아마 '나꼼수 비키니 사건'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