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월 28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지역평등시민연대(지평련) 1주년 기념 및 2014년 정기총회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가졌습니다. 비가 온 탓인지 참석하기로 예정하셨던 분들 가운데 부득이하게 참석 못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참석자 40명을 넘겨서 준비한 자리가 모두 차고 일부 참석자들은 보조의자를 놓고 앉으실 정도로 작지만 알찬 행사를 치렀습니다.

 

지평련의 2014년을 돌아보는 동영상 상영에 이어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님의 기조 발제를 시작으로 2014년 한 해 동안 지평련이 진행했던 사업의 성과 및 재정상황도 보고했습니다. 케익 커팅을 하고, 떡과 막걸리, 머릿고기 중심으로 소박한 음식을 나눴습니다.

 

대표단의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이번 총회에서 특별한 선거 절차는 치르지 않았습니다만, 상임고문으로 송영(원로작가, 전 창조한국당 상임고문),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현 국민석유 대표) 두 분을 선임했고, 자문위원장으로 조경태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운영위원단도 보강했습니다.

 

2015년에 지평련이 중점 추진할 사업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즉 △사회적 발언 강화(정부, 정당, 언론사, 네이버 등 포털 등을 상대로 혐오발언 규제 요구 등을 강화) 인재영입(분야별 역량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여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분과위원회 활동 확대) 온라인사업 강화(자체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SNS를 연계하여 온라인 여론 기반 구축) 대중활동 강화(순회문화행사, 강연회 등 대중집회를 개최하여 단체의 위상을 강화하고 대중적인 지지기반 확대) 단행본 발간(지역평등을 주제로 한 단행본 발간) 재정확충 NGO 등록 등이 그것입니다.

 

제 인사말이 끝나고 초청가수로 프로젝트 그룹 텐큐(10Q)의 리더 권기호 님을 모셔서 노래 공연도 즐겼습니다.

 

전반적으로 어제 총회 행사에 대한 만족도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최용식 소장님께서도 기조발제에 앞서 “회원 40만 명이 넘는다는 대기업의 온라인 사이트도 오프 모임을 하면 40명이 모이기 어렵다. 총회 자리가 이렇게 꽉찬 것을 보고 놀랐다”는 소감을 말씀해주시더군요. 행사 마치고 가시면서도 “좋았다”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무척 기뻤습니다.

 

애초에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시는 시간을 좀 넉넉하게 가지려고 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서 그러지 못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이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형식과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정말 평소에 하시고 싶었던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으실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어제 귀한 시간 내셔서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직접 오시지는 못했지만 성원과 관심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기획과 실천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인사말 등을 공유합니다.


동영상 링크 : https://drive.google.com/open?id=0B2Mca_YzTcD2X2NZLVJ3N2JzMEU&authuser=0



 지평련 2014년 총회.jpg



<인사말>

 

2014년, 희망과 비전을 만났습니다

 

저희 지역평등시민연대에게 있어서 2014년은 희망과 비전을 찾았던 한 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몇 사람이 모여서 단체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불투명했고, 뚜렷한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함께해주신 분들의 열정과 신념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비록 소수지만 매달 모여서 토론하고, 활동을 계획했으며, 업무를 나누어서 추진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저희들이 선택한 길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던 확신을 키웠던 한 해라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지평련이 존재하고 활동해야 하는 근거를 저는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즉, 정의와 합리성이라는 근거가 그것입니다.

 

정의란 다름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반인륜적인 범죄수단인 인종주의적 혐오를 활용하는 집단에 대한 저항을 의미합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은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을 통한 집권 연장이 불가능해지자 그 대안으로 특정지역과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를 조장하여 선거에서 쉽게 승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그 주역이 조선일보였고,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의 체면상 하기 어려운 얘기를 월간조선 등이 대신하다가 최종적인 막장 드라마의 주역으로 발탁한 것이 일베이고 최근의 일베 현상이라고 봅니다.

 

“전라것들은 절대로 바뀔 수 없다. 반역과 남을 죽여서라도 재물을 탐하는 욕심은 대대손손 이어진 피이고 사상이다. 그들이 바뀔 걸 기다리느니 차라리 독립을 시키던지 내전을 통해 모조리 참하는 게 빠르고 경제적이다.”

 

얼마 전 일베에 올라온 댓글의 하나입니다. 호남을 혐오하는 일베 회원들의 사고방식을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댓글인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이 댓글에서 호남을 다른 민족, 다른 국가, 다른 인종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반역은 5.16쿠데타와 12.12 하극상, 5.18학살 등입니다. 그런데도 호남을 반역의 상징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논리적, 합리적, 객관적으로 따지지 말자는 겁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 그리고 현재 누리고 있는 특권 이런 것들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해왔던 일에 대해서 반대해온 세력을 악마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 악마가 바로 호남이고, 그 호남을 악마로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저 놈들 우리랑 피가 달라, 인종이 달라, 애초부터 저런 놈들이야” 이렇게 주장하는 겁니다. 이런 주장이 지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숫자와 돈과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런 자산을 활용해서 명분까지 장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가해자로, 악마로 둔갑시키는 억지가 통용되고 일반화되고 상식으로 자리잡는 현실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구조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지역평등시민연대는 이렇게 거대한 기만과 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습니다.

 

합리성이란 이 활동이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호남을 왕따시키고 외국인 취급하고 악마로 만드는 것은 결국 이 나라의 권력을 특정 세력이 틀어쥐고 자원 배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특권을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구조에서는 건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인재 채용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래샴의 법칙이 작용하게 됩니다. 나아가 불만의 누적에 따라 체제 방어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공동체 내부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나 금기가 남아있는 국가는 산업화 근대화 정보화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21세기의 과제인 고도의 지식경제와 복합 문화 사회를 추진하는 것은 더욱 기대할 수 없구요. 인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국가의 주요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게 유리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차별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악마의 연쇄고리입니다. 인종주의적 편견을 동원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는 악마의 무기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재미난 골에 호랑이 나온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역차별 구조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달콤한 꿀물을 실컷 마셔왔지만 이것은 결국 그들도 죽는 공멸의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IMF 이후 한동안 활기를 되찾고 무슨무슨 경쟁력 세계 탑클라스에 오른다던 한국 경제 관련 뉴스들이 이명박정권 이후 뜸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소식만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옵니다. 일베 친구들 말대로 하자면 호남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데, 이제 호남 사람 찾기 힘든 정권이 들어섰는데 왜 경제는 거꾸로만 진화할까요? 기득권 엘리트들끼리 알짜배기를 주고받는 사회적 근친상간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요? 근친상간이 열위집단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입니다.

 

지역평등시민연대는 이런 시대적, 사회적 소명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한 가지 소명하고 싶은 것은 이 단체가 결코 호남만 잘먹고 잘살자는 또는 호남의 한풀이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고민하시는 영남과 기타 지역 분들이 적지 않게 함께해주시는 것에서도 이 사실은 분명히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힘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좀더 훌륭한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낮아지겠습니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이 찾아가고 더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은 저와 지평련이 모두 큰 빚을 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