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이상한 상상을 하며 들어오신 분들께는 우선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


결투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양자간 합의에 의해 양측의 입회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지는 싸움이다. 이는 주로 서양에서 이루어졌으며 무려 20세기까지 행해졌다고 하니 그 연혁은 매우 길다고 하겠다.


이는 종종 금지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합법적인 행위였다. 물론 그 발생은 타인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여기는 사람이 상대에게 장갑을 던지거나 해서 싸움을 신청하는 것이다. 결투에서 이기면 당연히 모욕당한 측의 자존심이 회복되는 것이고 설령 진다고 해도 남자다운 일을 했다고 최소한의 인정은 받는다...(고는 하지만 진 놈에게 누가 관심을 주겠는가?) 모욕을 당했는데도 결투를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을 받고 이에 응하지 않는 자는 완전 찌질이로 공인되어 그 후 사회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결투에 관해 접한 것은 당연히 소설을 통해서이다. 꿀잼 넘버원인 알렉산더 뒤마...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도 자주 언급되지만 삼총사는 처음부터 결투로 시작해서 결투로 끝나는 작품이다. 엔하위키에서도 조폭들의 일대기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여기서 귀족이라는 작자들은 정말 쉴새없이 결투로 날을 보낸다. 조금만 삐긋하면 바로 칼이나 총을 뽑아대며 한 번 뽑으면 죽거나 상대를 죽이기 전에는 다시 넣지 않는다. (리슐리외 추기경이 악당 취급을 받는 중요한 이유도 결투를 공식적으로 금지시켰기 때문...) 거기다가 사소한 이유로 사생결단을 내는 자일수록 용기있는 자로 인정받는다. 사실 나는 이게 어느 정도로 당시의 현실을 반영한 건지 잘 모르겠다. 만일 사실이라면 정말이지 지옥도가 펼쳐졌을 것이다.


푸쉬킨의 경우는 이보다는 약하지만 아무튼 만만치 않다. '대위의 딸'에서 주인공은 자신이나 그 애인이 모욕당했다고 여기면 반드시 결투를 하며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말리고 중재를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밤중에 단둘이서 중재인도 없이 상대방과 사생결단을 벌이고 만다. 다른 작품에서도 결투하려다 도중에 중재를 통해 포기한 사람이 주위에서 멸시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와 반대의 극에 선 작가는 제인 오스틴... 물론 여성작가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지. 그녀의 수많은 작품 중에 결투가 언급된 건 딱 한번인데 군인이 자기 수양딸을 따먹고 내버린 건달을 찾아가서 벌인 일이니 이건 현대 문명사회에서도 칼부림이 일어난들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이 때 어느 한쪽이 죽어버리지 않은 게 이해가 안될 뿐이다.


도스토예브스키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조시마 장로가 젊을 때 결투를 하려다가 그 무용함을 깨달아 포기하고 수도사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주위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 결단을 나름 인정해준다.


자, 문명화되었다는 현대에서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호하는 것일까? 삼총사에서의 자기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그 행위가 실제에서는 미친 짓으로 보이겠지만 어떤 면에서 묘한 아름다움을  보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에서는 큰 전투를 앞두고 김리의 반응이 멋있게 등장하는 것이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고 이긴다 해도 죽을 게 거의 확실하다는 거요? 그럼 무얼 망설이는 거요? 당장 갑시다."


시시비비를 결투로 가린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볼 때 말도 안되는 일이다. 결투에서 이기기 위해선 힘과 빠르기, 그리고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이게 입장의 옳고 그름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문명화의 징표는 브레히트의 말대로 "영웅적인 것을 버리고 합리적인 것을 택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까? 지금 세계,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이 그토록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옳은 편에 선 자가 강한 것인가, 아니면 강한 자의 입장을 무조건 옳다고 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