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코스프레, 서민 코스프레


요즈음 진보진영 혹은 자칭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서기호 판사가 자기의 10년간 평점을 공개하고 마치 정권이나 사법부 수뇌들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군요. 서기호 판사는 매년 평점이 “하” 혹은 “중하”에 속해 10년간 평점 평균이 하위 2% 안에 든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습니다. 서기호 판사는 아시다시피 MB에게 빅엿이라는 표현으로 조롱했던 판사이지요. 서기호 판사는 자기가 이런 표현 때문에 판사 재임용 평가에서 보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기가 이미 평점이 낮아 재임용에서 탈락할 것을 예상하고 정권에 대항하는 제스처(빅엿)를 보여 줌으로써 피해자 코스프레 모드로 미리 들어갔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법부는 매년 판사들을 평가해 평점을 매겼을 것이고, 과거 9년간의 평점은 서기호 판사가 “빅엿” 발언을 하지 않았을 때 이미 매겼졌던 것임으로, “빅엿” 발언이 혹시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면 기껏 올 한해에 그쳤을 것인데 10년간 평점 전체가 자기의 “빅엿‘ 발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지난 9년간의 평가가 최하위에 속했다면 ”빅엿“ 발언과 관계없이 올 한 해의 평가도 그다지 높지 못햇을 것이라고 보는게 정상이죠.

그런데 서기호 판사는 마치 자기가 정권의 탄압이나 사법부 수뇌부에 밉보여 당한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시사인과 나꼼수도 유행을 타는 것인지, 유행을 선도하는지 모르지만 경찰 탄압 운운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로 나꼼수 팬들에게 감성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피부관리 1억설 진위공방에서 경찰의 소환 명령을 자기들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시간만 끌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지요. 경찰 입장에서는 고소가 들어온 이상, 피고소인을 불러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시사인측은 녹취록을 제출한 뒤에 다음 출두시에는 동영상 원본을 제출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스스로의 약속도 지키지도 않으면서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편집본을 공개할 것이 아니라 동영상 원본을 당당히 공개해 경찰측 조사를 부인하면 되는데 어쩐 일인지 원본 공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편집본을 보아도 자기들이 병원장을 유도해 답을 내놓게 했고, 그렇게 했음에도 병원장 입에서 1억이라는 말을 끌어내지도 못했다는 것이 보이는데 동영상 원본에는 시사인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담겼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추론할 수 있습니다. 시사인은 조사에 성실히 응하든지, 동영상 원본을 공개해 경찰 주장을 일축하는 것이 정도인데, 그냥 피해자 코스프레로 전략을 잡고 시간 끌기로 공소시효를 넘겨보자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한명숙도 마찬가지이죠. 자기의 비서가 한만호로부터 9억을 받은 것은 유죄로 인정되었고, 한만호로부터 받은 1억이 한명숙의 동생이 썼으며 자기 계좌의 2억4천만을 설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1심에서 한명숙이 직접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내세워 정권 차원의 한명숙 죽이기라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대중들을 호도하고 있지요. 법리적 문제를 떠나 자기 지구당 총괄업무를 담당했고 국무총리로 가면서 7급 비서를 데리고 간 인물이 한만호로부터 뇌물 수수로 유죄를 받았는데 그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내몰라라 하고 저렇게 떳떳하게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좀 가증스러워 보입니다.


박원순은 어찌보면 피해자 코스프레와 서민 코스프레의 유행을 일으킨 사람일지 모릅니다. 이명박이 서울시장 급여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할 정도로 서로 사이가 좋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국정원의 사찰을 받고 있다고 터트립니다. 그리고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뒷굽이 떨어진 신발을 한겨레에 대문짝만 하게 싣게 하더니 서민 코스프레도 곁들이지요. 하기사 강남의 60평대 아파트를 1억 보증금에 250만원 월세를 주고 카니발과 체어맨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서민인 척 하는 위선이 통하는 것을 마냥 박원순만 욕할 일은 못되지요.  거의 종교적 수준에 이른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렬한 무대뽀 지지가 있는데 이들이 무얼 겁내겠습니까?


이것과 조금 비교되는 케이스가 석궁테러의 김명호입니다. 김명호는 적어도 이런 코스프레는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세계에 푹 빠져 세상의 기준은 자기 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피해자라고 느끼고 확신을 가졌던 인물일 뿐이지, 자칭 진보인사들처럼 의도적 연출은 하지 않았지요.


이들과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이 요즈음 나타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요. 바로 강용석입니다. 강용석은 자기를 포장하거나 자기의 목적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냅니다. 안철수, 박원순, 곽노현을 공격하는 목적은 자기의 처지에서 재기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고 스스로 밝힘으로써 전면에 공공의 이익이라고 내세우는 위선을 떨지 않습니다. 단지 대중들은 강용석이 개인의 목적을 위해 그런 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임으로 동조하고 지지하는 것뿐이지요.

박원순의 서민/피해자 코스프레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 이유는 공격수가 강용석이기 때문입니다. 강용석을 가진 자라 할 수도 없고, 한나라당에서 마저 출당 당한 그를 권력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니 정권의 탄압을 받는다고 공갈을 칠 수도 없습니다. 박원순으로서는 그 동안 써 먹던 카드가 강용석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답답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명박이 나의 병역비리를 가만 놔 두었겠느냐, 강용석의 집요한 추궁을 잔인하다는 등의 말 밖에 못하고 있지요.


진보진영도 이젠 사기에 가까운 서민/피해자 코스프레는 그만 하고 정당한 방법과 정책으로써 당당히 승부하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