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학원비·예술품에 부가세를 매기고' '은행 수수료에도 부가세를 징수한다'는, 세스코님이 링크하신 박근혜 정권의 최근의 세수정책 기사를 읽으면서 인두세 때문에 몰락한 영국의 대처가 생각이 떠올려졌다.


'영국병을 고쳤다'와 '영국마녀'라는 칭찬과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영국의 대처가 수상직을 사임한 이유는 바로 인두세[poll tax, 人頭稅] 때문이었다. 

인두세 폭동(Poll Tax Riots)이란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행정부의 지역 주민세(속칭 인두세) 부과에 반발하여 영국 각지의 도시와 읍내에서 일어난 시위와 그에 수반한 일련의 폭동 사태를 일컫는다. 가장 큰 규모의 시위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세금법이 발효되기 직전이었던 1990년 3월 31일 토요일에 런던 중심부에서 일어났다. 이 사건은 대처의 몰락에 크게 기여했으며, 대처는 같은 해 11월에 총리직을 사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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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의 인두세 정책은 대처 정권의 속성을 가늠해준다. 북해 유전으로 IMF 관리 체제에서 운좋게 벗어난 영국이 그리고 영국병을 고쳤다는 대처가 인두세라는 정책을 도입하려고 했던 것은 대처정권은 약탈정권(predatory government)이라는 속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대처 정권의 속성은 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세스코님의 포스팅에서 한국재정 상태에 대한 비행소년님의 우려 표명은 차라리 낙관적이다. 물론, '통계조작 때문에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라는 비행소년님의 우려는, 1997년 IMF 사태를 상기시킨다면 이미 심각함을 넘어선 것이다. IMF 사태 때 외신들이 어떻게 보도했던가?


"이런, 엉터리 통계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했다니 차라리 신기할 뿐'이라면서 놀라지 않았던가? 그러니 IMF사태 4개월 전 KDI에서 한국은 수년 내에 선진국 대열에 도입할 것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보고서가 국민들을 환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겠지만.



그런데 진짜 심각한 것은 통계 조작의 염려를 넘어선 것이다. 즉, 이런 세제 정책들이 인두세의 성격을 띠고 있고, 정권의 속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예술품은 차치하고 책, 학원비 그리고 은행거래와 무관한 국민이 있을까? 예를 들어, 10여년 전의 통계로는 우리나라 출판물 개수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하는데 출간된 책들 중 대다수가 각종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참고서이다. 그리고 무한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참고서적을 도외시하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결국, 인두세의 다른 이름으로 치장된 이 세제 정책들의 심각성은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대증요법에 기인한 것이며 그 형식은 인두세, 그리고 약탈정권이라는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즉, 철학이 부재한 정권이 만들어낸 진풍경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정권, 그리고 새누리당의 속성이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더욱 더 심각한 문제는 '뜯어먹을 것이 많은' 고성장 시대에 이런 세제들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서 과거 정권들의 유산인 '뜯어먹을 놈에게 계속 뜯어먹는 행태'를 유지한다면 과연 그 뜯어먹히는 대상은 온전할까? 양극화에의 염려는 한국에서는 이미 사치이다.


갈브레이스 텍사스 대학 경제학 교수는 약탈 국가의 특징을 '특혜 부여 체제'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 세제 정책은 경제적 강자에게 지속적으로 특혜를 부여하는 대한민국 역대 정권의 속성들보다 더 노골적이다. 아마, 갈 때까지 갈 것이다.

시장만능-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작금의 사회에서 나타난 정부/정치를 J. 갈브레이스(텍사스 대 경제학과 교수. <불확실성의 시대>와 같은 명저를 쓴 존 갈브레이스의 아들)는 ‘약탈국가(predator state)'라고 불렀다. 여기에서 약탈(predation)이란 무엇인가? 약탈이란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기구를 조직적으로 오·남용하는 행위, 다른 말로 하면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공적 보호/규제장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약탈국가는 겉으로는 시장의 자유를 위해 규제를 철폐/최소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체된 규제, 약화된 규제의 틈새를 이용해 특정집단에 특혜를 부여하는, 즉 공공의 영역과 시장을 동시에 약탈하는 존재인 것이다.

약탈국가는 이처럼 특혜부여 체제이다. 약탈국가는 따라서 정경유착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 금전적 이익, 보상체계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접수·운용한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그것을 부정하기 때문에 사회공동의 목표, 사회공동의 선이-즉 국민 전체의 이익-아니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뛰는 ‘부자 도우미 조직’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쉽게 말하면 약탈국가는 정경유착 세력에게 가장 많은 돈과 권세와 자리를 보장해주는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약탈정부는 이념적인 집단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인 집단이다.



그러고도 박근혜의 지지율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영남패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남패권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영남패권 타파의 '접근 방법'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가 언급했다. 노예들은 결코 주인을 향해 싸우지 않고 노예끼리 싸운다고. 영남패권 하에서 영남의 현지주민들도 피해자들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져갈 몫의 100%를 가지고 가지 못하는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단지, 타지방보다 조금 더 가지고 가는 것 뿐이다. 밥상에 고기가 올라와야 하는데 영남 현지주민들 밥상에'만' 계란 후라이가 올려진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은 권력화된 수도권... 그리고 그 수도권의 노른자위를 차지하는 영남패권의 추종자들-그들이 반드시 영남출신이 아니더라도-이 그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을 뿐이다. 


노골적으로 말해 계란 후라이에 혹해서 고기를 약탈해 간 주인에게 충성하는 노예 꼴이라는 것이다.


영남의 새누리당에 대한 몰표 현상은 선거에서의 약탈국가를 떠올려지게 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푼돈'을 받고 수도권의 수백억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노리는 부동산 시세 상승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국가 경영 '방침'에 철처히 이용 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끝에.... 약방의 감초처럼 내 머리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야당의 한심함....이 같이 떠올려진다.


현재 야당은 약탈정권에 대항하기는 커녕, 약탈정권에 아주 좋은 정치적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는, 비유하자면, 법정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거짓증언들로 점철하는 짓을 반성없이 하고 있는 것.....  그 것이 야당의 현주소이다.


그리고 그런 한심한 야당에게 '절절히 끓는 사랑을 표출하는 민망함을 드러내는 현실'.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