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년전 나는 벌이가 시원치 않고 집안 문제도 있어서 함평 제로하우스라는 곳에서 스티로폼 생산직을 일을 달포 정도 했더랬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상황이 힘든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한 게 고통의 근원이었다.


광산구에서 일터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물론 카풀제 비슷한 차량도 있었지만.

버스로 가면 50분 남짓 시간이 들었다. 배차 간격 감안하면 1시간 10분 정도.


아침 다섯시 사십 분에 깨어 일터로 나가 집에 돌아오면 거의 여덟시. 이게 일상 근무조건.

법률상 하자 없는 야근을 하면 열시 즈음에 집에 돌아온다.


제로하우스는 말하자면 액티브까지는 아니고 패시브 단열 개념의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곳이고 내가 일하는 곳은 그 주력 분야가 아닌, 금형을 거쳐 사전 제작한 스티로폼을 생산하여 적재하고 출고하는 부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역 일감이 들어와 아파트 근처 피시방에서 일을 하다가 돈이 부족해(3천원) 알바생에게 민증을 맡기고 일을 끝내고 다다음날  돈을 건네러 갔다.


그런 패턴이 서너차례 반복되었을까. 나는 알바생하고 안면도 조금 익히고 사연도 짐작하게 되었다. 시급 3천원.


그러던 어느날 같은 패턴으로 몇 천원 외상을 하자고 하니 사장이라는 친구가 나를 윽박지른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나도 사장 안면은 있다.


뭐라뭐라 외상하지 말라고 하길래 나는 묵묵무답. 당신 말이 원칙상 맞소.


다다음날 가서 돈을 갚으며 한마디 건넸다.


"댁, 알바 시급은 제대로 주는 거요? 최저 임금은 지키는 거냐구"


안색이 변한다. "아니 당신은 나를 잘못 읽었어 이 친구야!"


이런저런 변명을 댄다. "당신 말이 맞소"


"결론은 당신도 정상 시급 주고 싶다는 이야기지?"


그렇지요.


"그런데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고?"


그렇지요.


"생산직에 비해 피시방 알바들은 그런대로 편한 일 한다는 것도 알테고?"


당연히.


"그래도 최저 시급 지킬 수 있으면 지키는 게 맞다는 걸 알제 아제도?"


형편이 되면 그렇게 안 할라고 하것소 사람이.



그는 사업가라 일정 부분 나를 속인 것이다.


최저 시급 줄 정도는 벌드라. 수익을 헤아려 보자면.


근데 왜 주지 않느냐 하면 그래야 남들에게 기 죽지 않을만큼 버니까.


그래도 따지고 들면 인정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최저임금 지급을 지키지 못하게 한 것.



이런 이해.


저 이가 나 힘들 때 내 그랬던 것처럼 나를 이해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