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고향이 어디라꼬?”

정치인들을 만나다보면 대화 도중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바로 ‘출신 지역’이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출신을 많이 따진다.

같은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친근함을 표현한다. 같은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동네에 살지 않았더라도 '동질감'을 느낀다.

영호남 지역주의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견고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 처럼 한 지역 사람들을 ‘우리’로 묶을 수 있는 영호남 지역주의는 정치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호남 사람들은 출신 지역을 따져 투표한다. 역대 대선을 보면 영남과 호남의 표가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으로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당선된 대통령들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 뉴시스

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모두 '영남 사람'

직선제로 바뀐 이후 국민 손으로 당선된 대통령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다. 이 중 김대중(DJ)만 호남 사람이다. DJ를 제외한 역대 대통령은 모두 영남사람이다.

대한민국 인구 중 약 48%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 중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수도권 출신 대통령은 한 명도 탄생하지 않았다. 충청도, 강원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면 영남권에선 약 26%가 거주하고 있다. 26%에서 DJ를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영남 출신 대통령이 많은 이유는 지역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대선에서 지역주의로 표가 갈린다면 호남 후보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호남 인구는 약 10%다. 한마디로 호남이 영남에 비해 ‘쪽수’가 부족하다. 바꿔 말하면 호남 출신 후보보다 영남 출신 후보가 ‘쪽수’에서 더 유리하다. 때문에 영남 출신 대통령이 많은 것이라고 보여진다.

영남 지역 출신 후보는 경상도 사람들의 든든한 '안방의 힘'을 받고 있다. “우리 사람(영남 사람)이 대통령 돼야 한다”는 논리, ‘영남패권론’이 이것이다.

DJ 제외한 역대 대통령 모두 영남사람, 왜?

그렇다면 유일하게 호남 출신인 DJ는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됐을까.

당시 상황을 보자. 상대는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였다. 이 총재는 황해도 서흥군 출신이다. 또다른 유력대권 후보였던 이인제는 충청사람이다. 당시 대권 후보 중 영남사람이 없었다. ‘영남 패권론’을 자리 잡을 수 없던 상황이었던 것.

17대 대선에선 노무현(경상남도 김해군)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맞붙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경상도 지지에 호남 지지까지 얻어 당선됐다.

18대 대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동영(전북 전주시)의원이 후보로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광복 후 경북 포항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결국 영남사람으로 분류된다.

19대 대선에선 영남 대 영남 싸움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대구 출신이고 문재인 의원은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제군 출신이다. 여기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안철수 의원도 대한민국 경상남도 밀양군 출신이다. 19대 대선은 ‘영남의 전쟁’이라 불렸다.

박원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미래권력까지 모두 ‘영남 사람’

‘구태 정치’의 표본인 ‘지역주의’, 그 지역주의의 상징인 영남 패권론이 미래 권력까지 예고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론되는 차기 대권주자는 모두 영남 사람이다.

당권을 잡은 후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도 우뚝 솟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경상남도 부산 출신이다. 또 다른 여권의 대권 주자인 김문수 혁신위원장의 고향은 경상북도 영천군이다.

현재 정계에 몸담고 있는 차기 대권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출생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경남 거제 출신이며 재기를 노리는 안철수 의원도 경남 출신이다.

이렇듯 여야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모두 영남 사람이다. 영남패권론이 잦아들 수 없는 이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가 되기엔 '지역적 한계'를 가졌다는 평이 나온다 ⓒ 뉴시스

원희룡이 경상도에서 태어났다면?

지난 3월 <동아일보>는 ‘원희룡이 경상도에서 태어났다면’이라는 칼럼을 기재했다. 대한민국 인구 1%인 제주도 출신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치권 지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것.

칼럼은 제주도가 기반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권 주자로 거듭나기에 출신 지역의 ‘한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일 그가 경상도에서 태어났다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지역주의가 견고한 대한민국에서 대선 주자 모두 경상도 사람인 것은 1회성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여권에 원희룡이 있다면 야권에선 안희정이 ‘지역주의의 피해자’로 거론된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권 주자로 떠오르자 보는 시각은 싸늘해졌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희정 도지사를 차기 대권 주자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지역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왜 경기도지사 3선을 포기하고 중앙 정치로 복귀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라면서 “광역단체장은 지역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충청도가 기반인 안희정 도지사는 전국적 지지까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권 주자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대권 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지지율에도 ‘거품’이 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충청도가 기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신 지역 차별은 인종 차별과 같다"

영남패권론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늘 존재해왔다. 앞으로도 차기 대권주자들은 모두 영남 사람이다. 영남 사람이 대통령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남패권론은 구태 정치의 상징이다. 후보의 공약이나 성향을 따지지 않고 출신 지역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것은 합리적 의사 결정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근절해야 하는 관습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7일 <시사오늘>과 만나 “출신 지역 차별은 인종 차별과 같다”며 “출신 지역으로 따져 투표하는 성향을 버려야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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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