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일주일이면..이 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으나 답글을 한참 망설였다. 익명 토론은 한바가 없고 그런 예상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애써 반론을 쓴 Alnilam 님에 대해 도리가 아닌듯 해서 사실관계 몇가지에 대해 생각을 밝히기로 했다.
나는 "닥치고 통일" 론자는 아니다. 이태전 꼬마정당에서 정치학교를 운영할 때 통일운동단체 회원 십여명이 등록하고 와서
극성을 떠는 바람에 혼난 적도 있다. 강사가 등장하면 강의 주제가 뭐든 먼저 통일문제에 관한 견해부터 심문하듯 질문하는
것이다. 어렵게 모셔온 강사들인만큼 이 운동가들을 설득하느라고  매번 진땀을 흘렸다. 과격한 것이 언제나 문제가 된다.

 앞서 쓴 글은 무슨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게 아니고 그저 개인적 희망사항을 적은 것이라 논란거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대북정책으로 6.15와 10.4가 지금은 가장 합리적인 방책이라고 믿고 있어서 그걸 간접방식으로 강조한 것이다. 일주
일>이란 용어선택이 좀 엉뚱하고 실없는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즉흥적 발상은 아니다. 비유의 뜻은 있
으나 몇달 전부터 머리에서 멤돈 생각이다. 가령 이쪽에 지금보다 전향적 대북정책관을 가진 리더가 있다 치자, 그가 북의
수령과 만나 6.15와 10.4를 다시금 성실히 수행해나가자고 서약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그걸 실천에 옮긴다면 그게 바로
통일 아닌가. 실질적 통일이란 말과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는 말을 나는 수차 사용했다. 여기서 말하는 통일은 단일
정부 구성이나 하다 못해 연방제 구성까지 가는 것도 아니다. 개성공단 열개면 실질적 통일이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의지
만 있다면 그걸 합의하는데 일주일도 안 걸린다는 뜻이다. 국회비준이야 필요하겠지만 국제동의까지 갈 것도 없다.

 선언이란 의례적 행사일 뿐 의미를 부여할 것이 못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실행은 공중에서
뚝 떨어진 것인가. 선언으로 탄생한 결과다. 비준이나 조약등이 되레 의례적 절차이지, 선언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상황을 크게 바꾸는 역할을 한다. 다만 그걸 휴지조각 만드는 후임자만 없다는 전제로.  대통령이 할 일이 없어 농담 몇마디
교환하러 평양까지 가겠는가. 그리고 그 선언을 만드느라고 DJ가 김정일 설득에 진땀 흘렸다는 얘긴 잘 알려진 얘기다.

 유우라시아  철도가 실익이 없고 별무신통이란 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제가 화제가 된 건 박과 푸틴 첫 회담이 발단
이 되었고 당시 여러가지 통계도 나왔다.아직 일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철도물류회사 현대로템에서 당시 물류비용절약
과 시간단축에 관한 통계수치를 내놓았고 코레일 사장 최연해씨도 대륙철도가 열리면 코레일의 대박시대가 열린다고
강연에서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 방면에 문외한인 필자가 전문가의 주장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주한 러시아 대사도
현재상태라면 해상수송 보다 12프로 이익이란 말을 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는 이 철도의 성패는 물량확보에 달렸다
고 말하는데 나는 일본이 끼어드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그게 필연이라 볼 때 물량은 자연 해결될 것이다. 러시아 전문
가도 그 비슷한 희망을 피력한바 있다. 정부 건교부는 지금 이 철도 대책을 마련해두고 남북관계 호전을 대기중이라
하고 신설 통준위에서도 이 철도 정책을 신중히 검토중이라 한다. 그것 말고도 남과 북, 북과 러, 이 삼국이 서로 교차
하여 그간 우리가 모르는 무수한 회의를 진행한 것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1국 양제-홍콩은 시행중이고 대만은 그 길로 가고 있다.6.15는 연방과 연합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런 의미로 사용했을 뿐 무슨 새 제도를 제안한 것은 아니다. 그게 영구분단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6.15나 10.4가
영구분단을 초래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두가지? 북의 몰락을 손놓고 기다리거나 북진통일.
아마 전자에 심증이 가있지 않을까? 나는 기고관계로 매주 중앙선데이를 보는데 거기 중.일과 러.미의 주요 관변
학자들이 남북문제에 관해 인터뷰 한 기사가  아주 자주 보도된다. 하나같이 북의 급격한 몰락은 한국에 최대재앙
이란 진단을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이 북의 몰락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일시적 관계가 조
금 껄끄럽지만 그만큼 북이 중국에 차지하는 의미는 다양하고 무겁다. 중국이 아니라면 북은 벌써 넘어졌을 것
이다. 따라서 손놓고 몰락을 대기하는 것도 기대난망이다. 6.15나 10.4 보다 더 합리적이고 나은 정책이 과연
무엇일까? 물론 나올 수도 있다. 통준위에서 그런 게 나올까? 제성호라는 극우학자가 통일헌장을 만들어 발표
한다는 걸 보면 요란한 팡파레는 있어도 별로 기대할 건 없을 것 같다.

 이십세를 넘긴 남자는 토론이나 글 몇자로 설득하기 힘들다. 댓글로 상대를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
한다. 아들도 설득하기 힘들다. 대체로 우리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맟춰
무리한 논리전개를 한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언어표현이나 방향에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살아온 세월과 삶의 역정이 다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걸 억지로
맟춰낼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하치않은 글을 읽고 애써 정성이 가득한 반론을 쓴 Alnilam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현대로템의 자료를 찾다가 못찾고 우연히 발견한 낯이 익은 글 하나를 옮겨본다. 알고 보니
전에 필자가 아크로에 쓴 유우라시아 철도 관련 글을 누군가가 자기 글인양 자기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걸 다시 역수입해본 것이다.


전에 후배이자 친구인 C가 투병중인 병원에 찾아갔을 때 나는 그가 빨리 회복하면 둘이서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 여행을 가자고 말했고 C도 잠시지만 희망이 그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C는 와병 전에 모스크바 총영사와 수단 대사를 지냈고 그것보다 도스토엪스끼 작품을 여러권 번역했던 러시아어 전문가였다. 나와 오랜 지기이던 그는 안타깝게도 암을 이기지 못하고 그 얼마 후 이승을 하직했다. 둘이 꿈꾸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꿈으로 그쳤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G20 기사들이 인터넷을 한동안 달구고 있다. 그 가운데 박대통령과 푸틴의 단독회담에서 언급되었다는 유우라시아 철도 추진 기사에 나는 적지 않은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은 나 개인으로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의 연결이, 비록 당장은 쉽지 않은 먼 꿈이지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새 지평이 열리는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국내정치 지형에서 누굴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국가의 먼 비젼, 특히 북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던 박대통령 입에서 유우라시아 철도는 자기의 오랜 꿈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신기하고 솔직히 말해 너무나 반가왔다. 5년이란 기간은 짧은 기간이 아니며 이 기간을 또 허송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유우라시아 철도 문제는 시베리아 가스 송유관 연결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동에서 가져오는 한국의 가스수요를 거의 완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사실 러시아는 우리와 육지가 닿아있는 두 나라 중 하나, 우리 평소 느낌 보다 지정학적으로 훨씬 가까운 나라이다. 푸틴은 년말 전에 내한하여 시베리아 극동 개발 문제와 함께 이 철도 가스 문제를 좀 더 구체화하는 협의를 진행할 걸로 보도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상호방문비자 면제 협정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 비자에는 국내여행사에서 지금까지 십만원 정도 비용을 요구했다. 현지 도착하면 또 거주등록이란 걸 해야 하는데 민박집 같은데서 대행하는 수수료가 또 60~70달러 소요된다. 거의 200달러가 불필요한 경비로 낭비되는 것이다. 2개월 비자면제가 거주등록절차 불필요로 연결될지 알 수 없으나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내가 유우라시아 철도 연결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다만 여행이나 좀 편히 하자는 생각 때문은 아니다. 우리는 일본인을 말할 때 '섬나나 00' 운운하며 세계를 모르고 생각이 꽉 막혀있다고 비난한다. 그런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더 지독하게 고립된 '섬'에  오래동안 갇혀 있지 않은가.
일본인들은 바다라도 사방으로 훨훨 날아다닐 수가 있는데 반해 우리는 분단선으로 북은 완벽하게 막혀있고 남으로는 일본을 거쳐야만 더 멀리 나갈 수가 있을 뿐이다. 이보다 더 고립된 '섬도 세계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내부에서 극단적 사고에 매몰되어 서로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사방이 막혀버린 지정학적 폐쇄성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열린 사고'를 좀처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에 유우라시아 철도가 연결되어 우리 젊은이들이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유럽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면 우리에겐 분명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 전개가 될 것이다. 이 기차를 타면 부산에서 함부르크까지 십일이 소요된다 하는데 모스크바까지는 길어야 6일 미만이 소요될 것 같다. 이것은 현대자동차 자료에 나온 얘기다.


 아마 이 기차는 부산에서 원산 함흥, 경성을 거쳐 우라디보스톡으로 나갈 것이다. 동해안 선로가 개설되는 극히 작은 지역만 제공하면 북이 현 체제를 유지하는데 크게 위협이 될 것도 없다. 되레 경제적 수익창출로 체제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철도 연결과 함께 개성공단이 더 확충되고 같은 유형의 공단이 해주,원산, 신의주, 북에서 추진하는 압록강 어느 지역 등으로 진행된다면.... 비록 두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진거나 같지 않을까?
 남쪽의 현재 정치역량으로는 당장 통일 된다 해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유우라시아 철도연결이 어쩌면 가장 쉽고 현실적인 통일 아닌 통합의 지름길이 될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10월 혹은 11월쯤 성사될 푸틴 방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