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


2014년 10월 28일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주동식


어제(10월 28일)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1회 대안정치 박람회에 참석해서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이 행사는 사회디자인연구소, 정치경제연구소, (주)에카스, 희망정치시민연합, 지역평등시민연대,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 등 단체가 공동주최했으며 발제자는 김대호 박창기 김두수 유명종 홍기표 한민호와 저까지 모두 7명이었습니다.


저는 ‘대안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그 동안 대안정당 건설에 뜻을 함께한 분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느낀 한계와 문제를 중심으로 얘기했습니다. 특히 현재의 대안정당 건설 논의가 7공화국 건설 등 장기적인 미래 전략과 강령/선전(propagande) 차원의 미래 이미지를 모색하는 데 중점이 주어져 있어서 당장 대중에게 다가갈 전술적인 활동계획(action plan)과 선동의 주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발제를 준비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어제 발표한 내용에 평소의 제 생각을 약간 추가한 것입니다.



1. 제3정당론의 함정


제가 처음 대안정당 논의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이 활동을 나타내는 표현은 ‘제3정당론’이 많았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제3정당 운동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대안정당’이란 명칭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요즘 이 운동을 표현하는 명칭은 대안정당으로 정착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표현은 대안정당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그 내용은 여전히 제3정당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정당과 제3정당의 차이를 실천가들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대안정당 추진 주체들이 이런 인식의 오류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안정당 운동은 초기에 좌초하거나 또는 피땀 흘려 노력해서 뭔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는다 해도 결국 엉뚱한 세력에게 그 결과를 공짜로 헌납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제3 정치세력이 등장했습니다. 가깝게는 문국현의 창조한국당부터 정주영이나 이인제의 정치 실험이 모두 그런 경우입니다. 진보정당 세력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정치세력이 현실에 뿌리내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양당제가 강고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두 정당이 가진 정치적 상징자산의 위력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새누리당은 박정희/근대화/경제개발, 새정치연합은 80년 광주항쟁과 민주화투쟁/김대중/노무현이라는 상징자산을 갖고 있고, 이러한 정치적 자산을 통해서 유권자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제3정당론은 이런 상징자신을 그대로 두고 별도의 지대에서 정치세력화를 해보자는 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진보정당의 정치적 성과가 민주당(새정치연합)의 그것과 동조화 현상을 보인 것이 그 단적인 증거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지지세를 확대하면 진보정당도 덩달아 수혜를 입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위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대안정당은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련의 외곽에서 제3의 세력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두 당 가운데 하나를 대체하는 정당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 당 가운데 누구를 대체해야 할까요? 일단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의 대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당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 훨씬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조차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가 찬바람 몰아치는 정치적 광야에서 쓴 맛을 보고 슬그머니 당으로 복귀했던 사례가 이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결국 대안정당 추진세력이 대체 가능한 정당은 새정치연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자산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대안정당이 현실에서 자리잡기 위해서 선거구제 개편 등 제도적 측면의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기존 양당제의 견고한 아성을 무너뜨려야 할 당위성과 전술적인 무기를 좀더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 새정치연합 이해하기


새정치연합의 문제로 흔히 계파갈등이 자주 거론됩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엄격하게 말해서 정치적 노선 차이가 아닙니다. 김한길/안철수, 박영선 지도부가 물러난 것이 정치적인 가치관이나 노선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나요?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도 문재인의 재가를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새정치연합의 계파 갈등은 정치적 가치관과 실천 노선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친노1, 친노2, 친노3.. 친노n 의원들 사이의 개인적인 친소관계에 따른 이권 배분(당직, 공천 등)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들 친노에 비해서 비노/반노의 존재는 미미하며 유의미한 당내 분파를 형성하고 있지도 못합니다. 비노 그룹이 친노의 주도권에 대항하려 해도 ‘얼굴’로 내세울 인물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진짜 문제는 계파 갈등이 아닙니다. 정치적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계파 갈등이라면 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진짜 문제는 신상필벌과 실사구시가 없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금천구청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당원에게 듣는다’는 행사에 갔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새정치연합 당원들의 불만은 70~80%가 공천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자격 없는 사람이 공천받고, 당을 위해 헌신하고 공로가 있는 사람은 공천에서 물을 먹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상필벌의 부재입니다.


또 하나는 당이 제대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새정치연합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이른바 깨어있는 시민, 지식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신자유주의 타령이 대표적입니다. 금천구 토론회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내용과 관련하여 새누리당이 엄청난 SNS 공세를 퍼붓는데도 중앙당은 당원들이 여기에 맞서 싸울 논리나 자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이른바 ‘실탄’이 없다는 불만인데 여기서 말하는 실탄은 무슨 선거비용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새정치연합에서 실사구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정확한 정책 대안은 냉정한 실사구시의 정신에서만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상필벌과 실사구시의 이 두 가지 문제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친노라고 봐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는 친노의 이런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당내투쟁에서는 백전백승이고, 여당과의 선거 투쟁에서는 백전백패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 새정치연합의 친노들은 왜 이런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바로 이들이 가진 정치적 상징자산이 김대중과 호남의 것을 네다바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현재 호남이 처한 정치적 소외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능력도 없으면서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만을 독점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것이 아닌 정치적 상징자산을 자기 것으로 등기하기 위해 노무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야권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의 친노 세력 그리고 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노무현 우상’과 싸울 자신이 없으면 대안정당은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이들과 정면 대결하지 못하고 이들의 공격을 피해서 대안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결국 또 하나의 제3정당론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습니다.



3.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기득권 세력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부 엘리트들의 물리력을 활용하여 정권을 재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어떤 방식으로건 선거를 통해서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쉽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해집니다.


호남 왕따, 호남 증오라는 인종주의적 무기가 등장한 것이 이것 때문입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쉽고 안전하게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식이 호남을 왕따시키고 호남을 저주하도록 만들며 호남과 반호남 구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베 등의 호남 혐오 발언이 중요한 선거 때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을 봐도 이 사실을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호남은 이러한 인종주의적 편견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문제 해결의 주력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담아내지 못하면 개혁 추진도, 새누리당 정권교체도, 새정치연합의 대안 정치세력화도 불가능합니다. 호남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친노는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이 자기들의 것이 아니고 네다바이한 것, 도둑질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이 문제의 해결을 담당하지 못합니다. 대안정당이 지역차별 문제를 외면하면 호남 대중 나아가 개혁대중 전체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인종주의적 지역차별/혐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담아내야 합니다. 이것은 호남 유권자의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입니다. 호남 사람들이 잘먹고 잘살자는 차원을 벗어나는 문제입니다.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왜곡과 편견, 공격은 이 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문의 합리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아무리 옳은 얘기를 해도, ‘네, 다음 홍어’ 하는 식으로 무시한다면 이 나라에서 정상적인 의사 결정 프로세스가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대안정치 세력이 장기적인 미래 전략과 선전 측면에서는 의식주(醫識住) 2.0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당장 대중 선동 측면에서 지역차별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과거의 전통적인 의식주(衣食住) 1.0과 달라진, 21세기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의료서비스, 지식(교육), 주거 서비스의 혁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