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님께서 오랜만에 오셨네요. 자주 뵙겠죠?

기상청님의 '쥑이는 필체'는 여전한데 글 중 제 눈에 각인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안철수는 기초선거 무공천 같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에서 스스로를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안철수에게 손절매를 심각하게 고려한다...라고 판단했던 정치적 이슈입니다.


물론, 기초무공천의 경우에는 여성할당제(Quota Project)를 무력화시켜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저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정치판이 각종 이권과의 결탁, 중앙에서의 간섭 등을 고려할 때 기초공천은 무공천 이상으로 경제적 약자인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저해할 소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어쨌든, 저는 기초무공천을 지지하는 입장이며  지난 대선 때 안철수는 물론 박근혜 및 문재인도 공약으로 내세웠을만큼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는데 반드시 도입되어야 했을 제도라고 판단합니다. '권은희'의 경우처럼 갑툭튀해서 국회의원 따먹는(물론, 저는 개인적으로는 권은희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습니다만)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당연히, 안철수도 검증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지금 안철수는 검증과정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즉, 정치인들이 기초의회에서부터 착실히 검증을 받고 이력을 쌓아 중앙에 진출하는 '정치판에서의 선순환고리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죠. 제가 광주시장에 당선된 윤장현을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논점은 '정치발전을 위해 그렇게 가야 한다'는 당위명제가 아닙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얼마나 관철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치인의 존재의 이유입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서 그리고 이번 기초무공천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관철하기는 커녕 너무 쉽게 포기했습니다'.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저버린겁니다.


물론, 득달같은, 정치공학적으로 나와바리 지키는 것에는 넘사벽인 친노가 지배하는 야권에서 국회의원의 중량감을 넘는 정치인으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장삼이사인 저의 판단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높게 보고' '자신이 믿는 바를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봅시다. '선수들이 모인 정치판에서' '각자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음모와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버리는 리더를 누가 따르겠습니까?'  만일, 지난 대선에서 패배를 각오하고 모든 비난을 한 몸에 받을 각오로 끝까지 완주했다면 안철수는 지금처럼 처량한 신세(?)로 남아 있었을까요?



2012년 대선에서의 안철수의 행동은 1987년 DJ의 행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1987년 후보 단일화 실패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던, YS는 물론 DJ도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10년간은 오랜 독재정권의 시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DJ-YS가 단일화가 되었다면, 단일화 후 대선 출마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겠지만 양보한 쪽은, 양보를 하는 쪽이 DJ이었건 YS였건 차기 대선의 대통령 출마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겨우 싹트기 시작한 민주주의가 도로묵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419 혁명 뒤의 516 쿠테타가 일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DJ가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가 믿는 것을 관철한 결과입니다. 물론, DJ가 정치를 하던 시절과 지금의 정치판은 확연히 다를겁니다. 그러나 그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안철수가 과연 '자신이 믿는 바를 관철할 배포가 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여전히 안철수에게 호의적이기는 합니다. 최소한 국회의원으로서의 그의 행보는 '블루칩'이라고 해도 시비걸 분이 없을겁니다. 그런데 한 정당의 수장... 나아가 대통령이 되려면 2% 가 부족해 보입니다. 거기에 친노가 지배하는 야권에서 생존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지지율조차 떨어져 있습니다. 그의 존재감을 친노는 물론 새누리당에서조차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대로 끝이지.... 십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기적적으로 소생하여 다음 대선에서 출마해도 제가 안철수에게 투표를 할지, 장담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실에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정치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분명 될겁니다. 그런데.... 안철수가 2% 부족한 그 무엇을 채워서 보여주지 않는 한, 저의 표가 안철수에게 갈 일은 없을겁니다. 실패는 2002년 한번으로 충분하니까요.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그 날로 폐업신고하면 어쨌든 재기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사채들을 끌여쓰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끝끝내 재기를 하지 못하는 기업인들 많이 보았습니다. 야권은 2002년 실패로 족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정치적 사채'를 끌어쓰다가 끝내 재생불능으로 남을지.....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것이고 저는 당대에서는 폐업신고가 답이다...라는 것입니다. 후대에게 넘겨야죠. 안철수가 2% 부족한 그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 한.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