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구라성인님과 길벗님이 단통법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 중 주고받은 문답의 일부이다. 

구라성인 : 애초에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게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길벗 : 애초에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것이 자본주의 맞습니다.

http://theacro.com/zbxe/5131270

내 기준으로는 참 이상한 문답이다.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야 되지만, 정확한 표현들이 아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일하다고 여기는, 흔한 착각의 결과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애초에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게 시장경제 사회입니다 " 라고 하는 것이 맞다. 

자본주의 사회란 대략 '사적 자본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주된 생산 양식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반면 시장경제 사회란 '자기 소유의 잉여재화를 타인의 잉여재화와 교환하고, 그것이 주된 경제활동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엄연히 넘사벽으로 의미가 다른 말이고, 서로 바꿔써도 무방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란, 시장에 참여할 잉여재화를 생산하는 여러가지 방식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축구라면, 시장경제는 올림픽쯤 되는 개념이다. 축구와 올림픽을 같은 말인 것처럼 바꿔쓰면 이상한 것이 될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있었지만, 축구는 근대 영국에서 발명한 운동경기이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는 잉여재화가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고대로부터 존재했지만, 자본주의는 근대 유럽에서 태동한 생산 양식이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망한 원인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자본주의를 폐지한다면서 엉뚱한 시장경제까지 폐지한 것이 가장 크다. 그런데 그런 착각은 자본주의 사회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