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사이트에서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을 밝히게 된 계기는, 타인의 글에 댓글을 다는 형식이었던 까닭에 조회가 쉽지 않아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는 자료가 없는 탓에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일전에 어떤 분과 입법 제()정된 법률에 대해서 논박을 벌이다가 그 분이 도대체 그러한 법적 해석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뭐냐라는 발언에 내가 변호사인데, 내 견해는 이러이러하다, 그리고 내 주위의 법조인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면서 우연히 밝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단순히 저의 지식과 경험에 기초한 견해를 피력하기 위한 목적에서 직업을 밝힌 것입니다.

 

사실 익명이 보장되는 토론사이트에서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그것에 기초해서 토론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뿐더러 그다지 반가운 일도 아닙니다. 특히 저와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은 굳이 인적사항을 캐려고 하면 쉽게 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업무수행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꺼리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한번 밝힌 제 직업이 아직까지도 계속 저와 논쟁하는 상대방으로부터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저는 이 직업이, 제 전문분야와 무관한 부분에서 설득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롱이나 모욕을 당할 구실이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후자와 같은 조롱이나 모욕은, 그냥 우리가 감정이 상해서 내던지는 모욕적인 표현과는 차원이 다른 인신공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심한 표현을 여과 없이 쓰는 탓에, 지금 와서 토론 예의를 잘 지키자는 발언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허구한 날 사람들이 직업을 걸고넘어지니 이제 여기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제 직업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을뿐더러 동업자들에게도 실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일단 그런 심정이란 것을 간단하게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변호사들을 비롯한 법조인들과 토론을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상당수가 엄청나게 보수적이고 꼴통 같은 사고방식 가진 사람들입니다. 팩트 무관하게 편견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도 많구요. 나름 사회에서는 지식인 대접을 받고 있지만 상상 이상으로 무식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되며 자신의 고정관념을 갖고 사물을 해석하는 버릇이 생깁니다. 저는 경력이 십 수 년에 이르지 않아 그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그런 성향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나름대로 팩트를 보려고 노력하고, 입증되지 않은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토론방식을 견지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어떠한 컨센서스에 동조하지 않는 것이 비판받는 것을 넘어서 직역에 대한 조롱으로 비화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수원 때도 사법체계에 대한 비판을 일삼으며 민주화에 대한 엄청난 열망을 가진 동기들이 있었고 그들은 현재 주로 민변이나 참여연대와 같은 단체에서 활동을 하는데,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은 현재 법조인들은 썩었고 법 정신과 취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법조인들을 마치 아마추어인양 대하며, 이 사이트처럼 호남을 위시한 지역 차별이나 5 · 18에 대하여 자신들과 다른 시각을 견지하는 이들을 비양심적이거나 소양이 부족한 인간으로 간주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이 사이트에서는, 물론 저의 전문분야는 기업법무와 경영회계 분야이고 현재에도 투자자문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외의 다른 분야에는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는 민 · 형사 분야와 법 해석론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것인데, 그에 대한 저의 견해를 이야기해도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의 견해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됩니다. 제가 식견이 짧아서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제 감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차라리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사견으로서 경청은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터넷에 참 좆문가들이 많다는 생각도 덩달아 들구요. 물론 저도 직업 인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일베 애들처럼 사진이랑 이름을 가리고 변호사자격증을 찍어서 인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태도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절주절 제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물론 이 사이트에서 토론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제 자유이고 여러분들이 그에 대해서 신경써주실 하등의 이유는 없지만, 직업을 걸고넘어지는 저열한 행위는 좀 자제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예 제가 변호사라고 생각을 하지 말고 토론에 임해주시면 더 좋구요. 저는 여러분들 직업을 모르잖아요? 만약 변호사가 어쩌고저쩌고 할 것이라면 부디 자기 직업도 좀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닉스 님 같은 분한테는 도대체 본인은 어떤 직업을 갖고 계시기에 변호사 수준 운운하고 신용불량자로 불쌍한 상황에 처한 변호사를 동정하는지를 물었으나, 결국 답을 안 해 주시더군요... 물론 일시적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조그만 가상 놀이터를 벗어나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대우는 다르며,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신세가 나아지기도 하는 것이 전문직이거든요. 사회생활 해본 분들은 잘 아시겠죠. 이런 이야기 하면 또 특권의식임네 지랄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토론과 별무관한 상대방의 직업에 관한 사항을 걸고넘어지면서 조롱과 야유의 구실로 삼는 행동은 벨트 아래를 치는 비겁한 행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