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의 카카오톡 방에서 누군가가 카카오톡을 접고 다른 메신저를 쓰자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발단은 모두 아시다시피, 검찰이 말했던 사이버 감시 때문이었죠.


http://www.ytn.co.kr/_ln/0103_201409251816596737


검찰은 카카오톡같은 것들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저런 말을 했어도 차후에 카카오톡을 수사대상으로 넣으면서 이건 다른 사안이라는 둥 또다른 해명을 하면서 했던 말을 번복할 것이라 생각이 든 거죠.


그리고 예전에 검찰이 gmail을 사용하는 것이 증거자료 은폐로 판단된다면서 구속영장 사유로 gmail 사용을 적시하기도 했고, 국내 이메일 계정의 경우에는 검찰의 압수수색영장만 가져가니 개인의 이메일 자료를 검찰에 제공한 적이 많았던 그런 사례를 보면 카카오톡이라고 과연 다를 것인가? 회의적이죠.




그래서 지금 갈아타기용 메신저로 가장 주목받는 메신저가 텔레그램이라는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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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elegram.org/


왓츠앱이나 구글 행아웃, 페이스북 메신저같은 다른 외산 메신저들도 많은데 특히 이 어플이 주목받는 이유는 뛰어난 보안성 덕분입니다. 이 사이트의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FAQ 페이지에 보안 카테고리를 따로 놓고 설명할 정도로 '우리 보안성은 최고요'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죠. 


실제로도 보안 유지를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기능으로 보안 채팅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텔레그램도 카톡처럼 PC나 스마트폰이나 같이 쓸 수 있는데, 보안 채팅만큼은 그 대화를 시작한 기기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죠. 보안 채팅을 스마트폰에서 시작했으면 PC를 가지고 그 채팅을 계속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대화는 서버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되며, 자동 파기 시간을 설정 가능해서 시간을 정해놓으면 그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대화한 두 사람의 기기 양쪽에서 해당 대화가 파기됩니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일반 채팅의 보안성도 뛰어나서 제3자가 함부로 자기 메세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작년 12월에 제작사 측에서 만약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을 타인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20만 달러를 주겠다고 현상금을 걸었는데, 아직까지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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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텔레그램이 이렇게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제작자인 파벨 두로프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SNS 서비스인 VK의 창시자로, 러시아의 마크 주커버그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입니다. 페이스북보다는 사용자 수가 적기는 하지만 VK도 가입자 수가 2억 7천만명으로, 매우 큽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푸틴 정권의 입장에서는 참 거슬리는 존재였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요청한 VK 사용자 정보제공이나, 정부비판 페이지 삭제 요구 등을 일절 거부하는 등 말이죠. 그러다가 올해 4월에 갑자기 VK의 CEO 자리에서 해임됩니다. 그리고 두로프의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주주들을 압박해서 자신을 CEO에서 쫓아냈다 하는데 지금 러시아를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겠죠. 그리고 이후 두로프는 '지금 이 나라는 인터넷 비즈니스와 양립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외국으로 망명을 갑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요.




이런 일을 겪은 그가 만든 메신저에서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블로그도 등록을 의무화시키는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기사들을 읽어보면 말이죠. 그리고 이런 러시아의 상황과 저 위의 검찰 이야기를 보면서 느끼는 국내 상황이 비슷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텔레그램이 국내에서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겠고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러시아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은 심한 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친 것 같긴 해도 저 나라만큼은 안 미쳤으니까요 '아직은'. 하지만 이런 공포에 대해서는 이해는 갑니다. 공포라는 것이 대상의 실체가 잘 안 드러날 때 더 무서운 것이기도 하고, 이게 막걸리 보안법의 재림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그런 점에서 한동안은 텔레그램이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어플이 아직 국내에서는 마이너여서 사용자가 적고(제작자가 '왜 갑자기 한국에서 사용자가 늘어났지?"라고 질문하면서 최근에서야 한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굳이 설치할 필요를 못 느낄테니 국내에서의 사용자층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커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베충들이 위의 이유로 텔레그램을 설치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