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이 정상상태인지부터 결정해야합니다. 뭔가를 바꾸겠다는 것은 그것이 비정상이라는 의미이고, 정상 인 것을 바꿀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 것조차 없이 어느 분처럼 닥치고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우기면서 그것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태도' 라고 강변하고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결론의 맞고 틀림을 떠나 웃기는 작태이죠) 

먼저 공무원들의 소득수준을 비정상으로 일반인들의 소득수준을 정상이라고 놓고, 공무원들의 평균소득을 일반인들의 평균소득 수준으로 낮춰야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오히려 공무원들의 소득수준이 정상이고, 일반인들의 평균소득이 비정상으로 낮다는 입장이 있을거구요. 당연히 그 때는 공무원들을 건드리기보다는 일반인들의 평균소득을 정상으로 만드는게 관건이 되겠죠. 물론 저는 공무원들은 비정상적으로 높고, 일반인들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정상으로 설정하고, 한쪽을 그것에 맞춰야 한다는 식의 논지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선 '연금' 이라는게 뭔지 부터. 

만약 연금이 오로지 수익자 본인들이 부담한 재원으로만 운영되는 순수 독립형이라면, 어떻게 지급되든 말아먹든 말든 남들이 왈가왈부할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일부를 기업주가 부담하듯이,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절반 정도의 재원을 부담하는 형태이죠. 만약 부족분이 생기면 세금으로 메워주고요. 따라서 연금의 지급방식이나 적자의 유무에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들은 이해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공무원연금의 경우에, 정부가 부담하는 절반의 재원과 적자 해소의 성격이 뭐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야 합니다. 이때 두가지 설이 있죠. 

첫번째는 보너스설. 즉 성과급처럼 안해줘도 되는 것을 주는 것으로 취급하는 케이스입니다. 이 설에 따른다면 정부의 연금지원 자체를 없애버려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만약 이 설을 지지하는 분은 연금 적자에 대한 세금지원을 문제삼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연금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 일체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올바르죠. 그 때 공무원들이 각자 각출해서 연금을 운영하든지 말든지 지들이 알아서 할 일. 

두번째가 유보된 임금설. 즉 그때 그때 급여에 포함해서 지급해야 하는 것을 따로 적립해 두었다가, 나중에 지급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케이스죠. 임금의 일부를 적립해 두었다가 나중에 지급한다는 점에서 퇴직금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다만 퇴직금처럼 일시에 목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월정액으로 나눠서 지급한다는 것. 제가 알기로 이것이 다수설입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공무원의 퇴직금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니듯이, 연금의 적자 역시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 자체는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즉 적자의 성격에 따라 달리 선택할 옵션일 뿐이죠. 따라서 어느 분처럼 <연금의 적자를 왜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나요?> 라는 식으로 말하는건 적절한 선동일 수는 있겠지만, 이 건을 매우 피상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죠. 

각설하고 만약 연금이 유보된 임금이라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모든 논란은 세금으로 지급하는 공무원들의 전체 생애 소득이 적정하냐 아니냐로 모아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연금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부분은 오히려 곁가지라는 것이죠. 그 적자가 적정한 생애 소득의 부족분을 메워주는 것인지 아니면 쓸데없이 과외로 부담하는 것인지부터 확실치가 않으니까요.

그러면, 공무원의 생애 소득이 적정하냐 아니냐를 주장할 수 있는 기준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 기준은 어느 누구라도 맘대로 정해놓고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그저 각자의 의견일 뿐이죠. 

1. 자체 시장원리에 따르는 방식.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의 하한선을 정해놓고, 그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중에 가장 낮은 급여를 희망하는 사람부터 채용합니다. 시장원리상 어떤 직무의 공무원은 임금이 떨어질 수도 있고, 현재보다 더 많이 올라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 

2. 비슷한 직무수행능력을 가진 일반 사기업 종사자의 생애 소득과 비교하는 방식. 총액이 비슷하다면 그 역시 적정하다라고 주장할 수 있겠죠. 다만 공무원은 신분보장을 받는 대신, 정치개입금지니 청렴의 의무니 겸업의 금지니 등등의 패널티가 부과되는 변수도 고려되어야 할겁니다. 

3. 공무원들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방식. 즉 공무원들의 삶의 질을 동시대 평균적인 국민들의 삶의 질과 비교해서 결정하는 방식. 만약 열악하다면 올려주고 잘 산다 싶으면 묶어두고. 

4.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건데, 경기변동이고 불황이고 상관없이 매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서 꼬박 꼬박 그 이상으로 올려주는 방식입니다. 90년대 초만해도 비인기 직업이었던 공무원이 현재 각광받는 직업이 된 이유이죠. 게다가 공무원들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평균수명도 짧을 때 도입한 연금 방식을 현재에도 적용해버리니 일반인들이 쉽게 받을 수 없는 노후소득이 지급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연금 적자의 원인일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현행 4번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하고, 과거 공무원들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은 정부들이 당근책으로써 만들고 유지한 것이죠. 만약 개혁이라 칭할 수 있으려면, 공무원들의 연금을 건드리는 것도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무원들의 소득결정방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1번은 좀 너무한 것 같고, 2번이나 3번 중에 하나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에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